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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쌀값 이야기와 시장 개입의 위험성음이라는 것시대마다 반복되는 시장과 정부의 대결, 시민들이 현명하게 잘 판단해야…
  • 손경모 기자
  • 승인 2015.03.0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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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정조 때, 한양에 기근이 들자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결국, 한양에는 쌀이 모자라 쌀 값은 연일 폭등했고 일부 장사꾼들은 쌀을 비싸게 팔며 사재기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현재의 서울 부시장격인 한성부윤은 정조에게 곡물 가격통제와 살 수 있는 곡물의 양을 제한하는 정책을 제청하고자 하였다. 정조는 쌀을 비싸게 팔며 폭리를 취하는 장사치를 잡아 사형에 처하라는 지시를 한다. 모든 대신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때 연암 박지원이 정조에게 반대 상소를 올린다. “전하, 지금 전국에서 상인들이 한양의 쌀값이 몇 곱절이나 뛰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 나도 쌀을 싣고 한양으로 달려오는 길인데, 전하께서 비싼 값에 파는 자를 목을 치신다고 하시니, 다들 돌아가지 않겠사옵니까. 그들이 쌀을 싣고 오면 자연히 값은 떨어질 터, 전하께선 정녕 백성들을 굶겨 죽이실 작정이십니까!” 이와 같이 곡물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연암의 견해가 정조에게 채택됨으로써 그 후년의 기근에도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때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사례다.
현대에도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자각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일례로 과거 기름 값이 높을 때 많은 사람이 정부가 정유회사를 압박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정유회사를 국민 등골을 빼 먹는 저열한 장사치로 인식했었다. 그에 따라 정부는 정유회사들을 압박했고, 정유회사들은 기름값으로 버는 이익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눈물을 머금고 기름값을 조금씩 인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름값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에는 변화가 없었다. 국민들이 원하고, 정부가 주도한 기름값 인하는 결과적으로 기름값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기름값이 떨어진 지금 보니 어떤가. 기름값을 떨어뜨린 것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였나? 능력 있는 관료들의 작품이었나? 결코, 아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이 중동의 석유 동맹과 경쟁을 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정부주도보다 훨씬 더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떨어졌다. 보이지 않는 손의 마법이요, 정부의 노력이 아닌 시장의 성공이다. 결과를 보니 변화를 이끄는 것은 정부 관료들이나 국민들의 여론이 아니라, 시장경제 시스템의 경쟁이 핵심이었다. 조선 시대 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시장경제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 스스로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큰 착각이며, 정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인 자만이다. 쌀값이 변동하는 것에 정조가 인위적으로 개입했다면 수 많은 사람이 기근으로 죽었을 것이다. 휘발유 가격에 정부가 개입해 본들 가격의 변화는 유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장의 변화에 정부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착각에서 깨어나라. 우르르 몰려다녀 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개개인이 스스로 해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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