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 사기 사건이 빗발치며 부동산 거래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전세 사기란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예방법엔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1. 전세 사기가 대체 뭐길래?
전세란 ‘전세보증금’을 기반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부동산 임대 방식이다.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일정 기간 집을 사용할 권리를 얻기 위해, 건물의 가치에 상응하는 큰 금액인 전세보증금을 우선 지불한다.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전세보증금은 보통 해당 주택 시장 가치의 50%에서 80% 사이며, 지역이나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전세 임대의 과정은 시장조사 > 주택 선택 및 확인 > 전세금 협상 > 계약서 작성 및 검토 > 전세보증금 지급 및 입주 > 계약 만료 및 전세보증금 반환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전세 사기란 무엇일까? 전세 사기란 전세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부동산 거래 과정 중 발생하는 사기 행위를 뜻한다. 전세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다양한 전세 사기가 발생해 임차인들에게 심각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전세 사기의 유형에는 ▲깡통전세 ▲대항력 제도 악용 ▲이중계약 ▲중복임대 ▲신탁사기 등이 있다.
깡통전세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비싸, 집을 팔더라도 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깡통전세라고 모두가 전세 사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이를 이용해 임차인을 속이고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전세 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대항력 제도 악용의 경우는 임대차보호법과 관련깊다. 임대차 계약은 채권계약으로 당사자 간에만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차인이 전입해 있다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이를 승계한 자에게도 효력을 주장할 수 있도록 대항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대항력의 경우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맹점이다. 이를 악용해 대항력 효력이 발생하기 전,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설정해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기유형이다.
이중계약은 임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이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고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인 것처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 사기 수법이다. 대리인이 임대인의 위임대로 계약하지 않고 중간에서 임차인을 속이는 것이다.
중복임대는 처음부터 세입자의 보증금을 노리고 집 한 채에 대해 여러 건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입주하기 전까지 타인과 계약한 사실을 알 수 없어 입주 후에서야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탁사기는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위탁한 신탁자가 수탁자(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가져가는 것이다.

2. 전세 사기, 그 현황은?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전국 총 1만 9,350건으로, 2022년 5,443건의 4배 수준이다. 사고액은 총 4조 3,347억 원으로 1채당 평균 2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자료이므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을 감안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피해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경기 부천시였다. 지난해 보증금 반환 사고 건수는 1,780건으로 피해 금액은 3,964억 원이었다. 이어 서울 강서구는 1,566건으로 3,832억 원, 인천 부평구는 1,590건에 3,109억 원, 인천 미추홀구는 1,620건에 2,890억 원의 피해 규모였다. 사고 증가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 계약 기간은 통상 2년인데, 전셋값 급등기였던 2022년에 체결한 계약의 만기가 올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올해 1월 한 달간 집계한 전세 반환보증 사고액은 2,927억 원으로 전년 1월 사고액인 2,232억 원보다 31.1% 증가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진행한 전세 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 결과에서 연령별 피해자 수는 30대가 1,06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20대가 563명이었다. 주택유형별 비중은 ▲다세대 주택 57.2% ▲오피스텔 26.2% ▲아파트 14.8% ▲단독주택 1.8%였다. 금액별 피해자 수는 1억에서 2억 원이 1,008명으로 가장 많았고 5,000만에서 1억 원이 999명, 2억에서 3억 원이 422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세 사기의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정부가 지난해 6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을 시행하고 약 9개월이 흘렀다. 765명이었던 전세 사기 피해자는 올해 1월 말 기준 1만 3,000명으로 17배 불어났다. 하지만 이 중 피해 주택을 낙찰받거나 피해보상을 받는 등 구제 절차가 마무리됐거나 종결을 앞둔 피해자는 199명으로 1.5%뿐이다.
전세 사기범의 처벌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다. 법원이 전세 사기범에게 법정 최고형을 잇달아 선고하면서 현행법상 더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없는 문제가 제기됐다. 오기두 인천지법 형사1단독 판사는 지난달 7일 150억 원에 가까운 전세 사기로 구속 기소된 ‘건축왕’ 남모 씨에게 징역 15년형을 결정한 뒤 판결문에서 “사기죄 처벌 한도가 징역 15년에 그쳐 악질적인 전세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세 사기는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도 50%까지만 가중 처벌된다. 아무리 피해 규모가 크더라도 징역 15년 초과의 처벌은 헌법상 불가능하다.

3. 전세 사기가 문제인 이유?
전세 사기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심각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 사기의 경제적 영향이다. 전세 사기의 직접적인 피해는 임차인의 재정적 문제다. 대부분의 전세 계약은 큰 금액의 전세보증금이 포함되며, 이는 임차인 개인이나 가정의 전체 자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기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면 피해자는 단순 금전적 손실을 넘어서 주거 불안정, 생활비 부족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전세 사기 사건이 늘어나면 주택 시장 전반에 걸쳐 불안정성이 증가한다. 임차인들은 전세를 통한 주거 선택에 더욱 신중해지며,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거래가 감소할 수 있다. 전세 사기의 위험성 때문에 전세보증금 보험 가입률이 증가하거나, 보험료가 상승하는 등의 부수적인 경제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사기의 위험을 피하려는 행동은 시장 가격에 비정상적인 변동을 일으키며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왜곡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 신뢰가 훼손된다는 점이다. 전세 사기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신뢰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계와 관련된 사회적 신뢰를 상실한다. 사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전반적인 주택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또한, 법적·제도적 자원의 낭비도 무시할 수 없다. 전세 사기 사건의 증가는 경찰, 법원 등 공공 자원에 대한 부담을 가증시킨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영향이다. 전세 사기는 금전적 손실 외에 심각한 심리적 피해와 사회적 약자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경제적 손실 외에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 등을 겪게 된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나 이제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사회초년생 등 사회적 약자들은 이러한 사기의 위험에 더욱 취약하고 피해 발생 시 회복이 어렵다.

4. 전세 사기, 이제 그만!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한 방법에는 6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중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인가한 부동산 중개업소와 사용권을 보유한 중개인은 거래의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질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등록된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중개인의 신원을 확인해 해당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 협회에 등록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부동산 및 소유주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소유권이나 권리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 가압류, 임대차 등기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을 진행하기 전에 실제 소유주와 직접 만나거나, 신분증과 등본상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세 번째로는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전세보증보험은 전세 사기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파산이나 금융 문제로 인한 전세금 반환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보호 받을 수 있다.
네 번째로는 계약서 내용을 철저히 검토하는 것이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 특히 전세보증금 반환 조건과 계약 해지 조건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불분명하거나 불합리한 조항은 확실히 협상 후에 계약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법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에게 계약서 검토를 요청해 법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 더 좋다.
다섯 번째로는 비정상적인 금전 요구에 주의하는 것이다. 계약 완료 전 큰 금액의 선입금이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엔 사기일 가능성이 있다. 모든 금전 거래는 정식 계약 체결 후에 진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기 신고와 정보 공유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고 관련 기관에 알려 사기 피해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조치하고, 계약하기 전에도 전세 사기 관련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어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 우선 현재 법적 제도 내에서 전세 사기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사기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전세 보증보험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전세 보증보험은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가입을 촉진해야 한다.

전세 사기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우리 사회의 주거 안정성과 신뢰에 근본적인 위협을 가하는 문제다.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법률 그리고 사회 전체의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합쳐져 전세 사기에 대응해야 한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지속해서 발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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