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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등 돌린 축구팬
  • 정주영 수습기자, 박소현 수습기자
  • 승인 2022.11.21 08:00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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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구 축제, 카타르 월드컵이 오늘 21일(월)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 달간 열린다. 22번째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사상 최초 중동 아랍 지역 개최와 겨울 개막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은 점차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변하고 있다.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된 지난 2010년부터 줄곧 카타르의 인권 탄압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며 곳곳에서 보이콧 선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월드컵이 어째서 축구 팬들의 등을 돌리게 했을까. 그 자세한 내막을 알아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들
카타르 월드컵은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월드컵 개최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2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당시 카타르는 6표 차로 미국을 누르고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2014년 6월,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당시 FIFA 관계자들에게 카타르를 지지하는 대가로 500만 달러의 뇌물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해당 의혹을 조사한 FIFA 윤리위원회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혐의로 조사를 종료했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2015년 미국 법무부는 스위스 검찰과 공조해 FIFA 간부 7명을 체포했고, 이에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사임했다. 2019년에는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 회장이 비리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긴급 체포된 후 풀려났다. 최근에는 한 내부 고발자에 의해 카타르를 투표한 14표 중 3표가 매수된 표라는 주장이 나왔다. 카타르를 지지하는 대가로 FIFA 집행위원 세 명이 각각 150만 달러(한화 20억 원)를 받았다는 뇌물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나온 의혹들을 모두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이 밖에도 카타르는 이주 노동자들을 가혹한 근로 환경에서 노동을 착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공사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열악한 작업 환경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카타르 월드컵은 수도 도하를 중심으로 인근 5개 도시의 8개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른다. 카타르는 2010년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경기장 건설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도로, 상하수도 시설 등 주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에 동원된 노동자는 180만 명에 달하지만, 카타르는 인구수가 300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나라로 노동자 대부분 케냐,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파키스탄 등 인근 지역에서 온 이주 노동자다. 이들은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물과 충분한 휴식, 제대로 된 잠자리를 제공 받지 못한 채 일주일에 70시간씩 일해도 카타르 평균 임금의 2%에 달하는 임금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프랑스 인권 단체인 셰르파와 CCEM은 이주 노동자들과 카타르 경기장 건설을 담당한 프랑스 건설회사 빈치의 계열사 VCGP를 고소했고, VCGP는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노동자의 인권 탄압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성 소수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랍국가인 카타르는 이슬람의 종교 율법인 샤리아 율법에 근거해 혼외정사와 동성애, 성전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적발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거나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 법률은 카타르를 방문한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자국 내에서 행해진 범죄에 대해 행위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의 형법을 적용하는 속지주의 때문이다. 나세르 알 카테르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혼외정사를 비롯해 공개적 애정 표현도 금지한다고 말했고,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대사는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는 혐오 발언을 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카타르를 방문하는 성 소수자들의 안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로 보이콧 확산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 세계 각국에서 각양각색으로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카타르의 인권탄압에 대해 출전국 최초로 공식 성명을 낸 호주 축구협회는 국가대표 16명의 흑백 영상 메시지와 함께 성명을 발표하며 카타르 정부에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덴마크 축구 대표팀은 새 유니폼에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착용할 홈 유니폼에 축구협회 엠블럼과 후원사 로고 등을 유니폼 색상과 같게 해 눈에 띄지 않게 했으며 서드 유니폼은 검은색으로 제작해 애도의 뜻을 담았다. 또한, 덴마크축구협회는 이번 달에 덴마크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 중 득점 시마다 카타르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적립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 동안 1골당 10크로네(한화 1,890원)를 적립해 모인 기부금은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BWI)에 전달해 카타르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쓰여질 예정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대표팀 선수들은 카타르의 성 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완장을 차기로 했다.

선수들에 이어 팬들도 보이콧에 동참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팬들은 지난 25일(화) 열린 리그 경기에서 ‘축구 경기 시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보이콧 카타르 2022’라고 적힌 현수막을 관객석에 걸며 보이콧을 요구했고 독일의 주점 2곳도 자체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독일은 술집에서 축구 중계방송을 함께 보며 응원하는 문화가 있는데, 점주는 윤리적 관점에서 양심을 지키고 싶다며 주점에 중계방송을 틀지 않기로 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프랑스는 파리를 시작으로 마르세유, 릴,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등 다수 도시에서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거리 응원을 보이콧한다고 발표했다.

카타르와 FIFA의 입장
카타르 월드컵 조직 위원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앞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된 하청업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블랙리스트 제도 등 광범위한 개선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불법 노동 사례를 인정했으나 최근 수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강제 퇴거당해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카타르 정부는 해당 논란에 대해 “해당 지역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월드컵과는 상관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인권 침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동자 인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질의를 받은 FIFA는 이에 답변하지 않았고,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정부에 문의하라는 태도를 보이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한 인권 탄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FIFA가 참가국에 보낸 서한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본 서한은 논란을 일축하고 축구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파트라 사무라 사무총장은 32개 참가국에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우리는 모든 의견과 신념을 존중하고자 한다. 특정 사람이나 문화, 국가가 다른 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상호존중과 차별 없는 문화의 초석”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또한 배경이나 지역, 성별, 성 정체성,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고 밝힌 카타르의 입장이 재차 서술돼있었다. 국제앰네스티의 스티버 콕번 경제·사회 국장은 “세계가 축구에 집중하게 만들려면 인권 문제를 카펫 아래로 숨기지 않고 들추는 것이 간단한 해결 방안”이라며 FIFA의 서한에 비판했다.

스포츠 워싱으로 변질한 월드컵
스포츠로 국가 이미지를 좋은 방향으로 세탁한다는 의미인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논란 또한 일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여러 스포츠 개최국들이 스포츠 행사를 자국을 홍보하는 데 치중하고 국가 내·외로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워싱으로 여러 논란을 덮는 것이 되려 역효과라고 전망했다. 고문과 인권 침해로 논란이 있었던 동유럽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은 과거 석유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로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 결승전을 연달아 유치했다. 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내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스포츠로 집중시켜 논란을 일단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스포츠 워싱이라는 말 또한 해당 사례를 통해 알려졌다.

FIFA가 월드컵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는 것은 스포츠 워싱으로 이미지를 탈환하려는 국가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FIFA 측은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시위 및 의사 표현을 금지해 스포츠 관련 이외의 문제는 집중할 수 없도록 했다. 이가 논란이 돼도 월드컵이 시작되면 전 세계는 승패와 국가 순위에 집중해 수면 위로 떠 오른 논란이 어느샌가 가라앉게 된다.

스포츠 워싱 논란은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더욱 과열되고 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가 카타르의 꼬리표 중 하나다. 카타르 인구 300만 명 중 약 85%가량은 외국인 노동자이므로 카타르 내 인권·노동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카타르는 국력을 과시하고, 정권의 이익을 얻기 위해 약 28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단위의 예산으로 월드컵을 유치 중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개최될 때마다 항상 논란은 일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의 의미는 인종과 언어 등 그 어떤 장벽 없이 지구촌 이웃 간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인종, 인권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갈수록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의 의미는 무색해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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