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말장난

                                                                                                                   김명희/시인,경남문인협회 

이번 심사에서도 주제의 밀도와 실험성에 바탕을 둔 작품을 눈여겨보았다. 71 편의 작품을 읽고 예년보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사변적이며 모호한 시편들도 다소 보였다.

먼저 ‘만화’외 2편을 투고한 전성현과 ‘미, 빗물을 날다’외 2편을 투고한 정소윤을 주목했다. 두 학생 모두 시적 발상이나 화법이 새로웠다. 말라르메는 시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말’이라고 했다. 작가, 대상, 언어가 시의 3요소이듯, 시에서 절대적인 것은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는 삶의 떼가 묻어있다. 그 말을 따라 가다보면 우리의 현실은 오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전성현의 ‘만화’외 2편에서는 근본적으로 다의적인 시의 말맛을 잘 살리고 있다. 언어의 표면적인 의미와 시적 의미 사이에서 생기는 차이를 즐기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가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있다. 그의 말을 따라 가면 현대인의 곤고한 삶이 남루하지 않고 따듯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그의 말투의 힘이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의미 있는 말장난에 박수를 보낸다. 정소윤도 말놀이에 동참한 경우다. 그러나 대상을 투시하는 힘이 약간 부족하다. 그리고 투고한 작품(3편)의 수준이 고르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다음으로 ‘슬픈 기수’외 3편을 투고한 정양수와 ‘제주도 아침’외 3편을 투고한 이대근을 뽑았다. 정양수는 4편 모두 시적 대상이 관념적이었으며, 이대근 또한 주제를 밀고 가는 힘이 부족했다. 그간의 습작을 밑거름 삼아 더욱 정진을 바란다.

시의 맛은 말맛에 있으니 의미 있는 말장난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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