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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의 전쟁가짜뉴스가 여론을 쥐고 뒤흔드는 시대가 왔다. 루머와 조작이 난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속으로 가본다.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7.05.15 08:00
  • 호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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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국민일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꼽았다. 탈진실이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감정이나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로, 작년 영국과 미국에서 주목받았다.

현재 2017년. 탈진실은 이제 국지적 현상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특성이 됐다. 지금 국제사회는 탈진실에 말미암아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짜가 진실을 감추고, 급기야는 여론을 형성하고야 만다. 2010년대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가짜뉴스가 일으키는 문제점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루머와 조작이 난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속으로 가보자.

 

진짜를 삼킨 가짜

가짜뉴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선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찌라시로 불리는 인터넷 루머까지, 가짜뉴스는 넓은 범위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가짜뉴스의 기준이 모호하고 범위가 좁혀지지 않으면 문제 해결에도 차질이 있는 등 비생산적인 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이에 경찰은 가짜뉴스를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포되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한다.

 

가짜뉴스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었던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크게 퍼졌다. <버즈피드>의 조사에 따르면 선거 기간 중 페이스북으로 유통된 가짜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 96만 건 ▲클린턴, 이슬람국가에 무기 판매 78만 9천 건 ▲클린턴, 이슬람국가에 이메일 유출 75만 4천 건 등이다. 친(親) 트럼프 성향의 가짜뉴스가 만연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실제로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진짜뉴스 반응률 건수는 736만 7천 건, 가짜뉴스는 871만 1천 건이다. 이렇게 가짜뉴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성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가짜뉴스의 시대

그렇다면 가짜뉴스는 21세기에만 있었던 걸까? 사실 가짜뉴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봤을 ‘선화공주주은(善花公主主隱)’으로 시작하는 서동요는 백제 무왕이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였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이 우물에 약을 탔다고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린 일은 가짜뉴스가 잔인한 학살로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로 시작된 가짜뉴스는 그 영향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역사 속에서 늘 반복된 가짜뉴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새삼스러워 보인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가짜뉴스 현상을 보면 이전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영향력과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다. 가짜뉴스는 특히 선거 기간에는 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고, 이는 곧 여론조작으로 이어진다.

조지 H.W.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가 경쟁했던 199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네거티브 대통령 선거로 꼽힌다. 당시 지지율이 현저히 낮았던 부시의 선거전략가였던 리 에트워터는 듀카키스에 대해 ‘듀카키스의 부인인 키티 듀카키스가 1960년대 반전시위에서 성조기를 태웠다’, ‘듀카키스는 애국심이 없다’ 등의 근거 없는 루머를 생성했고, 루머가 언론에 의해 확산되면서 이는 곧 기정사실화된 여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잇따른 가짜뉴스의 확산으로 결국 듀카키스는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에서 2017년까지 이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일부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거 생성돼 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화) 있었던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가짜뉴스는 그야말로 활개를 쳤다.

먼저 지난 1일(월)에는 여의도연구소가 의뢰한 여론조사라는 내용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앞선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퍼졌다. 국민의당은 이를 단체 카톡방에 유포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남도의원을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2일(화)에는 SBS가 단독으로 해양수산부가 차기 정권과 조직 확대 등을 조건으로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그 대상을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으로 보도했다. 이후 SBS 측은 해수부 공무원의 말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기사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 3일(수)에는 미국과 중국의 재외국민 출구 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SNS를 달궜다. 하지만 재외국민 투표는 출구 조사 실시가 불법으로 돼 있어 민주당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했고 한국당은 이를 SNS에 유포시킨 국민의당 소속 전남도의원을 중앙선관위에 고발했다.

 

치명적인 가짜뉴스

미디어의 발달로 뉴스 콘텐츠의 생산 주체는 비단 언론인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개인 SNS, 커뮤니티 등 다양한 경로에 본인이 만든 뉴스 콘텐츠를 업로드 한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수많은 경로를 통해 확산된다. 즉, 이는 가짜뉴스 또한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그 확산 범위가 매우 넓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생산 주체가 개인이 아닌 단체가 된다면 그 확산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넓어진다.

언론 매체의 특성상 뉴스 콘텐츠는 독자로 하여금 공정성과 신뢰성을 가진 것으로 인식게 한다. 이 점을 이용해 가짜뉴스는 뉴스 기사의 형식을 차용해 작성되며, 겉으로 보면 군더더기 없이 객관적인 하나의 기사로 보인다. 따라서 무엇이 진짜뉴스이며,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그렇게 가짜뉴스는 혼란을 먹고 자란다. 심지어는 진짜도 집어 삼킨다. 결국 가짜뉴스는 여론이라는 옷을 입고 우리 사회에 안착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국민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잠잠해질 겁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곧 가짜뉴스로 말미암아 국민이 조작된 이슈에 따라 반응하고, 가짜뉴스가 조명해준 또 다른 이슈가 나타나면 본래의 이슈에는 관심을 끈다는 말로 들린다. 앞서 말했듯이 분명 현시대에 만연한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크며, 그 피해 또한 심각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국민이 가짜뉴스를 무분별적으로,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는 거로 볼 수는 없다.

일부 대학생은 각자 대선 후보 한 명씩 맡아 주요 공약을 정리, 공유하는 일명 ‘공약 스터디’를 만들어 가짜뉴스를 가려내기도 하고, SNS상의 공약비교 서비스인 ‘누드 대통령’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약 검증에는 첨단 인공지능(AI)도 동원되고 있다.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인 ‘로즈’는 카카오톡 채팅창에 질문을 올리면 대선 관련 정보를 스스로 검색해 알려준다. 이처럼 스스로 사실을 검증하고, 조사하려는 국민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 온라인 게시물은 3만 3,989건(4월 30일(일) 누적 기준)으로 18대 대선(7,159건)의 4.7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맞서 지난달 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서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8대 대선보다 6%포인트 높아진 89.9%로 집계됐다.

기술·환경의 변화에 따라 분명 우리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다. 어떠한 콘텐츠에 대해 더는 수동적이며 무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는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우리 사회의 땅은 더 단단해지리라 믿는다. 가짜가 아닌, 진짜를 먹고 자랄 사회를 위하여. 

 

*본 기사는 대선결과가 나오기 전에 작성된 기사로, 후보 지칭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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