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식사를 하러 가서 보면 일시적으로 조용해지고 자기 앞 만을 묵묵하게 보는 순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테이블 아래로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문자를 보내거나 음식 사진을 찍어 자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리는 것이다.

문자가 인간 사이 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침묵의 시간 마저도 점유하고 있음을 볼 때, 언젠가는 우리들이 식탁에서 마주보는 사람과 말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월터 옹(Walter Ong)의 저서 구술문화와 문자문화(Orality and Literacy)에 따르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본령은 구어(oral language), 즉 말이다. 인간은 말을 먼저 사용했으며, 이를 기록, 저장하거나 먼 곳의 타인에게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혹은 후세에 남겨주기 위해 문자를 고안해 사용해 왔다. 이렇듯 구술과 문자는 언어라는 같은 대상을 표현하는 두 개의 다른 양식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인간의 신체 부위에는 차이가 있다. 즉, 구어는 입을 이용하며 문자는 손을 이용해 표현한다는 명백한 차이는 두 표현 양식의 내적 체계, 혹은 구조의 차이와 관련이 있으며, 문자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했지만 동시에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전통적인 입에서 눈과 손으로 편중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 중에는 우리가 현재 시급히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될, 매우 귀중한 인간 정신의 유산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예전 구술문화 시대에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사고, 선험적인 깨우침이 주된 지식의 축을 이루었으며, 이는 인간이 현상 뒤에 숨은 섭리의 본질을 있는 그 자체로서 느끼는, 즉 문화로 표현되기 이전의 고유한 상태 그대로를 느끼는 동물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쓰기는 의식을 재구조화(reconstruct)한다"는 옹의 말처럼, 문자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의 지식이 손쉽게 보전될 수 있게 된 반면, 그의 창발적인 운용의 묘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무시했었던 동물적 인간으로서의 지혜가 저 멀리 장막 너머로 사라져 간 것이다.

손 앞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삶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내가 채택한 것이며,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유이다. 다만 우리들이 큰 화면과 다양한 시각적 기호(visual signs)에 매료되어 말 하는 법과 따뜻한 몸짓을 전하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게 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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