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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이야기] 우리들의 한모금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9.11 08:00
  • 호수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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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아침에 5분 일찍 일어나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10분 남짓 주어지는 쉬는 시간, 혹은 1시간 남짓 주어지는 점심시간.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치열한 하루를 위해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렇게 어느새 기자는 커피를 달고 살게 됐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한 손에 커피 한 잔씩 들고 있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아득한 꿈 한 모금, 볕 좋은 오후의 한 모금. 저마다의 이유로 커피 한 모금씩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어느 오지를 가도 카페 하나쯤은 꼭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카페가 많다. 한적하기로 유명한 우리대학 근처에도 피시방 다음으로 많은 게 바로 카페일 것이다.

언젠가는 학교 앞에 있는 카페 중 매일 다른 곳의 아메리카노를 마셔본 적이 있다. 결국, 정착하게 되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여유롭게 향을 즐기지 못하는 아침의 커피는 단연 가깝고 저렴한 카페였다. 그런 의미에서 봉림관 2층에 위치한 C’s Cafe가 제격이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조그맣게 난 창문으로 푸른 잎사귀 뒤로 펼쳐지는 캠퍼스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엄만 이렇게 쓴 커피를 어떻게 맛있게 마셔요?”. 그리 오래지 않은 어린 날에 어머니께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어른이 되면 맛있어질 거야”하고 답했다. 시간이 흘러 가수 10cm의 <아메리카노>라는 노래에서 ‘시럽 빼고 주세요’라는 가사를 기억해뒀다가 카페에 가서 시럽을 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나의 첫 아메리카노를 받아들었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기자는 마치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은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커피의 맛은 결코 달지 않았다. 시럽을 넣었는데도 결국 끝까지 마시지 못했다.

나는 언제부터 커피가 맛있게 느꼈을까?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내가 아주 바쁘고 힘들기 시작했을 때부터인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어른이 되면 맛있어질 거라고 했는데, 어느새 내가 진짜 어른이 돼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나에게 커피는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어려운 관문과도 같았다면, 지금은 나를 북돋아 주는 존재인 것 같다.

봉림관 2층 창문으로 커피 한 잔씩 들고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마시는 커피 한 모금도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치열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써내리며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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