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창에 ‘대학 친구’를 검색해보면 ‘고등학교 친구와 대학 친구’, ‘대학 친구들은 정말 형식적인가요?’, ‘대학 친구란 정말 뭘까요?’와 같은 질문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런 글들로만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제목과 형식은 물론이거니와 모두가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대학 친구란 긍정적인 범위에서 벗어나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대학친구는 겉 친구’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수능을 앞둔 고3이 수능과 함께 걱정하는 문제가 바로 새로이 만나게 될 ‘친구’이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그곳을 위해 달려 왔는데,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속내도 제대로 터놓지 못하는 친구들뿐이라고 생각해보라. 아마 그보다 암울한 세상은 없을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을 터. 대학 친구에 대한 신뢰가 이토록 떨어지게 된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대학 친구에게 서운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공감하고 혹여나 자신의 행동이 반영된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 또한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마치 그에게 있어서 아무런 존재도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진다. 무슨 이야기만 하면 “○○이가~”라며 운을 떼기 때문이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말은 잘만 하면서 이미 그에게 친구는 ○○이 뿐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 뿐만 아니다. 대학 친구들과 MT를 갔을 때는 올리지도 않던 SNS 글이 중·고등학교 친구들만 만나고 오면 온통 그 친구들에 대한 글로 도배가 되어있다. 반가움과 행복함이 가득한 사진과 함께 말이다.

물론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반가움으로 교차되는 심정을 모를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나는 그 정도로 진한 사이가 아닌가? 그들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인가?’하는 서운함과 함께 그와 나눈 추억들에 회의감이 물씬 밀려오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나’의 존재가 무색해지는 순간, 우리는 섭섭함을 느낀다.

나는 구구절절 털어 놓는 반면, 그는 이야기를 하려다 무언가를 빼 먹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는 김이 빠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 “아니, 뭐 그냥….”이라며 흐름을 끊는 그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나만 이 친구를 뼛속까지 믿고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나는 비밀 이야기도 해주며 그와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려 하는데, 정작 그는 나를 그만큼 믿지 못하고 있기에 털어놓지 않는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했던 “네가 최고야, 그래서 말해주는 건데…”라는 말을 다른 친구에게도 똑같이 하며 말문 트는 것을 보게 된다면, 그 때의 상실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 나에게만 할 줄 알았던 말과 행동이 다른 친구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보이는 순간 ‘그저 우리는 한낱 동기일 뿐인 것일까?’란 생각과 함께 우리는 섭섭함을 느낀다.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나 그가 힘들어하는 순간에 나는 항상 그의 의견을 들어주며 곁을 지켰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일은 뒷전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기 바쁘다. 나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에게 달려갔는데 말이다. 그가 필요로 할 때 내가 곁에 있었던 것을 까맣게 잊은 것인지, 이미 나는 보이지도 않는 순서로 밀려나있다.

또한 나를 필요로 할 때, 예를 들면 필기 공책이 필요하거나 과제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만 그는 내게 친한 척하며 다가온다. 하지만 그 또한 필요한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린 가까이 하기에 이미 멀어진 사이가 돼있다. 그렇다고 빌려주지 않으면 나는 ‘혼자 공부해서 학점 잘 받으려 하는’, ‘치사한’이라는 별칭이 붙어 버린다. 그에게 있어 우리는 친구가 아닌, 그저 ‘경쟁자’의 관계가 돼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베푼 ‘도움’이 그에게 ‘이용’된 것이라 생각 드는 순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섭섭함을 느낀다.

오지 않고 가지도 않을 것만 같던 2015년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여러분의 주변을 둘러보라. 분명 여러분의 곁에는 예나 지금이나 소나무처럼 변치 않고 옆을 지키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를 함께 진학한 친구가 아닌, 대학 입학 후에 만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여러분이 ‘대학 친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친구들에게 있어서 여러분 또한 ‘대학 친구’라는 범주 안에 속한다. 언젠가 내가 서운하게 느꼈던 행동을 똑같이 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론 야간자율학습하며 여러 수업까지, 한 교실 내에서 오랜 시간을 억지로라도 함께 보내야만 했던 중·고등학교 친구와 이제 갓 만난 대학 친구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대학 친구가 중·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와는 ‘다른’ 정도가 아닌 ‘틀린’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지금 이 순간, 여러분에게 감히 이 한마디만은 꼭 해주고 싶다. 당장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을 잊지 말라. 어느 누구 하나라도 지나친 편견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일삼는 여러분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다정 기자 dajeonga@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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