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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넝쿨째 굴러온 당신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8.09.17 08:00
  • 호수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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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 기자는 홍길동마냥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이곳저곳으로 떠났다. 오죽하면 친구들에게 “살아는 있니? 지금은 대체 어디니?”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을 정도였다. 또, 제일 최근에는 혼자서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일주를 하고 왔다. 다들 혼자 가는 기자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가면 심심하지 않겠어?”라며 묻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혼자 떠났기에 기자의 여행은 알찼고 더욱 시끌벅적했다.

평소처럼 즉흥적으로 떠난 전국일주. 첫날 보성에 있다가, 갑자기 일몰이 보고 싶어 떠난 순천과 때마침 할인을 진행하던 일몰투어. 숙소에 짐을 맡긴 후 들어갔던 근처 독립서점과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선물도 주셨던 다정한 사장님. 자기소개를 하고 보니 각자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던 기묘한 우리 투어멤버들. 특히 그 중에서도 나를 보성에서 봤다던 언니 두 명.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어색함 속에서 일몰을 보려나 했는데 그 예상이 무색할 만큼 친해졌고, 심지어 나중에는 헤어지기 싫다며 가이드 오빠까지 7명이서 징징거렸다. 아, 그리고 말해 봐야 입만 아픈 남해의 일몰.

밤에 숙소에 돌아가자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를 기억해주신 사장님. 그리고 매번 그랬듯 파티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누구 한명이 기타나 젬베를 연주하면 거기에 또 누군가가 목소리를 덧입혔다. 정말 최고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나이도, 성별도, 고향도, 목적지도 모든 게 달랐지만 ‘여행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다. 덕분에 서로의 인생과 여행, 또 빠질 수 없는 음악 얘기 등 취향에 관해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의 첫날밤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외에도 우연히 들어간 술집에서 만나 책과 영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던 사장님과 목수오빠, 그리고 가는 독립서점마다 나와 대화를 나누고 선물도 주신 친절하시던 사장님들. 친구와 펍에서 술을 마시고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역까지 동행하게 된 중앙선 타는 어떤 오빠.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나열할 순 없지만, 그만큼 생경해서 여전히 기자의 기억 속에서 생생히 재생되는 기억들. 기자로 하여금 혼자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들.

일주일이 넘는 내 여행기 곳곳에는 당신들이 있었다. 혼자 떠난 만큼 적적했을 수도 있을 그 빈자리를 메꿔 준 당신들. 내 여행에, 아니 내 인생에 넝쿨째 굴러와 준 모든 ‘당신’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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