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기획
17회 창원대문학상 시 장려-허물상자

허물상자


조 성 연/인문대 국문학과 2학년

 

문득

나는 잊어버렸던 내 허물상자를 떠올린다

고통스런 새 봄이 올때면

차곡차곡 벗어두었던

그 허물들

아주 많은 봄을 만나고

아주 많은 허물과 이별했더랬다.

 

구석진 곳에 홀로 썩고 있던

그 허물 상자를 열어보니

나를 고스란히 닮은,

그러나 또 나와는 좀 다른 그 허물들이

나와 눈을 마주친다.

 

어떤 것은 퍼렇게 번쩍이는 주삿바늘에 엉엉 울었고

어떤 것은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기를 즐겼으며

또 다른 어떤 것은 아빠 볼에 입 맞추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나와는 퍽 다른 것들이다.

내가 입고 있는 겉껍질에는

그 여린 허물들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제는

단단한 겉껍질에 쌓여

어린 날의 희고 보드라웠던 여린 살갗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서글퍼져서

입맛만 쩍쩍 다시다가

허물상자를

도로

닫는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민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