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이 기준 금리를 0.5%p 인하했다.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한 것이다. 보통 기준 금리를 0.25%p 단위로 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에 두 단계를 인하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 금리 인하를 제외하고, 연준이 금리를 0.5%p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금리가 이번 달에도 동결될 예정이다’와 ‘금리가 n월에 인하될 것이다’는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금리는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낮으면 지출이 줄어서 물가가 잡히는 효과가 있고, 금리가 낮으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어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때까지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가 동결된 이유는 물가가 높고, 미국에서 금리를 내릴 신호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는 금리를 먼저 인하했지만, 우리나라가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게 된다면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달러화 강세로 원화가 약해지고 외화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에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배경은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년 6개월 만에 2.5%까지 하락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인 2%에 가까운 2.3%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작년 말 3.7%에서 지난달 4.2%로 상승하고 있다. 7월 기준 전월 대비 구인 건수는 23만 7,000건, 해고 건수는 20만 2,000건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향해가고 있고, 고용 시장의 위험은 커졌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금 경기 침체, 경기 하강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경기 지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시작됐다는 판단이 글로벌 증시에 호재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상황과 대비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의 공포, 즉 R의 공포가 커져 뉴욕 증시와 더불어 국내 증시인 코스피는 하락세를 보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1.5%p로 줄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 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10월과 11월로 두 차례가 남아있다. 최근 국내 물가가 안정된 상태이고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가 관건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2일(목) 발표한 ‘2024년 9월 둘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23% 올랐다. 25주째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8조 2,000억 원가량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번 달에는 지난달보다 주요 시중 은행의 신규 주담대 증가 속도가 다소 떨어졌으나, 감소 폭은 여전히 15% 정도로 크지 않은 수치를 보여준다.

한은이 금리를 급하게 낮추게 된다면, 집을 구매하려고 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가계부채 규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기준 금리 인하의 시기는 앞으로의 상황들을 긴밀히 고려한 후 결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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