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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기록할 기)자인 그가 말하는 冀(바랄 기)자[Inter+View] 국문학과 80학번 이종구(경남신문 사회2부장) 동문을 만나다

 6.2 지방선거의 아침 날이었다. 생애 첫 투표를 마치고 길을 가고 있었다.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걷는 걸음에는 알 수 없는 셀렘이 담겨 있었다. 생애 첫 투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번 인터뷰 대상자가 경남신문에서 과거에는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사회 2부 부장을 맡고 있는 이종구 동문이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기자를 인터뷰한다. 프로의 눈에는 이 아마추어가 어떻게 보일까?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재미있고, 조금은 어색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경남신문사, 수많은 책상과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그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그에게 연락을 하고 경남신문사 밖 공원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내가 있는 곳으로 와 악수를 나눈 후 나와 마주 앉았다.

 역시 진짜로 신문사에서 일하는 분과 마주하니 대학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로서,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노트와 펜을 꺼내 필기를 하려는 순간 펜의 잉크가 다 떨어졌음을 알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자 그가 말했다.

 "내 펜을 빌려줄까? 자네도 기자가 아닌가. 기자에게 펜은 군인에게 총과 같아. 군인이 전쟁에 나갈때 총을 두고 가면 안 되듯이 기자 또한 마찬가지야."

 인자하게 웃으며 그가 말했다. 나 또한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펜을 받아들었다.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덕분에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 그렇게 그의 펜을 손에 쥐고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記者(기자)의 조건

 하나!

 "기자가 되기 위해선 일단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해. 깊은 지식 보다는 넓은 지식을 가져야 하지. 직업의 특성상 각계각층의 사람과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으니까 거기에 대한 취재나 기사를 쓰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거든"
 
 하나!

 "또 한 사건에 관해 객관적인 시선에서 그 사건의 관계자들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금물이야. 한 마디로 中心(중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하나!

 "마지막으로 정면이 안 되면 우회하는 방법을 알아야해. 어떤 사건의 당사자가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지.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직접적인 취재 대상자 말고 그 주위의 관계자들을 찾아가서 취재를 하는거야. 단, 그럴 경우에는 많은 이들을 만나야겠지. 당사자를 취재하는 것 보단 오래 걸리지만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문학도, 신문기자가 되다

 "이쪽 일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기자가 될 생각은 아니었어. 국문학과에 온 사람들 보면 대부분 문학도인데, 나 또한 그랬지. 문학이 좋아서 국문학과에 온 만큼 원래 목표는 소설가나, 시인 같은 작가였지. 하지만 재능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현실에 벽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랬지."

 이미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듯 조금은 담담하게 그는 말문을 열었다.

 "군대 제대 전까지는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 못했어. 1학년 때는 학사경고도 한 번 받을 정도였으니까. 한마디로 정신을 못 차렸던 거지. 그렇게 군대를 제대하니 막상 취업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 왔지. 그래서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어. 국문학과가 일반 기업에 들어가기 좋은 과는 아니니까. 그런데 그 당시에는 공무원 시험이나 신문사 입사 시험이나 똑같은 과목을 쳤어. 그래서 신문사에도 지원을 해본거지. 일단 국문학과니까 글 쓰는 걸 좋아했거든. 그렇게 처음 지원한 경남신문사에 합격을 했어. 그렇게 기자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

 국문학과는 말 그대로 문학을 배우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문학을 구성하는 글을 배우는 곳이다. 그렇기에 국문학 출신들은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을 떄가 많다. 경제학과를 다니고 있는 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면 그런 그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그랬기에 왠지 그가 현실에 벽에 부딪혔지만, 진로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했을까? 문득 그가 처음 기자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궁금했다. 지금은 부장이라는 자리에 올랐지만 그에게도 분명 처음은 있었을 것이니까.

 모든 것이 어려운 초보 기자 + 구겨진 원고지 =?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 자네도 기자생활을 하고 있으니 알거야. 처음 들어오면 취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나 또한 마찬가지지. 국문학과 출신이라도 마찬가지야. 소설이나 시 쓰는 것 하고 기사를 쓰는 건 다른 거니까. 그래서 많이 힘들었지"

 확실히 그렇다. 소설이나 시와 기사는 같은 '글'이지만 동시에 다른 '글'이기도 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은 컴퓨터가 일반화 되어있지만 내가 신문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해도 모든 기사를 원고지에 자필로 써야 헀어. 그렇게 기사를 써서 올리면 지금의 나, 그러니까 각 부서장들이 기사를 점검하지. 그 당시에는 빨간색 펜을 가지고 점검을 했어. 그렇게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줄로 긋는 거지. 그럼 그걸 보고 새 원고지에 수정한 걸 다시 써내야 했어. 그렇게 반복해서 수정하는 거지. 그런데 이건 약과야. 기사가 마음에 안들면 원고지를 구겨서 버릴 때도 있었어. 그럴 때면 구겨진 걸 가지고와서 조심스럽게 펴가지고 와서 새 원고지에 기사를 다시 써야했어. 자존심이 많이 상해. 하지만 그렇게 배워 나가는 거야. 부장님들께 지적당하고 선배들한테 물어보면서 점점 갈고 닦아 발전해 가는 거지."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이미 너무나 평온하고 느긋해 보였다. 왜 일까? 시간이 흘렀다 해도, 과거에는 분명 괴로운 일이였을 것인데도 말이다.

 문득 '철은 두드려야 강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또한 이와 같이 두드리고 두드려져서 이미 단단한 '기자'라 불리는 단단하고 진정한 철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언제나 일에 쫓겨 평온함을 잃은 미숙한 기자 한명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는 어떤 기자인지.

 그는 어떤 기자인가?

 "흠... 나 스스로 내가 '어떤 기자다'라고 말을 못하겠네.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

 잠시 생각하던 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없다'라고. 정말 없는 것일까? 순간 난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IMF직후인 98년도였어.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고 퇴출당했지. 그때 우리 경남지역의 가장 큰 건설회사 하나가 기업구조조정으로 퇴출될 위기에 놓인 적이 있어. 그때 그 기업의 하도급업체들이 그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구명운동을 했어. 나도 기자로서 그 업체를 회생시키기 위해 기사도 쓰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적이 있지. 경남지역에서 제일 큰 건설회사이니 망하게 되면 지역경제에 큰 파장을 줄게 분명했거든. 결국에는 회생을 했어. 분명 그게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아마 나도 거기에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해."

 조금 쑥스러운 듯, 그리고 조금은 자랑스러운 듯 마치 어릴 적 사진을 보는 사람처럼 그는 추억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래서 굳이 말하자면 나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자'가 되고 싶은 기자랄까? 신문이란 매체가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나의 매체로서 그 힘을 가지고 많은 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는건 사실이니까. 신문기자로서 이 영향력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 그게 내가 처음 입사 할 때의 목표였지.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에 있고."

 순간의 평온한 그의 표정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부러웠다. 나는 어떠한 모습을 추구하고 있던가? 그저 눈앞의 일에만 조급해 어떤 것을 추구 하고 있는지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인 듯 했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이 났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기만 했다. 공허한 하늘에 대고 물어본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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