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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보는 명절
  • 김지현 기자, 정현진 기자
  • 승인 2017.10.16 08:05
  • 호수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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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토)부터 시작돼 9일(월)까지 총 10일간 이어지는 휴일이 대한민국에 찾아왔다. 추석과 한글날, 그리고 대체 공휴일까지. 유례없는 긴 휴일은 일상에 지친 국민에게 선물로 다가왔다.

직장인은 명절을 통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한 친척과 한집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생은 척박한 삶에 단비가 내리듯 찾아온 휴일을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대학생은 명절은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명절이 아닌, 휴일이 되다

 

명절은 해마다 일정하게 날을 정해 그 날마다 즐기고 기념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로는 설, 한식, 단오, 추석 등이 있다. 그중 농촌사회에서 최고로 삼은 명절은 추석이다. 추석은 공휴일로 제정돼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간다.

명절에는 차례·제례·벌초·성묘 등의 조상 섬기기와 부락제를 통하여 가족이나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높였다. 또한 설빔·단오빔과 같이 그 날만 입는 옷이나 음식, 놀이나 행사를 통해 명절을 추억하고 기다리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행사인 명절은 시간이 지나 그 의미가 퇴색하고 허례허식만 가득 남게 됐다. 명절을 지내기 위한 대부분의 노동을 며느리, 딸, 손녀 등 여성이 담당하거나, 심지어 며느리는 시댁 음식을 돕고서도 시댁 차례를 먼저 지낸 다음에야 친정에 갈 수 있다.

또한 오랜만에 만나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던 친척은 “결혼은 언제 하니”, “모의고사 점수는 몇 점이니”와 같은 개인적이며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일명 ‘참견쟁이’가 됐다. 오랜만에 양가 식구를 만나는 반가움도 물론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한두 단어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것이 모든 가정의 모습이라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명절만 다가오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는 명절 증후군으로 도배가 되고, ‘명절에 할머니집에 가기 싫어요’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잘 반영하듯 요즘 명절날의 모습은 많이 변화했다. 차롓상은 날이 갈수록 간소화 되고 있으며 아예 차례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명절 연휴 기간 큰댁과 산소를 찾아 성묘를 지내는 대신 국내외 여행지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추석 기간 중 해외여행을 떠난 비중은 2006년 1.2%에서 2016년 3.1%로 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명절이란

 

*아래의 설문조사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대학생 중 208명을 유의추출해 조사한 것으로 표본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대학생들은 명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지난달 30일(토)부터 10월 6일(금)까지 총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는 꽤나 흥미로웠다. 먼저 ‘연휴에 친척집을 방문하는가’라는 질문에 방문을 하는 학생의 수는 152명으로 73%를 차지했다. 방문을 하지 않는 학생과 비교하면 약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어 친척집을 방문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친척집에 가면 즐거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대답은 ‘네’는 56명, ‘아니요’는 33명, ‘그저 그렇다’는 63명으로 각각 37%, 22%, 41%로 나뉘었다. 친척집을 방문하는 학생 중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50%도 채 되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이어 친척집 방문에 대해 즐겁지 않거나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차롓상 준비’, ‘어색한 친척’, ‘친척들 잔소리’ 등이 있었지만, 그중 친척이 불편해 친척집 방문을 꺼려하는 학생이 39%로 최고 비중을 차지했다. 평소 교류가 별로 없었던 친인척들과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친척집에 가지 않는 56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중에서도 ‘공부 또는 취업준비’가 29%, ‘불편한 친척집’이 21%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추석 연휴 기간만 해도 공무원 준비생,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학원이 많이 등장했다. 학생들은 명절을 보내고 싶어도 막상 눈앞에 놓인 취업을 생각하면 제대로 명절을 즐길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압도 당해 버리는 것이다.

그 외 기타답변으로는 ‘집에서 놀거나 영화를 보러 간다’, ‘대학과제 또는 발표준비를 한다’, ‘가족들과의 여행’, ‘취미활동을 하거나 오후 늦게까지 잔다’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대학생들만 봐도 다양하고 새로운 명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요즘의 명절은 평소 만나지 못했던 멀리 있는 친척들과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 이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우리대학 학생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즐길 수 없는 그들의 사정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시피 더 이상 대학생에게 명절은 전통만을 강조하는 그런 시간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생에게 명절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첫 번째, 최대 고민인 취업을 들 수 있다. ‘취업준비생’, ‘청년취업난’. 그들에게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단어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만 해도 공무원 준비생,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학원이 많이 등장했다. 연휴를 이용하여 특강을 듣거나 자격증 준비, 시험 준비를 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노량진, 학원가들은 책을 들고 있는 학생으로 붐볐다. 즉 학생은 명절을 보내고 싶어도 막상 눈앞에 놓인 취업을 생각하면 제대로 명절을 즐길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대학생을 명절의 달콤한 휴식을 즐기거나 가족과의 만남보다 취업이 우선시 되게 만들어 버린다.

두 번째는 길어진 명절 연휴 기간이다. 대체공휴일제가 시행되면서 명절 연휴 중 주말이 포함되더라도 최소 하루를 더 쉴 수 있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대체공휴일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긴 명절 연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빨리 차례를 지내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주변만 봐도 친척집 대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동안 약 195만 명의 사람들이 출·입국했다고 한다. 평소 대학생들은 학교 일정과 과제, 레포트에 치여 지내다보니 길게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연휴가 길다보니 그 시간을 평상시 떠나지 못했던 여행에 투자하는 대학생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대학생에게 쏟아지는 일명 ‘명절 잔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오랜만에 친인척이 만나 서로에게 나누는 덕담이 과연 진심에서 우러난 것일까? “취업은 했니?”, “공부 잘하고 있니?”. 궁금해서가 아닌 ‘참견’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이러한 배경 뒤에는 소가족이 확대되는 사회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이 대가족이었던 과거와 달리 1인 가구, 소가족으로 분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친인척과의 깊은 연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친인척과의 만남을 지양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다. 아무리 친척이라 해도 평소 교류가 별로 없었던 사이기 때문에 개인적 질문을 받는 것은 더더욱 꺼려지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확산되면 확산됐지 더 이상 줄어들 기미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 조언을 가장한 잔소리가 난무하는 명절을 기피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긴 휴일을 통해 평소에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하며 재충전을 하거나 평소 즐기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일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는 대학생에게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자’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친척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휴일을 이용해 부족한 공부를 하는 등 명절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퇴색된 명절 문화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변화의 시작점은 기존 기성세대가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바꾸자 하는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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