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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나는 항상 나를 믿어야 해
  • 임현진 기자
  • 승인 2022.03.14 08:00
  • 호수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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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뭐가 되고 싶은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어른으로 클지 항상 결론을 짓지 못한 채 막연한 고민만 줄줄이 머릿속을 채워왔다. 학창 시절 꿈을 적는 칸이 기자를 기다리는 순간마다 분명 그 어떤 무늬도,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비어있는 공백이, 보이지 않는 실뭉치가 숨어있듯 늘 기자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손이 닿기 전까지 온순히 여백을 지키는 종잇장일 뿐인데, 얇고 힘 없는 종이짝이 뭐라고 얄미울 때가 많았다. 가끔 무언가를 적어서 내기보다 까만 펜으로 투박한 선들을 마구 뭉쳐 배배 꼬인 낙서로 공백을 채우는 상상도 해봤다. 볼펜 끝이 책상을 찢을 듯 마구 힘을 눌러 격하게 이리저리, 뾰족했던 볼펜심이 닳을 듯하게 말이다. 기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무언의 표시이자 반항이라 생각했다. ‘세상은 꿈을 강요해’라며 어리고 날이 선 생각에 칸 채우기를 뒤로 하고 복잡해진 머리를 책상에 대곤 했다. 답을 써낼 수 없는 문제를 뚫어지게 쳐다만 보다 머리에서 열이 난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공백은 가여웠고, 곧 기자 자신이 가여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터지기 전이 가장 뜨겁다. 그런 기자의 머리를 식히기에 책상은 충분히 차가웠다.

기자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나?’에 대한 물음에 늘 답하지 못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가 돼야 한다는 주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은 표할 수 있지만, 명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린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어느 곳 하나에 정착하지 못한 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는 기자가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목적지를 잡아야 방향이 잡히고 속도를 붙일 텐데 아직 속도를 내보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자의 엔진은 아직 닳지 않았기에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이 있는 반면에 기자도 모르게 자신을 믿는 순간도 있다.

기자의 전공은 행정학이나, 원서를 넣을 당시 간절히 원하던 과가 아니었다. 대학에 뜻이 없었던 기자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졸업을 단순 목표로 세워 무난하게 입학했다. 되고 싶은 직업의 토대를 다지거나 배우고 싶은 학문이 확고할 때 가는 곳이 대학교라 생각했고, 4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 성공적인 아웃풋을 가꿀 수 있을 때만이 대학 입학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입학 후 커져만 가는 괴리감과 동시에 전공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도 의문이었다. 자퇴를 하기엔 내 선택에 덜컥 겁이 났고 이런 자신에게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묻고 싶었으나 답을 하지 못할 게 뻔했다.

진로에 대한 질문을 입력하고 명확한 답을 출력할 수 없었지만 기자는 기자를 믿었다. 어찌 보면 무책임하고 대책 없이 들릴 수도 있으나,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어느 순간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적 없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기에 미래에서의 선택에 제한이 걸리지 않도록 밤새워가며 공부도 했었고 성적에 대한 욕심도 컸었다. 또한 소중한 사람들이 찾아와 기자의 인간관계는 너무나 완만했으며 덕분에 모든 시간 속 행복하지 않은 적 없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단순한 행운일 수 있지만,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은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라는 증표이자 안심이다. 앞서 미뤄보아 즉, 기자는 주어진 일, 주어진 모든 사람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쓸 줄 아는 재주로 약 2년 동안 비전공 영역인 교내 신문사에 일할 수 있었고, 전공이라는 이유로 ‘행정’이라는 한 영역에 대해 지식이 쌓여 기자의 산물이 됐다. 여기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내 그림 실력까지, 이 모든 것은 미래의 기자에게 꼭 일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기자가 사회에 나갈 때, 기자의 전공인 행정은 어느 단체나 기업, 즉 모든 체계에서의 꼭 필요한 구성 요소이므로 흥미는 없다만 꼭 필요한 총알이 될 것이다. 이렇듯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어느 것 하나 쓸모없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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