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미드'가 문화다.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이었던 짝지가 PMP로 뭔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워낙 공부를 잘하는 친구라 인강을 듣고 있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미드('미국 드라마'의 준말)를 열심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드라마도 아니고 다소 생소한 미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짝지가 신기했던 나는 호기심이 생겨 짝지와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고 함께 미드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접하게 된 미드는 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레이 아나토미'였다. 편안하게 드라마를 보던 짝지와는 달리 나는 낯선 외국 배우들이 영어로 빠르게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고 또 드라마 내용이 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막을 열심히 따라 읽고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었지만, 힘겹게 한 에피소드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완전 재밌다!"였다. 미드 보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짝지와 함께 쉬는 시간마다 매일같이 챙겨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도 미드가 주 내용이 되었고, 급기야 다른 친구들에게도 미드 보기를 추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나는 미드에 빠져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재밌는 미드를 찾아 즐겨 보고 있다.

 미국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먼저 다소 뻔한 스토리를 풀어가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미국 드라마는 탄탄한 구성과 신선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미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실제 사람들의 혹독한 삶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아련한 러브라인과 기막힌 반전 같은 재미있는 소설적 요소들까지 느낄 수가 있어서 스토리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또한 가슴깊이 와 닿는 대사가 미드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미드 속 주인공들이 말하는 진지한 대사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치 나한테 하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땐 감명 깊은 책을 읽고 느낀 것만큼이나 큰 교훈을 얻은 것 같아서 뭔가 모르게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미드의 가장 큰 매력은 잘생긴 훈남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 보는 재미와 더불어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는 미드의 매력에 여러분들도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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