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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밥그릇 가지고 장난치지마라
  • 김태완 편집국장
  • 승인 2015.03.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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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이라는 도시에 온 지 어느덧 2년이 흐르고,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경남에서의 사건사고가 정말 많았지만 최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은 무상급식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폐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데가 아니고,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라는 말과 함께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다. 도지사 나름의 고심과 결단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아쉬울 따름이다.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은 ‘밥 한 그릇에 세상사가 다 들어 있다(식일완만사지)’라는 말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밥 한 그릇에 뭐가 담겨있겠냐 하겠지만 지금도 그렇고 과거도 그랬듯 학교의 식단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다. 점심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듯하다.

의무교육을 시행하면서 교과서를 나눠주는 것처럼 급식도 무상으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선별적 복지는 잘 사는 아이들 부모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꼴이 되며,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여야하는 처지가 된다.

무상급식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자, 즉 선별적 복지를 택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급식비를 내는 아이들과 내지 않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차별이 생기지 않을까. 급식비를 내지 않는 아이들이 먹는 밥은 맛있고 건강한 밥이 아닌 슬픔과 모멸감이 담긴 눈칫밥이 될 것이다.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는 것조차 힘이 들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질 것을 약속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논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교육의 확장이라고 봐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부모님께서 스쿨뱅킹 통장으로 급식비를 꼬박꼬박 챙겨 넣어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혹여 통장 안에 돈이 없어 미납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모습 말이다. 부모 마음은 그렇다. 자기 자식이 아프지도 않은 배가 갑자기 아프다,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맛있는 밥을 눈앞에 두고, 먹지 못 먹겠다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게 하고 싶을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감정의 문제로도 해결될 일도 아니다. 홍준표 도지사가 검사가 되기 전, 아무거나 차려내도 밥을 참 맛있게 잘 먹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홍준표 도지사는 그 밥심이 없었다면 부패를 척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 밥값을 가지고 정치 논리를 펼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나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아이들 밥까지 못 먹일 정도로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골고루 먹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 우선시돼야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눈칫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먹는데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 밥그릇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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