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성별을 속일 수 있는가? 성별을 속인 채 생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7월 31일(수)에 개봉한 영화 ‘파일럿’에서 파일럿이 되기 위해 남자가 성별을 감춘 채 여장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코미디 영화 ‘파일럿’은 김한결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가 출연한다.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추고 TV나 광고에 나오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 파일럿인 ‘한정우’가 한순간의 잘못으로 실직하며 모든 것을 잃는다. 그는 모든 항공사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져 어느 곳도 그를 파일럿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꾀를 내 여동생 한정미로 변신한다. 그렇게 파일럿으로 재취업 하는데 성공하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힌다. 결국 `본인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이 남자 한정우라는 사실을 밝히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파일럿의 감상평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영화에서의 웃음 포인트는 여장남자가 주 소재기 때문에 재밌게 봤다는 평과, 웃기지 않았다는 평가로 갈렸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장해 취업한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로 보이며 현실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 의식이 페미니즘 영화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극 중에서 남자 기장이 여자들에게 성적인 발언을 많이 하며 불편감을 주지만 위기상황에서도 무능력한 인물로 묘사되거나, 이를 부당하게 느낀 여자 부기장이 사회에 맞서 싸우는 모습들에서 페미니즘 면모가 엿보였다.

임수연 영화 평론가는 “반페미니즘과 백래시(Backlash), 성평등의 이미지만 취한 마케팅이 혼재한 한국 사회 난장에서 추출한 코미디”라고 평을 내렸고,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호흡 짧은 드라마에 산발적인 개그 다발”이라는 혹평을 남겼다. 현재는 누적 관객 455만 명을 달성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웃음 포인트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조용히 힐링할 수 있는 전시회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35mm의 코다 필름 80만 점을 통해 보편적인 하루의 사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 <The Anonymous Project: 우리가 멈춰 섰던 순간들>을 소개한다. Anonymous는 ‘익명의’라는 뜻으로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영국 등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가 찍은 컬러 필름 80만 장을 수집한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이다. 2017년, 리 슐만(Lee Shulman)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디렉터는 우연히 빈티지 필름 박스 한 통을 구매한 뒤 작은 프레임에 담긴 일상적인 순간에 유대감을 느껴 빈티지 필름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 속 필름들은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생일 파티를 즐기는 모습 ▲여유로운 휴일을 즐기는 모습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모습 등이다. 전시장을 채운 필름들은 적게는 30년, 많게는 80년을 건너왔지만 여전히 따듯하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전시는 총 3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테마는 ‘A Story Begins’로 리 슐만 디렉터가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이야기하며 관객이 마치 촬영자가 된 것처럼 사진에 담긴 순간의 동기와 의미를 상상해 보도록 유도한다. 두 번째 테마는 ‘Before the Instagram Era’이다. 이는 인스타그램이 없던 시절, 컬러 필름의 낭만을 엿볼 수 있는 테마로, 그 시절 사람들의 여유와 미소가 가득 담긴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The Moments We paused’, 우리가 멈춰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 순간들은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장면들로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막을 내린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KT&G 상상마당 부산 5층에서 오는 22일(일)까지 휴관일 없이 운영된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를 통해 소소한 여유를 즐겨보길 바란다.

안서영 수습기자 93a9d1@gmail.com, 신민정 수습기자 godmj12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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