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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아날로그!아날로그적 취미를 가진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6.11.21 08:00
  • 호수 610
  • 댓글 0

LP, 느림의 미학을 느끼다

박국희(법학 10) 씨

Q. 언제부터 LP에 관심을 두게 됐는가?

A. LP라는 걸 처음 들어본 건 초등학교 때였어요. 작은아버지께서 집에 수백 장의 LP, 천만 원이 호가하는 앰프가 있는 LP 애호가셨거든요. 그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LP는 제게 익숙한 존재였어요.

LP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우연히 LP 전문 가게를 보게 돼 호기심에 LP를 한 장 샀던 게 시작이었죠. 그런데 그 LP 한 장은 4년간 묵혀뒀어요. 그러다가 문득 LP를 한 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명절 때 작은아버지 댁에서 재생해봤는데, 그때의 감정은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나요.

 

Q. LP를 주로 어디서 구매하는가?

A. 우리나라에는 2000년 이전의 LP는 구하기 쉬운 데 반해, 그 이후는 구하기가 힘들어요. 옛날 LP는 수천 장을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던 사람이 주로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판매하는데, 그 모양이 케이크 같다고 해서 ‘LP 케이크’라고 부를 정도예요.

실제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면, 제가 그 노래를 접했던 시절의 추억이 노래와 함께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LP 케이크는 제가 원하던 노래를 고를 수 없어서 저는 직구를 하거나, 중고로 구매하곤 해요.

Q. LP의 매력은?

A. LP판이 내는 특유의 따뜻한 소리가 있어요. 사람들이 대개 듣는 디지털 오디오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삭제할 수도 있고, 확장자를 바꾸면 아무것도 아니게 돼요. 반면 LP는 핀이 판에 팬 홈을 긁으면서 소리가 나는 원리예요. 음의 파형이 판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고, 판이 돌아가는 걸 직접 보며 눈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LP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같은 취미를 나누는 이들이 있는지?

A. 안타깝게도 작은아버지 말고는 가까운 지인이 없어요. 대신 ‘파랑새’라는 음악 감상 카페에서 주로 정보를 공유하곤 해요. 처음 카페 정모를 갔을 때도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아 다들 저를 궁금해하시더라고요. LP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Q. LP 입문자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우선 외국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LP 취미가 적합하실 것 같아요. 외국 LP는 국내 LP에 비해서 종류가 다양하고, 요즘 직구도 활성화돼 구하기 쉽거든요. 그리고 LP를 처음 접해도 그게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많은 돈은 들이지 않는 걸 추천해요. ‘포터블 LP 턴테이블’이라고 해서, 휴대용으로 간소화된 LP 턴테이블이 있는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요. 포터블 턴테이블과 함께 LP 케이크를 구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또 다른 아날로그적 취미가 있는가?

A. 저는 워낙에 아날로그를 좋아해 여러 아날로그적 취미를 접해봤어요. 그런데 캘리그라피는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제가 왼손잡이라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글씨가 깔끔하게 안 써지더라고요.

또 다른 취미는 공중전화 카드를 분류하는 거예요. 공중전화카드는 카드마다 연예인, 식물, 풍경 등의 주제로 디자인이 달라서 모으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래서 한때 모아뒀던 공중전화 카드가 300장이 넘어요. 하루는 연도별로, 하루는 주제별로 분류하곤 하는데 꽤 재밌더라고요. 하나, 하나 손길을 탄다는 점에서 모든 아날로그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나에게 음악이란?

A. 음악이란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라고 볼 수 있어요. 제가 무조건 LP로만 음악을 듣는 건 아니라서, 그 형태가 MP3든 LP든 간에 다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MP3 음악은 컵라면, LP 음악은 갖은 재료를 넣고 끓여낸 라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유가 없을 땐 등굣길에 가볍게 MP3 음악을 듣고, 여유가 있을 때는 정성껏 턴테이블에 LP를 올려두고 음악을 듣는 거죠.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바쁜 일상에, 업무에 지친 많은 이들이 아날로그적인 LP를 통해 느림의 미학을 즐기셨으면 해요.

 

필름카메라, 감성을 담다

서유리(신문방송 15) 씨

Q. 어떻게 필름카메라를 접하게 됐는가?

A. 원래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가 사고 싶어서 검색하다가 필름카메라(이하 필카)를 알게 됐어요. 필카로 찍은 사진은 디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질감과 색감, 그리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나는 걸 보고 필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죠.

 

Q. 필름카메라는 어떻게 구매하게 되었나?

A. 처음 필카를 썼던 건 ‘토이카메라’라고 장난감처럼 싸게 출시된 제품을 썼었어요. 토이카메라 말고는 생산하는 필카가 없어 다 중고로 거래해요. 많진 않지만, 중고 카메라가게에서도 살 수 있고, ‘중고나라’ 등의 네이버 카페에서도 살 수 있어요. 저는 중고나라에서 약 7만 원의 가격으로 지금의 ‘올림푸스 펜 EE 3’을 샀어요.

가격은 3만 원으로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요. 제 카메라도 상태가 좋은데도 7만 원이라는 가격에 샀어요. 희귀 필카가 아닌 이상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10만 원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제 카메라는 ‘하프 카메라’라고 해서 필름 한 장에 사진 두 장이 들어가 경제적이에요.

 

Q. 이때까지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A. 지난봄에 동기들과 같이 찍었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보통 사진을 찍으면 풍경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데, 인물을 찍으니 그 의미가 좀 달랐어요.

이건 제 생각인데, 필카로 풍경을 찍을 때보다 사람을 찍을 때가 더 필카 감성이 더 살아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찍은 사진이 첫 롤이었기도 하고, 스캔해서 보니 사진이 너무 예뻐서 애착 가는 사진이에요. 봄의 따뜻한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특유의 필카 감성이 드러나지 않나요?

Q. 필름카메라의 매력은?

A. 제가 완벽히 아날로그 세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필카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사실상 필카를 접해본 적이 없는데도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건 필카가 다 사람 손을 타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보통 디카를 사용하다 고장이 나면 부품 자체를 다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필카는 고쳐서 쓰면 된다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이고요.

 

Q. 필름카메라 사용에 불편함은 없는가?

A. 보통 필름 한 롤에 36장이 나오는데, 이를 사진관에서 스캔하면 6,000원 정도 하고 사진 인화비도 따로 돈이 들어요. 필름 값과 인화 값이 좀 부담이죠. 초점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있고, 디카에 비해 화질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게 필카예요.

보통 사진 찍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한 장 찍고, 필름을 돌리고, 또 한 장 찍는 수동 방식이에요.

제 카메라는 필카 중에서도 수동 필카라 전원 버튼도 따로 없어요. 그나마 가장 최근에 나온 필카는 건전지 방식이고, 몇 롤이 남았는지도 표시돼 편리해요. 저는 일부러 가장 아날로그적인 필카를 사는 편이라 그런 면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요.

 

Q. 언젠가 한 번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A. 지난봄에 찍은 사진처럼 인물 사진을 찍고 싶어요. 아주 대단한 사람은 아니고, 제 주변의 인물들로요. 한 번은 인물 사진을 크게 찍어서 인화해 보고 싶기도 해요.

 

Q. 처음 필름카메라를 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일단 중고 거래를 해야 하니까 사기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점검도 꼼꼼하게 하고요. 그리고 필카를 고칠 수 있는 곳이 창원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수리할 수 있는 곳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찬바람이 부는 겨울도 어느새 한 발짝 앞으로 껑충 다가왔다. 저마다 바쁘다는 이유로 안부 인사는 한 줄의 카톡으로 대신한다. 그럴 때면 한자, 한자 정성스레 적어 내리던 손편지의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지곤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을 타는 아날로그는 어떤 이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색다른 문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2016년의 대학생 대부분은 완벽한 아날로그도, 완벽한 디지털도 아닌 과도기적 시기를 겪었다. 그야말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인 것이다. 우리의 앨범 속에 들어 있는 어릴 적 사진은 모두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올 겨울,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아날로그 감성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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