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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가만히 있으면 <트루먼 쇼>는 끝나지 않아
  • 문자영 수습기자
  • 승인 2022.09.19 08:00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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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엔 이미 늦은 거 아닐까? 진부하게 느낄 만큼 익숙한 이 말을 처음 뱉은 건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마냥 귀여운 시절에도 각자의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리코더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도, 특목고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도, 수능특강 교재를 살 때도 '이미 늦은 거 아냐?'는 누적된 불성실에 대한 일종의 방어막이자 도전을 피하기 위한 핑곗거리였다. 똑같은 핑계를 대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기자는 도전 자체를 꺼리는 성인이 됐다.

<트루먼 쇼>는 주인공 트루먼의 삶을 24시간 생중계하는 TV 프로그램이다. 그는 현실과 똑같게 꾸며진 세트장에서 태어나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 부모, 친구, 아내와 함께 산다. 평생을 세트장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바깥세상의 존재조차 모른다. 영화 <트루먼 쇼>는 트루먼이 자신의 삶에 위화감을 느끼고 세트장 바깥의 진짜 세상을 파악하는 과정을 담았다. <트루먼 쇼>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물 공포증을 견디고 배를 타고 나간 트루먼이 바다의 끝, 즉 세트장의 출구를 찾은 모습이다. 바깥세상은 안정적이지 않고 위선적이기에 위험하다는 제작진의 회유에도 트루먼은 환하게 작별을 고하고 문턱을 넘는다.

낯설지 않은 초행길은 없듯 두렵지 않은 도전 또한 없다. 어중간한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곳에 들인 시간, 노력 모두 허사가 된다는 생각 탓에 괜히 ‘도전’이란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다. 30년의 인생이 모두 허구였음을 알게 된 트루먼의 감정은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고 기꺼이 웃으며 진짜 세상으로 걸음마를 뗐다. 그를 둘러싼 30년의 세월은 모두 거짓이었지만, 트루먼(Trueman)의 삶은 그의 이름처럼 단 한 번도 진실이 아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짓된 세상 속의 삶이었을지라도 그가 바다 끝까지 항해할 수 있는 양분이 됐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면에 축적된 것이다.

현실의 모든 것은 연속적이다. 인간의 성장 또한 그 명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기나긴 여정에서 아쉬운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미래의 내가 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트루먼은 아득히 멀어 보이던 바다를 건너기로 마음먹었고 결국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바다의 벽을 두드렸다. 오프라 윈프리의 명언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실패는 우리가 어떻게 실패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리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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