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체

대법원은 지난 19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반대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고등법원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크고,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의견이 크게 충돌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시장상인들과 상생을 위해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것은 강자는 악하고, 약자는 선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아무 잘못 없이 시장에서 잘 장사하던 상인들의 시장을 자본가가 거대자본을 동원하여 골목상권을 빼앗았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시장은 정치 쟁투의 장이 아니다. 언제나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 정치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시장의 선택을 받은 만큼만 생존한다. 대형마트를 선택한 것은 결국 ‘소비자’, 즉 우리다. 왜 우리는 전통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를 선택했는가.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시장상인들의 경쟁도 단지 그것이다. 잘 먹고 잘 살기위해 선택하고, 선택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것이다. 시장의 본질은 선택이다.

시장은 정치투쟁의 장이 아니다. 강자가 더 강해질수록 약자가 더 약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경쟁하던 상인들이 커져서 대형마트가 된다. 그리고 커진 만큼 같은 체급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지금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시장상인들이 아니라 인터넷 유통업체, 해외유명 쇼핑몰이다. 이미 전통시장은 주 경쟁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경쟁에서 약자라는 이유로 강자의 힘을 강제로 빼앗으면, 대형마트가 해외업체와 경쟁할 때 그들은 누가 지켜줄 수 있나. 대형마트도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자들의 일터다. 그들도 경쟁에서 지면 마찬가지로 목숨 같은 일자리를 잃는다. 대형마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경쟁을 보장받아야하는 시민이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소송은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전국 전통시장, 대형마트, 온라인 몰 실적 통계를 보면, 업계 1위 이마트는 2012-14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반대로 전통시장 실적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소비되지 않은 돈은 그럼 어디로 간 것일까? 한 예일 뿐이지만, 온라인 몰 11번가 거래액은 그 2년 동안 1조정도 증가했다.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선택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무휴업이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법적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것은 시장상인들 자신도 의무휴업이 효과가 없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인들도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을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면 문제는 끝이 없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의 경쟁력 부족으로 삼지 않으면 무엇 하나 해결할 수 없다. 전통시장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비단 그것이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자가 등장해서라도 그 사업을 기필코 종식시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고단한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 할 수 밖에 없다. 비정할지라도 그것이 삶의 진실이다. 약자를 위해 관용을 법으로 강제하면, 그것은 기필코 관용을 질식시킬 것이다. 관용의 본질은 자발이기 때문이다.

손경모 기자 remaist@changwon.ac.kr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