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추석연휴마다 연휴객들을 노린 추석 영화들이 차례로 개봉한다. 그러나 어느 지역을 가도, 어느 상영관을 가도 영화상영표의 시간은 대형제작사들의 영화로 빽빽히 채워져있다. 반대로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소형제작사에서 배급한 영화는 하루에 몇 번 상영될까 말까한다. 히어로물이나 각종 시리즈물을 제외한 해외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자도 이러한 상황덕분에 상영을 하고 있는 전국의 몇 개 안되는 영화관을 찾아 돌아다닌 적이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같은 경우에는 대중들이 존재 사실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매니아 층을 제외하고는 영화제에서 시상한 영화조차 일반 대중들은 관람기회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영관 독점과 대형 제작사들이 어떻게 영화시장의 구조를 잡고 있는 지, 이러한 상황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심각한 상영관 독점

지난 22일(토)를 시작으로 추석연휴가 시작되면서, 연휴객들을 노린 추석 영화들이 차례로 개봉했다. 19일(수)를 기점으로, <명당>, <안시성>, <협상>, <더 넌>, <원더풀 고스트>, <타샤 튜더>, <체실 비치에서> 등 다양한 영화사에서 제작한 영화들이 하나 둘 상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형 영화사들이 밀고 있는 영화들을 기점으로 상영시간표가 짜여져 있어, CJ가 제작한 <협상>, 메가박스가 제작한 <명당>, NEW가 제작한 <안시성>외의 다른 영화들은 소수의 상영시간표만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평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타샤 튜더>나 <체실 비치에서>와 같은 영화가 흥행 1,2위를 다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형 제작사에서 제작한 영화들이 흥행 1,2,3위를 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안시성의 시간표는 버스시간표인 줄 알았다. 20분마다 상영시간이 배정되어있다”고 풍자적인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상영관 독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영화사 독점의 원인

그렇다면 이러한 상영관 독점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 흥행을 위한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좋은 배우와 좋은 시나리오, 그리고 예술성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제작과정과 배포과정은 자본이 들어가야만 가능하다. 영화는 고위험-고수익 산업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 산업에서 자본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개봉한 영화 중 <명량>, <군함도>등은 너무 많은 상영시간표의 독점 때문에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영관 및 배급사들은 사전 예매율에 의한 배정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상은 어떨까. 1990년대 미국의 요청으로 진행된 시장 개방화 조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비디오 제작 시장에 진출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삼성, 대우, LG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재벌 그룹들은 전자 제품 수요 관리 차원에서 비디오 제작 시장에 진출하여 미디어 제작을 시작했다.

또한, 삼성의 뿌리에서 나온 제일제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플렉스인 CGV를 세웠고, 현재 국내 상영관 절반에 달하는(약115개) 수다. 또한 국내 상영관 점유율 2위(약 97개)에 달하는 롯데시네마 역시 1999년 롯데가 창립하였다.

이는 영화 배급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세운 CJ 배급사, 오리온 그룹이 세운 쇼박스, 롯데가 세운 롯데 컬쳐웍스, 쇼박스에 소속되어 있던 김우택 대표가 세운 뉴까지 4대 배급사가 한국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제작부터 시작하여 배급사까지 모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한국 영화의 스크린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영화사 독점의 악영향

영화산업은 예술 산업에 속하는 만큼, 다양한 표현과 작품들로 구성되어야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독점으로 인해 좁아지는 상영관의 스크린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신생 제작사들과 배급사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창성과 창의성이 떨어진 영화산업은 할리우드와 같이 획일화된 생산적 산업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다양한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흥행을 위하며, 자극적인 콘텐츠와 비슷한 장르의 경험밖에 체험할 수 없게 된다.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나 해외영화가 우리 상영관에 들어올 수 있는 폭이 좁아지면서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에 일조하는 측면 역시 존재한다.

다양한 영화문화를 위한 공간

그렇다면 다양한 영화 관람을 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을까? 여기, 조금 멀지만 상영관 독점에 반하는 공간이 있다.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이다. 이곳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영화관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다양한 영화제를 개최한다. 10개의 상영 중 7개를 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다양성을 보인다.

물론 가까운 부산에서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두 곳이 있다. 아트씨어터 C+C와 부산 국도 예술관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더 가까이에는 마산 창동 예술촌에서도 독립, 예술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마산 창동 리좀 씨네 아트 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고, 경남 도민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각 국제영화제와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과 최신 상영작을 다양하게 볼 수 있으며, 연회비를 낼 경우 조금 더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각종 예술관에서 주최하는 예술 영화들을 상영하는 기회가 종종 있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영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다. 만약 기존 멀티플레스의 압박에 지쳐있거나 조금 더 개성있는 영화의 다양성을 누리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