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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불어닥친 학점대란 '학점 인플레'학점대란, 학점인플레에 대하여

 "평점 4.13인데 77등이에요."
 한 카페에 올라온 한숨 어린 문구다. 높은 학점에도 불구하고 등수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최근 조사된 바에 따르면 2009년 대학 졸업생 10명 중 9명이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81개 대학교의 2009학년도 졸업생 29만2000여명의 졸업평점평균은 A학점이 35.5%, B학점이 55.5%였다. 또한 주요대학교 재학생 A학점 비율로는 포스텍 54%, 서울대 49%, 숙명여대 44.3%, 한양대 42.3%, 한국외대 42.2%, 연세대 41.9%, 고려대 39.1%, 건국대 38.6%, 이화여대 38%, 동국대 37.9%, 중앙대 36.2%, 성균관대 35%, 서강대 33.4% 등이었다. 학점 인플레 현상이 극심해 지는 현재모습을 잘 드러내는 비율이다.
 학점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은 미국 및 영국 대학교에서 학점을 후하게 주는 현상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인플레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에 학점이 활용되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학점 인플레는 결국 대학의 학사관리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대학이 고교 내신 부풀리기를 이유로 수험생 성적을 불신하듯, 기업체 역시 대학의 학점을 믿지 않는 것이다.

대학가의 학점관리

 "옛날엔 안 그랬는데.." 새내기가 되었을 때 가장 많이 듣던 소리다. 1학년 때는 실컷 놀고 2학년 때부터 공부하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대학생들은 무결석출석을 시작으로 성적관리에 들어간다. 바로 취업을 위한 초석인 것이다. 학사관리에는 기본적으로 3단계 과정이 있다. 첫 번째는 우선 학점 잘 주기로 소문난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다. 상대평가에서는 효과가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한 1번 공식이다. 두 번째로 나쁜 학점을 받은 과목을 재수강하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이 학점세탁을 할 때 주로 쓰이는 방법이다. 졸업 전에 학점이 낮을 때 다 지우고 다시 과목을 듣는다. 세 번째는 컨닝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학점을 위해 한순간 양심을 잊는 학생들이 많다. 대학 강의실 안에 들어가면 책상과 벽에 온통 컨닝의 상흔으로 가득하다. 최근 우리대학에도 컨닝 방지를 위한 본부를 열어 컨닝 방지에 소리 높였다. 이러한 방법 외에도 족보 유출과 레포트 사이트의 성행 등이 있다. 여전히 레포트 제출 기간만 되면 1500원짜리 레포트는 불티나게 팔린다.

학점 기준의 모호함

 한 대학교의 미학개론의 수업에 기말고사로 한 줄의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었다. "미(美)란 무엇인가?" 이 답에 대해 고민하던 끝에 한 학생은 한 줄의 답을 제출했다. "미(美)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학생은 무슨 학점을 받았을까? "A". A를 준 교수는 "나도 평생을 공부했지만 미(美)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라고 했다. 다음 해에도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었다. 지난해의 '전설'을 전해들은 학생들은 모두 "미(美)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답했고 결과는 참혹한 F. 교수는 그 학생에게 "자네는 한 학기 동안 도대체 무엇을 들었는가?"라는 질책만 했을 뿐이다. 이러한 ‘카더라’하는 이야기의 말로서는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이 같은 학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아직 어떤 기준으로 이 학점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같은 답을 쓰고도 더 친해서 그것이 수업태도에 반영 되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러한 대학의 알 수 없는 학점은 정확한 평가기준이 밝혀지지 않는다는데서 문제가 대두된다. 그로인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학점조정기간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학점을 받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불만만큼이나 교수들의 고민도 늘어간다. 공정성을 입증할 무엇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학점 문제는 단순한 점수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평가제라는 극약처방전

 우리대학 역시 'A학점은 00%, B학점은 00% C와 F는 00%'라는 상대평가가 적용된다. 이러한 상대평가는 학점을 이러한 일정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은 1990년대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상대평가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상대평가제는 학점인플레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성적받기를 좀 더 어렵게만 하면 될 일이다. 상대평가제는 장점이 많다. 학사운영에 있어서도 편리하고 객관적인 성적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평가제라는 극약으로 인한 부작용 역시 늘고 있다. 한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출석률과 과제물 성취도가 모두 우수하고 중간, 기말고사까지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았다. 하지만 이 학생이 받은 성적은 B이다. 성적정정기간 때 교수님께 말씀드려 보았지만 학점 배정비율 때문에 정정할 근거가 없다. 또한 강의 인원이 20명이든 60명이든 그 인원에 맞추어 성적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우수 강의 집단에 속해 있는 학생들의 성적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몇몇 강사와 교수들 중 일부는 이러한 비율에 나누는 성적 산정을 부정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 교수는 "교수의 재량권에서 행사되는 교육권의 연장 선상에서 학점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공부하는 즐거움이 감소된다는 데 있다. 막 들어온 새내기들은 선배들에게 묻는다. "이 교수님 성적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과목명을 보고 흥미로 선택하기보다는 성적 잘 주는 교수님을 선택하고 정형화된 요령에 맞춰 성적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점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졸업생)역시 늘고 있다. 장미족은 장미처럼 화려한 스펙을 지니고도 오랜 기간 취업을 하지 못한 구직자를 이르는 말이다. 학력, 토익 그리고 학점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손에 쥐고 있는데도 왜 아직 취업을 못하는 것일까? 취업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경험'과 '열정'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학력이나 학점, 토익점수의 폐지를 내걸고 열린 채용을 고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경험이 가장 시급하며 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잡코리아에서 국내 기업 78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인성(69.1%)과 실무능력(62.9%)으로 보았다.
 결국에 학점인플레의 최대 피해자이자 수혜자는 학생들이다. 대학의 학점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으로서 평가받게 되는 현실이 온 것이다. 그만큼 쉽게 학점만을 따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키우는 대학생활을 하는 것이 취업에 있어서 가장 유리한 스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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