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2013년 3월 2일, 3월 5일, 3월 7일. 이 날짜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작년부터 시작되어 최근 5개월간 구미시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특히 작년 9월에 발생했던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는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은 재해였다. 위험한 물질인 만큼 빠른 대처를 통해 사고를 수습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늑장대응으로 2차 피해도 발생했다. 동식물이 죽고, 공기중으로 퍼져나간 불산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은 환자가 3000여명에 일렀다. 구미시민들은 여전히 이 재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산업단지 내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의식 확보가 중요시 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여수 산업단지 내 대림산업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난치병, 안전불감증
전남 여수시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 석유화학산업 단지가 있다. 이 산업단지 공단은 폭발 및 화재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67년 처음 조성된 이 단지는 46년간 크고 작은 사고 280건이 발생해 110명이 사망했다. 역대 여수산단의 대형 폭발사고는 1989년 1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던 럭키화학 폭발사고가 최악의 사고였고, 2000년 7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던 호성케멕스 폭발사고가 두 번째로 최악인 사고였다.
 그리고 지난 14일 오후 8시 51분쯤 여수 산업단지에서 또 하나의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대림산업의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저장탑에서 두 차례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아 현장에 있던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였다. 여수에 공장을 둔 대림산업은 고밀도폴리에틸렌 공장에 높이 30m짜리 폴리에틸렌 분말 보관 사일로 8개를 운영 중이다. 대림산업의 지시에 따라 협력업체 ‘유한기술’ 소속 근로자 41명은 사일로 정기점검 첫날인 지난 14일 사일로에 투입됐다. 문제는 인화 물질을 함유한 폴리에틸렌 분말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한 것에 시작이었다.
 폴리에틸렌 분말은 공기 중에 떠돌거나 표면에 부착된 상태에서도 인화성 가스를 배출하는데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물청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날 사고 현장에서는 물청소를 하지 않아 남아있던 분말에서 가연성 가스가 배출됐고, 늦은 밤 용접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화를 당했다고 추정된다.
 자세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여수산단 폭발사고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현재 대림산업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고 원인과 회사 측의 과실 유무 등에 대한 확인 작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이 낳은 연이은 인재(人災)들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확보와 허술한 재난안전 관리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하청과 재하청, 해결책은?
여수산단 업체들은 시설은 계속해서 증대시키면서 오히려 정규직을 축소하고, 하청을 이용하여 대형 산업안전사고와 환경재해를 불러 주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켜 왔다. 실제 이번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피해자의 대부분은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을 통해 불러들인 단기 계약근로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대림산업과 하청인 유한기술 모두 용접작업 안전기준 준수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이런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폴리에틸렌 분말이 담긴 탱크는 폭탄이나 다름없음에도 제대로 된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고는 기본 안전수칙인 물청소만 했어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청소는 잔존해 있는 분진은 물론 공기 중에 노출됐을 가스 등 유해물질을 깨끗이 제거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본수칙이다. 더군다나 여수산단은 시설이 노후화되어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는 여수산단 뿐만이 아니라 1960년대부터 가동되어온 대부분의 공장들이 대형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막상 안전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책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여수산단은 안전사고에 대한 간담회를 꾸준히 열고 있으나 이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공장들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얼마든지 있다. 종합방제센터의 설치가 대표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재난을 방지함에 있어 산업단지에 필요함에도 서울에만 유일하게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환경감독권의 일원화, 정규직 채용의 확대, 명예 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등이 있다. 이들 중 어느 것 하나 최선책이라고는 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기능적인 현장 지도점검이나 형식적인 관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하는 엄격한 법의 시행과 현장 근로자 중심의 관리정책을 실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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