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생기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왜 문해력 논란은 어떻게 생긴 것이고, 사람들이 독서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더불어 올바른 독서 습관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1) MZ세대의 문해력 논란

MZ세대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가? 요즘 예능에서 소비되는 MZ세대의 이미지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융통성이 없으며 무지하다. 특히나 매년 MZ세대의 문해력 수준이 심각하다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입사지원서의 ‘휴대폰’란에 전화번호가 아닌 휴대폰 기종을 적은 사례가 주목받았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누리꾼들이 오해해 공격적으로 반응한 일도 있었다. 사과문에 사용된 ‘심심(甚深)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인데,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외에 사흘(3일)을 4흘(4일)로 이해하거나, 금일(今日, 오늘)을 금요일(金曜日)로 오해하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뜻의 고지식하다를 높은(高)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곡해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단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중식(점심)을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하된 문장 해석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 글을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3줄 요약’을 요구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MZ세대에게 이런 문해력 논란이 일어난 원인은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시대의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IT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SNS와 디지털 매체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디지털 기기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디어 소비 경향을 살펴보면 라디오나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유튜브나 OTT 등 멀티미디어 플랫폼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나 틱톡, 인스타, 유튜브 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짧은 영상 숏폼의 부상으로 MZ세대들은 활자 매체보다 영상 매체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더군다나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사고하기보다 인터넷을 활용해 검색하고 정보를 얻어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늘어났다. 결국 문해력 저하 문제는 급변하는 사회 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박현구 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MZ세대의 문해력이 낮다고 지적하는 계층은 많다”며 “MZ세대가 문해력이 낮은 이유는 완전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문 인터넷 메시지에 장기간 노출돼서 그럴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현전(presence)을 느끼며 소통하지 않는 온라인 관계에 많이 노출된 나머지 상대에 대한 공감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감력이 낮다 보니 독서할 때도, 인터넷 소통할 때도 어떤 글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상황적 맥락과 그것을 구성하는 단서들(clues)을 접수하지 못해 그만큼 문해력이 낮아졌을 것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문해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최소 문해력’과 ‘기능적 문해력’이다. ‘최소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기초 능력이고, 기능적 문해력은 글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문해력은 학습 능력의 기반이 되는 기초 역량이며, 창의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필요하다. 물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문해력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향상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성찰을 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고 훈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독서를 즐기는 MZ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2020년 진행한 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만 18~29세 성인의 95.3%의 문해력이 수준 4 이상으로 높게 평가됐다. 성인문해능력조사 수준 1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2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 3은 중학교, 수준 4는 고등 학력 이상으로 구분한다. 앞서 언급된 문해력 논란과는 반대로 전체 국민 연령 가운데 만18~29세의 문해력 수준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불어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43%였으며, 20대의 종합 독서율은 74.5%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MZ세대를 단편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는 빠르고 짧은 정보만을 선호하며 깊이 있는 독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는 독서를 통해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 MZ세대의 독서 습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과거의 문화를 재해석하고 즐기는 레트로 열풍은 음악, Y2K 패션뿐만 아니라 책 읽기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책 중에서도 특히 시집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체 시집 판매 중 20대가 26.5%, 30대가 20.2%로 많다. 또한 예스24의 통계에 따르면, 10대 독자에게 팔린 시집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24.1% 증가했다. 이처럼 시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시의 짧고 감각적인 언어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색다른 감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대에게 종이책을 읽는 것이 유행하면서 새로운 현상이 떠오르고 있다. 릴스나 숏츠와 같은 빠르고 짧은 수많은 콘텐츠에 익숙한 시대에서 종이책 특유의 촉감과 냄새, 손으로 넘기는 경험은 ‘텍스트 힙(TEXT HIP)’ 트렌드를 탄생시킨 중요한 요소가 됐다. 텍스트 힙이란 글자를 뜻하는 TEXT(텍스트)와 멋있다는 뜻의 은어 HIP(힙)를 합성한 신조어로,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멋있게 보는 현상이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콘텐츠 속에서 오히려 종이책을 읽는 것이 세련되고 힙한 행위로 재해석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책을 읽고 소유해 그것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SNS를 통해 그들의 독서 활동을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책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또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텍스트 힙 현상의 배경에는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있다.

MZ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책을 읽는 모습이나 책장을 찍어 올리는 것은 단순한 독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특히,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유튜버들이 책을 추천하거나 독서하는 모습을 공개하면, 그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문가영 배우가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추천해 28일(수)에만 몇백 부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텍스트 힙 현상은 단순한 과시적 소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책을 읽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 취미로 자리 잡아 SNS에 책 표지를 찍어 올리거나, 책을 쌓아둔 이미지를 올리는 경우 때문이다. 독서하는 모습만이 SNS에 과시하는데 이용되기 때문에 실제 책의 완독률은 떨어진다. 또한 가게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가게에 방문해 책을 뒤적거리며 예쁜 문구만을 찾아내는 사람들 때문에 실제로 가게 매출 상승은 없고, 책이 훼손된다는 점도 이어진다. 텍스트 힙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면서 독서는 지루하고 진부한 것이라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책의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과시만이 목적으로 쓰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가까워지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며 완독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실제로 남지헌(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3) 씨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부분을 SNS 스토리에 찍어 올린 경험이 있다. 내가 감동 받은 구절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고, 아날로그한 책의 감성과 그런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자랑하기 위해 올리고는 한다”고 말했다.

MZ 세대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한 독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독서를 활용한다. 이 텍스트 힙 현상에 대해 박현구 교수는 “텍스트가 종이에 박히면 책이 되고 디스플레이에 박히면 인터넷 메시지가 된다. 이미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서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주시하는데 단지 아날로그 매체에 옮겨진 텍스트를 읽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고 텍스트 힙이라고 하면 SNS에는 텍스트가 아닌 것만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되서 말이 안된다”며 “만약 연예인이 서점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한 후 사진으로 업로드 하거나, 아니면 특정 책의 페이지를 펼치고 마치 여기까지 읽었다는 것처럼 인증샷을 남겼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이 힙해 보여 많은 따라쟁이가 생긴다는 것은 텍스트 힙 현상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셀럽이 카페나 여행지 힐링 사진을 올렸을 때 다들 따라하고자 했던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 그냥 ‘설정 놀이’이자 유행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독서를 시작했든, 중요한 것은 책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긍정적 현상이다. 과시라도 좋으니 사람들이 책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서로 책을 가지고 노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아주 좋은 징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독서 방식으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3) 올바른 독서 습관과 변화

독서는 사고력과 이해력을 기르는 중요한 도구지만, 일부는 독서를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텍스트 힙’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독서가 SNS에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과시용 취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진정한 독서보다 SNS에서 ‘읽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위로 독서를 소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시적 독서를 지양하고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서에 분명한 목적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문해력 향상에는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시를 위해 빠르게 여러 권을 읽는 사람들은 핵심 내용을 놓치기 쉽다. 텍스트 힙 문화를 따르는 일부 사람들은 SNS에 책 표지를 올리며 ‘읽고 있다’는 사실만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책의 내용에 깊이 있게 몰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독서 습관을 지니기 위해서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고,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사고와 연결하는 독서 습관이 필요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으며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낯선 표현이나 개념을 만나면 그 의미를 깊이 탐구해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현구 교수는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기르는 법에 대해 “운동도 체질이나 체형에 따른, 기초체력 여부에 따른 방법이 있듯이, 독서도 그 사람의 개성이나 인격,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먼저, 운동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고 독서도 똑같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가볍게 걸을 때보다 독서 시에 훨씬 더 많은 열량이 소모된다. 독서는 매우 ‘고강도의’ 운동인 것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이나 외부 소음 등으로부터 상당히 차단된 상태에서 행해질 필요가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하는 게 아니라 시동 걸고, 운행하고, 잠깐씩 쉬어야 한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도 독서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호흡이 길고 깊이가 있는 책과 자기계발서처럼 단편적인 책을 읽을 때 같은 속도, 같은 환경에서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전자는 뇌가 편하고 이완된 상태에서 읽어야 좋을 것이고 후자는 그런 상태로 읽으면 오히려 그 책의 저열함만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자기는 어떤 사람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물리적 상황적 환경을 내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고 그에 대한 판단이 섰을 때 독서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텍스트 힙을 통한 독서 문화의 부활은 출판업계와 작가, 그리고 젊은 세대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있다. 침체됐던 출판 업계는 텍스트 힙의 열풍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독특한 책 디자인 ▲SNS와 연계한 마케팅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나 팝업 스토어를 통해 독서 문화와 출판사를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니 독서의 저변을 확장하려는 독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책을 단순한 정보 전달 도구가 아닌 즐거운 취미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출판업계는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고 젊은 독자들은 문해력을 높이며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서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진정한 취미로 자리 잡아, 더 많은 사람이 책을 통해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지속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단순히 외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독서 습관을 통해 독서와 기록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