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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에 비친 우리 사회의 그늘사회를 반영해주는 조금은 씁쓸한 신조어에 대해서 알아본다.
  • 황태영 기자
  • 승인 2016.09.26 09:00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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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발달로 많은 정보가 삽시간에 퍼져나가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렇게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신조어 중에서는 유머러스해서 실제 대화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듣는 이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단어도 적지 않다. 신조어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이나 외래어’를 뜻하는 만큼 신조어는 그 무엇보다도 사회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번 문화면에서는 조금은 ‘씁쓸한’ 우리 사회의 신조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열정페이, 열정이라는 이름의 담보

열정.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뜻한다. 청춘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하지만 현실에는 열정을 가진 청춘은 많지만,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뜨거운 열정을 펼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취업 현실 속에서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열정페이는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일컫는데,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단어다. 즉,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을 무급 혹은 저임금 인턴으로 고용하는 관행으로, 주로 대기업 인턴이나 방송, 예·체능계에서 많이 나타난다.

청춘에게 단 두 어절만으로도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단어 열정. 그런 우리의 열정이 현실에서 “젊은 사람이 열정이 없네, 끈기가 없네”라는 식의 말로 악용되고 있다. 분명 우리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한 건데도 말이다.

최근의 사례로, 지난달 24일(수) 개그맨 유상무가 운영하는 광고회사 ‘상무기획’의 후신으로 알려진 ST기획이 열정페이를 연상케 하는 채용 공고를 게시해 논란이 일었다. ST기획은 페이스북에 ‘특출난 건 없는데 할 줄 아는 건 많은 사람을 찾습니다’를 말머리로 공개채용 글을 올렸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업무 내용은 ‘모두 다’라고 명시돼 있고, ‘월급을 자진 삭감하는 사람, 맨날 야근인데 화 안 내는 사람, 회사 대표에게 명품가방을 사주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기재돼 있다.

출처 : st기획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 착취는 당연하고, 열정페이를 감당해야 하며, 사장에게 명품까지 사주며 아부해야 한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채용 공고를 보고 그 누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있을까. 단순 유머성 글도 아니고 사업체의 신입사원을 뽑는 공고에 이 같은 사항들을 게재한 사실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일제히 “차라리 노예를 뽑아라”며 반발했다.

이에 ST기획은 “이런 걸 웃고 못 넘기냐, 피해의식 쩐다, 그럼 오지 말고 꺼져라”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을 가중했다. 앞서 20일(토) ST기획은 영상기획 및 제작 PD를 채용하는 공고를 냈었는데, 이 공고에서도 ‘노동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 풍토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에서는 열정페이 신고 제도를 도입했다. 먼저 자신이 열정페이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청소년근로권익센터 홈페이지의 ‘익명게시판’을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제보자가 회사명, 업종명, 회사주소, 업무내용, 피해내용 등의 관련 정보를 입력하면 정부에서 사업장 정보 취합 및 확인한 뒤 제보 사업장 감독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장은 패널티를 받는다. 그리고 사업주가 월급을 계속해서 미루거나,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항의해도 개선해주지 않는다면 ‘구제 신청 게시판’을 이용하면 된다. 법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는 ‘무료 구제 신청란’에서 무료로 공인노무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만약 홈페이지 내에서 제보하기 전에 상담 받기를 원한다면 ☎1644-3119번에 전화하거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청소년근로권익센터’를 등록하여 상담 받으면 된다. 이외에 ‘고용노동부’ 사이트를 통해서도 열정페이를 신고할 수 있는데,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카테고리에서 임금체불진정서 서식을 작성한 후 민원신청을 하거나 ☎1350을 통해 상담할 수 있다. 더 이상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우리들의 열정이 악용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취업성형, 외모도 스펙?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위한 성형수술이 유행하며 생겨난 신조어가 있다. 이름하여 ‘취업성형’. 그 저력을 보여주듯 포털에 취업성형이라고 검색하면 성형외과 광고가 줄줄이 나온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무려 98%가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1.6%)’, ‘절대 동의할 수 없다(0.4%)’등 부정의 반응은 2%에 그쳤다. 조사결과가 보여주듯이 외모가 뛰어난 경우 대인관계, 취업 등 여러 상황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대학생이 방학 기간 취업 면접을 대비해 취업성형을 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 대학생 방학 시즌이면 성형외과는 개강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렇게 취업성형이 성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깊이 박혀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있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에 빠져있는 것이다. 성형수술은 원래의 목적이 ‘상해 또는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인체 변형이나 미관상 흉한 부분을 외과적으로 교정·회복하는 수술’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분명 취업 면접에서 외적인 요소도 평가 항목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한 개인의 행동, 말투, 눈빛 등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부분을 외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성형외과 원장의 말에 따르면, 취업성형을 목적으로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이 구직 실패 후 재취업을 준비하며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은 자신감 위축, 대인관계 기피 등 정신적인 문제도 같이 가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 저하로 인해 실제 면접에서 자신감 없는 태도로 임하게 된다. 즉, 내면적인 문제가 취업실패의 1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외모 때문이라고 오인하는 것이다.

미적 기준을 현시대의 유행이 반영된 타인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더 개성 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성형외과 의사가 성형을 돈벌이로써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의술로써 수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수술의 목적,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 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근절할 수 있는 것이다.

 

휴거, 가난이 죄인가요..

작년에는 금수저, 은수저 등 일명 ‘수저 계급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이처럼 씁쓸한 경제적 차이로 인해 만들어진 신조어가 또 있다. ‘휴거’. 이 단어만 들으면 무슨 뜻인지 바로 와 닿지 않는다. 그 뜻은 바로 국민임대아파트인 ‘휴XXX 아파트에 사는 거지’라는 뜻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아이들은 어린 마음에 “바보, 멍청이, 거지”라고 무작정 해대기도 하지만, 과연 이 신조어를 그저 철부지 아이들의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그런 차별적인 표현을 썼다는 것은 부모의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단지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전이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한 사례가 대전에서 나타났다. 대전에 마주 보고 위치한 2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A 학교의 전교생은 약 1,200명인 데에 반해 B 학교의 전교생은 약 160명으로 전교생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B 학교로 몰려서 분양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이를 기피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 학교로 가야 하는 학군인데 위장 전입을 해 A 학교로 가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진 출처 : JTBC

정부에서는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두 아파트를 섞어 짓는 ‘소셜믹스’를 도입했지만, 이는 “어느 동 살아?”로부터 말미암아 다시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소셜믹스 아파트 단지 내에는 휴전선 철조망이 남과 북을 가르듯,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구분하는 300여 미터 길이의 철조망까지 등장했다. 철조망을 쳐서 서로 간의 땅을 명확히 한 건 물론이고, 통행도 제한하고 있다. 임대민들은 생활 수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통행이 막히고, 단지 내 공공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소셜믹스가 양극화를 예방해 사회 통합을 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현실에선 거주민끼리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분양 입주민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같은 공간에 사는 임대민과 달리 힘들게 돈을 벌어서 집을 마련한 자신들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임대민의 입장은 정부가 집을 내어줘서 살게 됐지만, 차별 받으면서 살 바엔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과거 SH공사가 서울 시내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3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임대주택끼리 사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기에는 양 입주민 간 교류의 장이 자주 마련돼 이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의견, 소셜믹스 형태를 층·호수 구분 없이 완전하게 섞어서 누가 임대주택인지 전혀 모를 정도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어느 쪽의 의견도 전적으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니기에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떠한 노력이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무엇보다 확실한 건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사회,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차이가 차별로 치부되는 일이 없었으면, 그리고 차별을 조장하는 씁쓸한 신조어들이 더 이상은 생겨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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