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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식사는 하셨어요?”
  • 강동후 수습기자
  • 승인 2017.06.12 08:00
  • 호수 618
  • 댓글 1

“네, 먹고 왔어요.”

매주 주말 오후 3시, 기자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항상 이 대화로 시작했다. 이전 타임 직원이 건넨 단순한 인사말이었기에 밥을 먹고 왔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기자는 밥을 먹지 않았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원했던 기자는 되도록 용돈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한 끼 정도는 거르며 돈을 아꼈다. 하필이면 식비를 줄여야 했던 이유는 그저 식비가 평소 지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식사비를 만 원으로 잡으면 한 달에 30만 원. 월급에서 식비를 빼면 5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 “왜 최저시급은 7천원도 채 안 될까”, “왜 인간은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할까” 하고 내 능력 밖의 것들을 불평하다가, 끝내 학교생활을 하려면 ‘가정으로부터의 독립’, ‘학업과 성적’, ‘삶의 질’ 중 적어도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기자는 아르바이트, 즉 가정으로부터의 독립을 포기하고 나머지 둘을 택했다. 용돈을 받지 않겠다는 고집도 버렸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만약 기자에게 의존할 가정이 없었다면, 애초에 가정으로부터의 독립이 선택지에 없었다면 ‘학업 성적’, ‘삶의 질’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했을까? 적어도 하루 두 끼를 챙겨 먹으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적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는 역부족이다. 결국 가족의 지원 없이는 공부를 해도 굶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굶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우리 학교에, 우리 사회에 없으리라 단언할 수는 없다.

지난 2010년, 한창 무상급식 찬반 논쟁이 일던 때, 경기도 성남시의 한 의원은 “요즘 세상에 누가 밥을 못 먹나”라고 말하며 무상급식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4년 후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은 그가 부인한 빈곤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생활고와 지병을 비관해 일가족이 한 방에서, 자의로 목숨을 끊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을 갖춘’ 세상과 그들이 살던 세상은 얼마나 아득하단 말인가.

아무리 눈을 질끈 감고서 보이지 않는다 한들,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물음에 거짓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의식주’를 충족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이 돈인 만큼, 우리 사회의 빈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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