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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부하고 싶은 사회
  • 구연진 편집국장
  • 승인 2016.11.21 08:00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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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싫다’. 공부시간 세계 1위인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절대 안 해봤을 리 없는 중얼거림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이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정한 경쟁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부정행위가 낱낱이 밝혀진 지금, 공정한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

대학은 일개 학생인 ‘그’를 위해 입시 요강을 바꾸고, 우등생들을 떨어뜨리고, 비문 투성이인 글에 어이없을 만큼 높은 점수를 줬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고3때 출석일자가 50일이란다. 그의 2학년 동창생은 “정유라는 ‘나는 대학 다 정해져 있으니까 상관없다. 그래서 학교도 열심히 안 나온다. 공부할 필요도 없고 잠자느라고 학교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세상을 조롱했다. 이 말은 돈 없는 서민뿐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허무하게 만들고, 또 그런 아이를 물질적으로 모두 지원해줄 수 없는 수많은 부모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17일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던 학생들은 이런 사회적 혼란 속에 시험을 쳤다. 수능을 잘 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산산조각 난 지금 수험생이 어떻게 진지한 마음으로 수능에 임할 수 있을까. 또 12년을 수능이라는 허들을 위해 달렸고, 그것을 넘은 우리도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것은 대학생 전체의 분노로 확산됐고 각 대학들은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대학이 움직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위의 열기가 뜨거운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아직까지 그 열기가 제대로 옮겨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중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그들은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 더욱 기고만장해진다.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모여 사회를 바꾸듯, 학생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여 대학 전체의 목소리가 된다. 그런 대학들이 힘을 합쳐 행동을 이어간다면 이번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이제는 나서야 한다. 전공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학생보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진정한 지성인이다. 우리가 지금껏 노력한 것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뜨거운 관심을 보내는 것이 세상를 바꿀 수 있는 길이며 ‘공부하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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