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속 시각장애인의 모습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던 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극 중 오영(송혜교 분)은 대기업의 유일한 상속녀로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지성까지 겸비해 마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시야의 한가운데만 점처럼 희미하게 보이고 주변부의 시력을 잃은 터널시각장애인으로 늘 차갑고 외로운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러다 문득 시각장애인인 오영이 킬힐을 신고 등장하는 모습에서 의아함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높은 구두를 신고 생활한다는 것이 뭔가 잘못된 설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스스로 화장을 하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심지어는 혼자 수영장에서 능숙하게 수영을 하는 장면까지 나오게 되면서 상식의 틀을 깨는 논란거리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실제 극 중에서 오영이 수영을 한다는 말을 들은 진성(김범 분)도 "근데 맹인이 뭐? 수영?"이라고 말했듯, 아마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마음속에 담아 두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다면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마치 어느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우리 사회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애인에 대해 암묵적으로 핑계를 댄다. 논리적이거나 그럴듯한 이유가 아니라 단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하기 일쑤다. 사실 내가 장애인의 입장이 돼보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그들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먼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다. 또한, 우리의 이웃임과 동시에 언젠가는 나도 그들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위협하는 어두운 사회

 TV를 틀다 보면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자살소식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극심한 생활고와 더불어 편견이라는 벽에 부딪히다 결국 개인은 물론 일가족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장애인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장애인을 위한 정부의 복지 예산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장애인복지 예산 비중은 0.12%로 OECD 국가들의 평균(2.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과 함께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사회적 낙오자로 전락시켜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처럼 장애인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에 한 번, 그리고 실질적인 복지혜택 역시 부족한 현실에 결국 장애인들은 또 한 번 좌절하고 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다르지 않아’

 지난 방학기간 중에는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06개국에서 3000여 명의 지적 장애인들이 함께한 스포츠 대축제 평창 스페셜올림픽은 금·은·동메달 뿐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메달보다 값진 리본을 수여해 ‘도전’의 큰 의미를 세상에 알렸다.  특히 이번 대회는 ‘Together We Can(함께하면 할 수 있다)’이라는 슬로건으로 스포츠를 통해 지적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무한한 가능성을 그려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승패보다는 지적장애인의 도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림’에 의미를 둔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을 모두 쏟아내 손끝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집중하는 피겨 선수들의 연기, 골을 넣기 위해 협동하는 플로어 하키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순수한 땀의 가치는 너도나도 같다고 느끼듯이, 다름을 존중하는 포용의 관점으로 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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