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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지난 음식, 먹어도 되나요?
  • 안보영 기자
  • 승인 2022.03.28 08:00
  • 호수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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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유통기한 3일 지났는데 먹어도 되나?” 꼭 필요한 식재료가 마침 유통기한이 지났을 때, 기자가 주로 한 질문이다. 이에 엄마는 늘 “먹어도 돼!”라고 대답했다. 달걀, 가공식품 등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육안상 별 이상이 없어 보여 찝찝하지만 먹곤 했다. 실온에 보관했을 경우 여름에는 더운 날씨 탓에 음식이 상하기라도 했을까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버렸고,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니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른들은 유통기한 며칠 지난 건 먹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우유와 같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음식이 상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찝찝한 유통기한 지난 음식, 과연 먹어도 될까?

 

내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국회는 작년 7월 24일 기존의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다만, 우유를 포함한 일부 품목에서는 위생적 관리와 품질 유지를 위한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제한됐다.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문제가 없는 즉,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소비 최종시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식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 및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뜻하는 ‘유통기한’보다 기한이 더 길다. 소비기한 표시는 국제 공용 표기이기도 하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18년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유통기한’을 식품 기한 지표에서 삭제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도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으로 표기하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 시행에 따라 1985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유통기한 표기는 3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우리나라는 식품을 안전하게 소비하자는 취지에서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했으나, 유통기한이 지나면 식품을 버려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식품을 낭비하게 되는 문제를 가져왔다. 1980년대 해외 식품 소매상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버리는 대신 기부하는 방향을 택하기도 했다. 혹여나 음식을 먹고 병에 걸리는 위험을 배제하고자 미국 의회는 법적 책임 없이도 비영리단체에 식품을 나눠줄 수 있도록 음식 제공자는 ‘착한 사마리아인 모델 식품기부법(Bill Emerson Good Samaritan Food Donation Act)(1990)’의 보호를 받고, 어떤 금전적 요구도 받지 않는다. 2016년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마트 재고 식품 폐기를 금지하고 복지기관에 기부하도록 했다.

 

소비기한 변경 장단점

소비기한으로 변경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소비기한은 소비자 관점, 유통기한은 유통 및 판매 제조자 관점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소비기한으로 변경될 시 유통기한 경과로 인해 폐기되던 식품이 줄어들어 식량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식품을 폐기하는데 사용했던 사회적 비용 역시 줄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원 낭비는 줄어든다. 특히 음식물 폐기량을 줄이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 국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177만 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은 탄소 저감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큰 시대에 소비기한의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은 국제기준에 맞는 식품 제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많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려야 할지 소비해도 될지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 늘어나면서 식품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소비자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시된 소비기한만큼 보관하다가 병에 걸릴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안전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식품 유통 및 소비 단계에서 제품 보관 온도 관리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오픈형 냉장고에도 냉기 유실을 방지할 수 있는 ‘냉장고 문 달기’를 통해 냉장 온도 유지와 전기 사용량 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들도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면 각 제품의 보관 조건을 꼼꼼히 따진 뒤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특히 안전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소비기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기한을 조금 넘긴 뒤 섭취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소비기한 표시제 변경 이후에도 유통기한으로 인식하여 기한 만료 이후 식품 섭취 시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는 왜 유통기한?

각 제품에 대한 소비기한은 아직 연구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추정된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다.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보관법을 잘 따랐을 경우 액상 커피와 같은 음료류는 유통기한보다 30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 달걀은 25일, 두부는 90일, 식빵은 20일, 생면은 50일, 냉동만두는 25일, 우유는 50일 더 소비해도 된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부터 식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우유는 빠졌다.

그 이유는 우유류의 특성 때문이다. 우유류는 살균처리 방법에 따라 소비기한과 보관 방법이 크게 달라지며, 우리나라는 소비기한을 도입하기에 냉장유통라인이 아직 안전하지 못하다. 우리나라 법적 유제품 냉장 온도는 0~10℃로 0~5℃인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으로, 국내 유통매장의 냉장 온도 준수 정도와 미생물 번식 가능성을 따져볼 때 우유를 소비기한으로 표시할 때 변질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 이에 우유는 소비기한 시행 시기를 최장 203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한 뒤 통과됐다.

우유의 소비기한 도입에는 또 다른 해결 과제가 있다. 국내산 우유는 저렴한 외국산 우유보다 신선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현재 국내 낙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6%이다. 하지만, 소비기한 제도로 전환하게 되면 수입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국내 낙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수입 유통 과정이 길고 복잡해 온도에 민감한 우유의 경우 변질 가능성이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우유를 활용한 다른 제품을 통해서도 소비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우유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의 예외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상 속 음식물 쓰레기 저감 방법

한 해 생산되는 음식은 약 40억 톤이고, 그중 3분의 1은 소비되지 못한 채 버려진다. 반면 당장 먹을 음식이 부족해 굶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막대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조 5,400억 원에 달하는 식품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유통기한 표시제도 일부 책임이 존재한다.

이에 곳곳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저감 노력을 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스타트업 ‘미로’와 함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스트오더 매장에서 할인 상품을 앱에 등록하면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수령 시간을 정해 직접 결제 후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도시락 등의 판매율을 높여 폐기를 줄이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라스트오더 서비스는 이른바 ‘온라인 땡처리’로 불리며 세븐일레븐이 지난 2020년 2월 업계 최초 도입 이후 CU 등 편의점에서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친환경농생명연구센터는 한우고기의 신선도와 위생 상태를 지속 시켜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플라스마 방전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스마 방전기술은 오존·과산화수소·수산화이온·차아염소산이온 등 산화력이 강한 다양한 활성 물질을 이용해 미생물을 살균하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한우고기를 진공포장하면 신선도와 위생도 유지는 물론 유통기한까지 늘릴 수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는 먹거리 나눔을 통해 먹거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를 최소화해 환경오염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공유 냉장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누구나 공유 냉장고에 음식을 넣고, 냉장고 안에 든 음식물을 가져가도 된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이나 주류, 약품류, 건강보조식품 등은 냉장고 입고 품목에서 제외된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 관악구 봉천동 책N꿈도서관 옆에는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기업 ‘다인 테이블’의 공유 냉장고가 있다. 음식물 폐기를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하겠다는 의미에서 그린냉장고란 이름을 붙였고, 일반 공유냉장고와는 달리 포인트 제도가 존재한다. 음식을 가져오는 사람은 공유한 음식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1000포인트가 넘으면 현금화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38년 만에 바뀌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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