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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린 밤, 불평등한 죽음에 대해
  • 안보영 기자
  • 승인 2022.09.05 08:00
  • 호수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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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부터 중순까지 115년 만의 기록적 집중호우가 수도권과 강원·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됐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집중호우로 지난 13일 (토) 기준 사망자는 총 14명이었다. 그 중 4명은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서울 관악구 일가족 3명은 폭우로 인해 현관과 방범창이 막혀, 동작구 주민 1명은 반려견을 구조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집 안에 물이 가득 들어차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경찰과 시민이 구하는 영상도 SNS를 통해 공유됐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지하·반지하 형태의 주거지에서 더욱 극심하게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는 시 내 대용량 저류시설 확충 사업을 재추진하고, 20만 가구에 달하는 지하·반지하 형태의 반지하 주거에 ‘주거 목적 용도 전면 불허’라는 반지하 퇴출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반지하 형태의 주거가 주목받음에 따라 일명 ‘반지하 감성’이 라는 단어도 언급되고 있다. 반지하 주 거 형태는 어떻게 생겨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봤다.

 

반지하, 어떻게 생겨났는가?

반지하란 건물바닥에서 지표면까지 높이가 해당 층의 1/2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창문 너머로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이 잘 보이고, 내 공간이 바깥에서 훤히 들여다보이고, 곰팡이는 일주일 만에 천장까지 덮어 버리며 습기는 잘 빠지지 않는 반지하 주택. 반지하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반지하 거주자들을 위축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도 존재한다. 이러한 거주 형태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1970년 건축법 개정으로 제22조의3 「주택의 지하층 설치 의무화」에 따라 주택의 지하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후 1975년 건축법 제2조에 따라 ‘지하층 바닥에서 지표면 높이가 천정 높이의 2/3 이상일 것’으로 변경됐다. 당시 지하층은 전쟁을 대비한 방공호 시설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일자리 를 찾아 모이는 서민들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 해 당해 지하층에 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고, 1984년에는 바닥 면으로부터 지면 의 높이가 1/2로 변경돼 지상과 지하를 반씩 걸친 지금의 ‘반지하’ 형태가 나타났다. 즉 방공호 라는 피난처를 선두로 한 지하층은 오늘날 일종의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도시연구소의 「서울 반지하 거주 가 구 실태 분석 보고서(2020.02)」에 따르면 반지하 가구 평균 거주 기간은 4.8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2020년 11월 1일 전국의 20% 표 본 가구를 조사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가구 중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는 1.6%로 32만 7천 가구다. 지하 및 옥상(옥탑) 거주 비율은 29세 이하가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시도별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 비율은 서울 5.0%(20 만 1천 가구), 인천 2.1%(2만 4천 가구), 경기 1.7%(8만 9천 가구) 순으로 수도권에서 높게 나 타났으며, 경남은 1%다. 점유 형태는 지하(반지하)와 옥상(옥탑) 거주 가구의 경우 월세가 51.1%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지상의 경우 자가 58.0%, 월세 22.4%, 전세 15.4% 순이었다.

 

최저주거기준에 대하여 반지하는?

반지하는 사라지게 될까? 치솟는 물가와 집값, 취업난에 반지하 주거는 합리적 선택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번 폭우뿐만 아니라 폭염, 채광, 위생 및 화재 등 취약점과 사고가 지속 드러남에 따라 반지하, 쪽방, 고시원 등 주거 형태의 최저주거기준 강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5월 27일 시행된 국토해양부공고 제2011-490호의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주거기준’에 관한 지표다. 국토교통부 주거 실태조사에서 2020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전국 4.6%로 나타났다. 2008년 12.7%에 비하면 비율 그 자체는 많이 줄었으나, 질 자체가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위 법령 제4조(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에는 ‘주요 구조부의 재질은 내열·내화·방열 및 방습에 양호한 재질이어야 한다’, ‘적절한 방음·환기· 채광 및 난방설비’ 등이 언급돼 있는데 ‘양호한 재질’, ‘적절한’의 기준 자체가 모호할뿐더러 구체적인 기준은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 ‘해일·홍수·산사태 및 절벽의 붕괴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하여서는 아니된다’ 라는 조항 역시 ‘반지하’라는 주거 형태 특성상 충족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보인다. 최저주거기준에 따라 부엌, 침실, 화장실 등을 합친 최소 주거 면적은 14제곱미터이다. 공공임대 중 비싼 축에 속하지만, 품질을 보장하겠다고 한 행복주택마저 최저주거기준을 적정기준처럼 활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2016년, 2019년 총 3차례에 걸쳐 최저주거기준 조정을 권고했으나 2011년 개정·공표된 이후 현재까지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반지하, 사라질까?

이번 집중호우처럼 하수처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비가 한 번에 쏟아질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은 반지하다. 물이 순식간에 집 안을 가득 채울 뿐만 아니라 수압 때문에 문은 열리지 않고, 지하라는 이유로 설치한 단단한 방범창 때문에 창문으로 대피하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기습적 폭우로 지하주택 약 1만 8,000 가구가 물에 잠기는 일이 일전에도 있었다. 이에 2012년 침수 우려 지역에 반지하 주택을 새로 지을 수 없도록 건축법이 개정됐고, 서울시는 ‘침수 취약 가구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후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수해 피해 가구 모두 해당 서비스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았고, 반지하 주택은 점차 늘어만갔기 때문이다.

적절한 주거기준 및 안전 보장에 대한 욕구가 분명해진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6일(화) 공급대책과 함께 반지하를 포함한 ‘재해 취약기 준 주택 해소대책’을 발표했다. 제일 취약한 주 택을 매입해서 공공 임대 주택으로 리모델링해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해 더 이상 주거용으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매입이 어려운 주택은 침수 방지 시설이나 여닫이식 방범창 등 설치를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임대 물량도 비정상거처 거주자 우선 공급을 지난해 6천 호 수준에서 연간 1만 호 이상의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국 37만 7천 가 구의 반지하 주택 중 서울에만 20만 1천 가구의 반지하가 있다.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하기 는 어려울뿐더러 어떤 주택이 가장 취약한 주택 으로 선정돼 매입될지 귀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향후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주택공급대책 역시 발 표됐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사고 직후 반지하 세대를 순차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건축허가 시 지하·반지하의 주거목적 용도는 전면 불허하는 ‘반지하주택 일몰제’를 추진한다고 지난 10일(수) 발표했다. 이미 지어진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최대 20년 기한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애겠다고 했다.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 구역에도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반지하, 살고 싶어서 사나요?

'20년 내 반지하 퇴출’, 비현실적이라는 말도 많다. 이번 수해처럼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사고는 당장 내년에라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처럼 수요는 높은데 공급을 급격하게 줄일 경우 주거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려 저소득 주민들의 주거 여건이 더욱 악화될 위험도 존재 한다. 특히 서울에 일자리를 찾아 올라오는 근로자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지상층은 부담이고, 조금이라도 임차료가 싼 집을 구하려는 취약 계층은 설 곳이 없어진다. 반지하 ‘퇴출’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반지하를 없앨 거면 반지하를 대체할 만한 값 싼 주거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표적이다. 반지하에 살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반지하를 둘러싼 상반된 입장 역시 논란이다. 이른바 ‘반지하 감성’에 대한 것인데, ‘반지하를 이용해 불쌍한 척 감성팔이 하지 마라’, ‘노력하면 전부 이룰 수 있는 세상, 노력 이 부족한 탓에 반지하에 사는 거다’와 같은 입장이 있는 반면 ‘반지하 거주자 입장을 헤아려 본 적 있는가?’, ‘사회 현실을 마주하라, 반지하 거주자는 감성팔이가 아니다’와 같은 입장도 있다.

반지하는 취약계층의 주거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이번 수해는 우리나라 주거 형태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취약 주택은 다른 주거 공간보다 몇 배는 더 심한 폭우 및 폭염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반지하를 없애고 주거 형태를 개선해 나가는 방향은 좋으나, 앞으로의 취약 계층 주거 공간 확보 및 현재 거주자들의 이주 문제, 거주 환경 개선 및 주택 보조금 제도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취약 계층의 주거 소외 및 사회 배제 등 문제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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