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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구매하는 카공족
  • 서영진 기자
  • 승인 2016.04.06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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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공족’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책이나 노트북을 가져와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7~8시간이 넘도록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이들을 줄여 일컫는 신조어다. 시험기간을 맞이한 대학가의 카페는 도서관에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로 모든 테이블이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다. 한 명이 여러 소지품을 펼쳐놓고 4명이 앉을 자리를 혼자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부에 열중한 이들 사이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눈총을 받기도 한다.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 위해 들어온 손님들은 눈치가 보여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다.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는 카페는 적정 매출을 유지하려면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엔 어느 정도 자리가 비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종일 자리를 차지하는 카공족 때문에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일부 가게에서는 카공족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카공족, 이들이 도서관이 아닌 카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백색소음 때문이다. 시카고 대학의 소비자연구저널에 따르면 백색소음(White noise)이란 카페 소음처럼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같은 양의 음성 주파수들을 합친 것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고, 스트레스는 낮춰준다고 한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의 무음 상태와 클래식 음악, 백색소음을 각각 들었을 때의 뇌파변화를 측정한 실험은 백색소음이 나오는 공간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무언가에 집중할 때 나타나는 세타파와 델타파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밝혀냈다. 
카페의 음악소리와 옆 사람의 대화 등 여러 소리가 합쳐졌다면 산만할 것 같은데 오히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니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빛의 합성을 떠올려 보라. 여러 색의 빛들을 모으면 결국 흰색, 즉 ‘백색광선’이 만들어진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음역이 합쳐져 의미가 없어져 소음자체가 무의미한 소리가 되어 오히려 편안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때문에 공부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일부러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빗소리, 바람소리, 카페소음과 같은 백색소음을 틀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카페에서 공부하면 왠지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라는 말이 사실임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공부와 조별과제 등을 위해 장시간 동안 카페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일부 카페에서는 카공족을 공략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한 1인용 좌석을 만들거나 사용시간만큼 돈을 받는 스터디카페 등 적정 매출을 유지하면서 카공족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백색소음이 카페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서영진 기자 seo0jin@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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