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를 말한다면“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쪽에 빛이 있어요! 구멍이 난 것 같아요!’그러면 대중이 ‘어? 빛이 있어요? 이쪽으로 나가면 밖에 빛을 볼 수 있어요?’라고 알게 해 주는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문화평론가라는 직함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문화평론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주고자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무엇인가를 평론하고 비평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글을 쓰되 대중의 생각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설명해주는 것이 문화평론가이다. 대중이 보지 않는 시선으로 설명해놓은 글을 읽어보면 뒤통수를 몇 대 맞은 느낌이다. 대중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콕콕 찔러 또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가 되기까지
 겸손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그의 프로필을 보면 글을 아주 잘 쓰고 공부도 잘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그는 어릴 적부터 문화평론가가 꿈이었을까? “당연히 아니죠.(웃음) 왜냐하면 문화평론가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그 당시에 이 직업이 없었어요. 근데 이제 한국사회에서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대중문화를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때론 설명하고, 해석하는 그런 게 필요해 진 거죠. 실제로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생각 했을 리는 당연히 없고 어떻게 하다 보니깐 여기까지 온 거죠(웃음)”그렇다면 문화평론가로 가는 과정은 어땠을까? “되게 우연하고요. 이것밖에 할 게 없었다는 느낌?(웃음) 그때는 시위를 많이 할 때여서 그런 곳을 많이 쫓아다녔었고 그런 고민이 많았었죠. 내 개인적인 비전이나 삶의 직업이나 어떻게 먹고살지의 고민이 아니라 시대적인 고민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졸업할 때쯤 돼서야 ‘이제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을 좀 했죠. 제가 잘할 수 있는, 그나마 관심이 있는 게 신문사 생활, 책을 좋아한다는 거, 거기에 문학도 포함되고 또 하나는 사회적인 다양한 현상들에 관심이 되게 많이 쓰였어요. 그런 게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학교 신문사나 대학에서 쌓아왔던 학문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대학원에 가서 제 주변에 있던 몇몇 선배들과 그때 만난 교수님들 등 윗분들과의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구나! 내가 이걸 하면 내가 되게 재밌게 할 수 있겠구나!’하는 거를 찾은 거죠. 그게 바로 문화라는 영역이었죠”

문화평론가란
“제가 생각하는 문화평론가는 조금 달라요. 제가 생각하는 것은 대중들의 무의식 속에 담겨있는 동시대적인 어떤 정서를 끄집어내 주는 사람. 대중들이 때로는 미처 아직 생각해 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 것,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설명해주는 사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이쪽에 빛이 있어요. 구멍이 난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는 정도?‘어? 빛이 있어요? 이쪽으로 나가면 밖에 빛을 볼 수 있어요?’라고 할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가 바뀌고 있잖아요. 제가 봤을 때는 문화평론가라는 직함을 국한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넓은 의미의 비평가 또는 평론가 요즘은 작가, 그냥 통틀어서 영역 같은 게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문화평론가는 조금 다른거죠. TV평론가나 드라마평론가나 음악 평론가, 영화평론가는 개별 장르를 가지고 하는 거잖아요. 그니깐 특정한 드라마는 드라마고 영화는 영화고 음악은 음악인거죠. 제가 생각하는 문화평론가라는 것은 그 영역을 관통하는 거거든요. 보통 ‘가로 지른다’라고 많이 표현 하는데 그 속에서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공통점의 기반인 공통의 정서, 공통감각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찾아내고 이야기해 주는 거죠. 때로는 해석하는 것이며 그게 우리 시대의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우리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개념이라는 거죠”

무언가를 평가하고 평론하는 일이 사실 재밌어 보이진 않는데
“저는 재밌어요. 글을 읽고 평소에 생각했던 가벼운 것들이‘이 속에 이런 의미가 있었어? 이 속에 이런 생각들을 할 수가 있구나! 아..내가 긴가민가했는데 이런 거구나!’이런 느낌을 받는 저로서는 그게 큰 재미였어요.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것들을 만나게 하는 것. 서로가 동떨어져 있는 것들, 남들이 보기에는 이것과 이것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데 때로는 그걸 연결해주는 거죠. 그 재미가 아주 쏠쏠하죠”이어“저는 글을 아주 잘 쓰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글 잘 쓰는 것은 남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맞는 것 같아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나중에 자기가 여러 번 글을 써보는 것,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뭐냐면 평론 쪽에 글을 쓸 때는 소설이나 시, 이런 쪽하고는 조금 달라요. 그쪽은 많이 써 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평론이랑 비평 쪽은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생각이 더 중요해요. 생각! 어떤 글을 쓸 것인지가 그게 훨씬 더 중요해요. 왜냐하면 평론이나 비평 글은 그 안에 그 사람만의 시각이나 입장이나 관점, 독특한 감각이나 그런 게 들어가 있지 않으면 글이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평론가는 자기만의 새로운 관점을 내세우지 않으면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 시 읽고 소설책정도 읽는 게 아닌 이론적인 철학적인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이다. "글 쓰는 것에 뭔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들은 제가 봤을 때는 그 무엇보다도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공부라는 게 지식을 쌓고 누가 그 일을 했고, 역사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 등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텍스트, 그니깐 책과 계속 같이 해나가는 과정! 그게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읽어나가는 과정. 책을 읽고 요약 정리하는 것이 아니고 읽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 강의
 “전 지금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요. 제가 아주 부지런하지는 못해서 그런 걸 생각만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서 제가 주로 하는 얘기는 어차피 내가 살아가는 사회인데 이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때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게 가장 중요한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바뀌어야 하고 내가 좀 달라질 필요가 있죠. 현재 20대 초반의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취직도 안 되고 앞날이 너무 암울하게 등록금도 비싸고 온갖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인 사회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죠. 때론 정체성의 문제까지. 이 문제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 돌파는 다른 게 아니거든요. 내가 힘을 가져야 해요. 그 힘이라는 게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 나만 성공하겠다는 그런 힘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이 시대의 흔들리지 않겠다는 힘이에요”
글이 사람의 사고방식의 틀을 깨트리는 현상은 놀라운 일이다.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모든 면을 공부하며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설명해주는 문화평론가들을 어찌 글만 쓰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의 영역을 관통할 수 있는 것은 문화평론가라고 말한다. 이 시대의 모든 사람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책 속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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