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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잡스럽게 사세요!

내가 잡스러운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은 건 우연히 어느 잡지에서 읽게 된 ‘다중정체성’과 관련된 글 때문이었다. 다중정체성이란 말 그대로 내 안에 여러 가지 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는 성질을 말하는데, 글쓴이는 다중정체성의 긍정적인 효력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짧게 요약하자면 하나에 목매는 삶보다는 이것저것 즐기면서 어울려 사는 것이 더 삶다운 삶이라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나는 늘 하나라도 잘해야 뭐라도 하면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 나에게 잡스럽게 살라는 글쓴이의 응원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사실 나는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으로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나를 향해 묻곤 했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으냐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았기에 이런 일도 해보고 싶고 저런 일도 해보고 싶다고 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재깍재깍 대답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꼭 뭔가가 돼야만 하냐며 의문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 적성검사의 도움도 받고 상담도 받으면서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행히도 나에게 맞는 과를 찾아 진학하여 벌써 2학년이 되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대학에 들어와서 정작 제대로 공부를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며 헤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거리며 잡다한 뉴스거리를 듣기 위해 페이스북 담벼락을 염탐하기 일쑤이고,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사람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요리할 땐 도전정신을 발휘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기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쇼핑할 땐 호기심이 많아서 이 물건 저 물건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 살펴봐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전공이 신문방송학이지만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기타도 치면서 잡스러운 삶을 살고자 한다. 하나를 제대로 잘해내지 못하면 어떠한가. 다양한 삶을 즐기면서 이것저것 찔러보며 살기에도 이 세상은 너무 넓고, 신 나는 일은 널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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