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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개념들의 그늘
  • 김해동 교수
  • 승인 2012.04.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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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를 규정짓는 포스트모던 현상을 아우르는 용어는 백 여가지를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해체현상, 욕망중심, 하이브리드, 패러디, 상호텍스트, 아우라의 상실 등을 들수 있다. 해체현상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 중의 하나가 학교사회 내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각종 폭력이다. 왕따, 집단 폭행 및 갈취 등의 문제로 자살하는 피해자가 생기고 나아가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등 가족의 해체현상까지 줄을 잇고 있다. 일련의 사회 내의 제도와 관습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욕망중심의 현상은 사유의 깊이 없이 행하여지는 것으로 포스트모던의 제 국면을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가령 욕구는 충족되면 그만이지만 욕망은 끊임없이 작동하여 그 계열을 옮겨가며 계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의 대량소비 사회에서 욕망중심의 사고와 행동은 자기중심적인 정황을 주도 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과 방관적 태도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아우라의 상실은 동어반복의 기조를 가장 설득력 있게 증언하고 있다. 예술사상, 각 텍스트 간의 차별화는 제 예술품들의 생명력을 보증하는 것이었으나, 이제 그 차별적인 행위는 수열식으로 단지 확대재생산을 거듭할 뿐 더 이상 차이를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생산제품이나 예술품 역시 이미지 그 자체의 소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의 생산제품은 유용가치를 상실하면 구매하는 대상이었으나 포스트모던시대에는 제품 그 자체보다는 제품의 이미지를 소비하게 하는데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나아가 하이브리드는 이종 교배를 통하여 전혀 새로운 종을 핵하는 것으로 창조적 행위의 한 국면을 표식하고 있다. 이를 테면 현 시점에서 요구받는 융‧복합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학문을 통하여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려는 것이다. 학교 수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것은 권장되는 점이나 뚜렷한 차별화된 전략이나 선행연구 없이 제 국면을 도입하려는 것은 졸속행정이며 제 현상에 대한 검증이나 절차 없이 개념적 사고에서 연유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이 현 시대를 아우르는 포스트모던 개념들은 기존의 사회질서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이름하여 탈중심화 현상의 한 극단을 드러내고 있다. 하여, 새삼 모더니즘을 희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체에서 건립으로, 욕망체계에서 사유체계로, 아우라의 상실에서 아우라의 회복으로, 잡종에서 순종으로 제고되어야 할 심각한 사회적 현상들은 자리를 잡기 전에 사회 문화적 담론과 합의를 거쳐 폐기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 각자는 대량소비가 이끌어온 포스트모던 개념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적인 삶을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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