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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갈등, 밀양 송전탑의 미래는?126일 만에 다시 시작된 공사…한전과 주민의 의견 대립
‘늘그막에 영감, 할멈 마음 편히 살아보려 했는데, 난데없이 고압철탑이 웬 말입니까. 피땀 흘려 가꾼 이 논밭과 우리 목숨을 이 철탑과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2007년 정부가 북경남변전소에 전국 최대 규모인 756kV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승인한 이후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두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주민들의 갈등은 반복돼왔다. 그러다 지난 2일(수)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지 126일 만에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고 농성장인 움막을 철거하면서 주민들은 서로의 몸에 쇠사슬을 묶고 저항하는 등 현장의 경찰들과 대치하며 더욱 거센 항의로 공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영남 지역의 원활한 전력공급을 위해 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한전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고 싶지 않다는 주민. 송전탑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송전탑 문제가 진행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송전탑은 8년째 공사 중
기존에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시작한 밀양 송전탑 공사는 밀양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예정보다 이미 3년 이상 늦어졌다. 가다 서다를 되풀이하며 현재 8년째 진행 중인 논란의 공사는 신고리원전의 발전력 수송과 영남지역의 전력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신고리에서 북경남까지 총 90.5km구간에 765kV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송전탑 건설 계획 중에 있던 총 161기 중에서  109기가 완료된 상태이고, 현재 밀양시의 4개 면(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52기의 송전탑 건설만 남겨둔 상태다. 한전은 내년 여름철 전력피크 시기에 맞춰 신고리 원전 3호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이번 달부터는 공사 재개가 불가피하며, 이대로라면 영남지역의 전력대란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밀양 송전탑이 완공될 것을 가정해보면, 신고리 원전 3~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 560만kW가 안정적으로 공급돼 전력난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여름, 전국적인 전력난으로 전력예비력이 마이너스 103만kW까지 떨어지는 위기 상황까지 달했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도 밀양의 송전선로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목숨까지 거는 이유
그렇다면 밀양 주민들은 왜 이렇게까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주된 이유로는 환경파괴와 건강상의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송전탑이 건설되면 고압이 집과 학교 주변에 위치한 논밭 위로 지나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을 뿐 만 아니라, 자연 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밀양에 설치 될 예정인 765㎸ 송전탑과 같은 대형 송전탑으로, 일반 송전탑의 5배 크기인데다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이다. 만약 이와 같은 송전탑에서 나오는 고압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과 같은 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주민들은 더욱 거세게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해 1월에는 밀양의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이었던 이치우(74세)씨는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자 “내가 죽어야 해결된다”며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자살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공사 현장에서는 경찰과 대치 상황 중 격렬한 시위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 주민들은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으로 공사 반대만을 외치는 밀양 주민들을 두고 보상금 지급과 관련된 문제로 여기며 ‘지역 이기주의’라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목숨을 걸듯 시위에 매달리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이는 단순한 보상금 지급문제라기보다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인 것이다.     
무엇이 우선돼야 할 것인가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이 꼭 필요한 전기공사라면 사람이 살 지 않는 먼 곳에서 공사를 할 것을 바라고 있으며, 그럴 수 없다면 백지화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반대대책위와 국회, 정부, 한전의 합의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에서 40일간 우회송전(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지 않고 기존선로의 용량을 증설하여 신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는 작업)과 지중화(철탑과 전신주 등 공중선로로 연결돼 있는 6만6000V이상의 고압송전선과 가정용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작업)에 대한 기술적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9명의 위원 중 6대 3의 다수결로 우회송전과 지중화가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의 요구는 무산돼버리고 송전탑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화재현장에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다친 사람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순 없다며 무조건 귀를 막아버리는 식의 대책은 곤란할 것이다. 정말 필요한 선택이라면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먼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대화에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우선돼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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