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 학기란? - 창원대신문

유달리 덥고 길었던 여름과 이별하자 2학기가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눈 빠지게 기다렸던 녀석, 누군가에게는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녀석이 아닐까. 어쩌다보니 다시 시작하는 대학생활. 여름방학 동안 세운 새학기 계획들은 앞선 학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오로지 학생들에게만 있는 주기인 ‘학기’. 대학생으로서 첫 학기를 보낸 새내기 1학년부터 어느덧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4학년까지,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학기는 어떤 의미인지 들어봤다.

"나에게 한 학기란?"

[새내기들 - 20년 묵은 로망과 현실]

24학번 신입생들은 먼훗날 죽어서도 2024년 3월부터 시작한 새내기 때의 생활을 기억할 것이다. 첫만남은 너무 어렵다며 꾸미고 긴장했던 학기 초의 로망과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찌들었던 학기 말의 현실은 그야말로 20년 인생 중 가장 다채로웠으니깐. 김정은(체육 24, 1학년) 씨는 ‘예쁜 옷’에 대한 대학생의 로망이 있었다. 매일 예쁜 옷을 입고 친구들과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을 꿈꿨다. 드라마에 나오는 예쁜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한 학기가 지난 현재 정은 씨는 여전히 꿈꿨던 로망과 비슷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예쁜 옷을 입고 꾸미는 것은 포기한 것은 비밀.

정은 씨는 첫 학기를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관계 형성에 대한 적응기간으로 봤다. 고등학생 때는 모두 동네 친구에 같은 일과를 보냈다면, 대학은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가 많고 수업 등 학업시간도 서로 달라 새로웠다고 말했다. 동네 친구가 그리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동갑이 아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과 만나 시간 제약 없이 놀며 친해질 수 있었던 점은 또다른 대학 로망의 실천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있었다. 마음이 맞는 친구도 있지만 잘 맞지 않는 친구도 사귀게 되기 때문이다.

이서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 24, 1학년) 씨는 ‘예쁜 곳’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역시나 범인은 드라마다. 드라마 속 층고 높고 채광 좋은 대강의실에서 모습. 하지만 현실에 그런 모습은 없었다.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는 강의실은 무언가 심심했다. 서진 씨도 정은 씨와 마찬가지로 관계 형성에 대한 변화가 가장 실감이 간다고 했다. 서진 씨는 “중·고등학생 때는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면, 대학에서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느낀다”며 “대학생이 되니 스스 로 결정해야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도 몸소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날 늦잠을 자면서 택시비 4만 원을 써야만 했다는 슬픈 일화를 전하며 눈물을 삼켰다. 또, 건강한 식사에 대한 감사함도 느꼈다. 급식으로 매일 먹던 영양 잡힌 식단이 직접 시간과 돈을 써야 만날 수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헌내기들 -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20학번 헌내기들은 대학 캠퍼스에만 머물지 않고 활동반경을 넓히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담대한 포부와 달리 틀어지는 계획은 꼭 있는 법이다. 뭐, 틀어진 계획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나름의 대학생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아닐까. 서현우(컴퓨터공 20, 3학년) 씨는 지난 학기 계획이 분명하게 있었다. 학점 잘 받고, 연구실에서 나름의 성과도 거두고 싶었다. 실패하진 않았지만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아쉬운 감정이 크다고 한다. 더 노력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졸업이 다가오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진지해진다. 취업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방학도 이제는 쉬는 기간이 아니다. 현우 씨는 “이번 방학에는 연구실에 계속 출근하면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세미나도 참석했다”며 “자격증 계획도 있었지만 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본인의 포트폴리오 완성이다. 계속해서 ‘자기계발 해야 하는데’, ‘공부해야 하는데’, ‘스펙 쌓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으로 가득한 그다. 그럼에도 놀 땐 누구보다 잘 놀았다. 여름이니 물놀이도 몇 번 다녀왔다.

조수현(법 20, 4학년) 씨는 3년이 넘은 대학생활 끝에 계획적으로 공부하고 노는 경지에 접어들었다. 올해 상반기에 친구들과 일본 홋카이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자격증 준비, 각종 대외 활동, 시험 기간 등으로 정신없는 1학기였지만, 2학기를 또 버틸려면 힐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현 씨는 일본 여행을 올해 가장 열심히 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가 극한의 계획형인데다, 한 번 가면 모든 것을 즐기고 오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이 여행을 위해 무려 3달간 정보를 수집했어요. 여행 전날까지도 맛집, 명소를 찾아보고 저장해 두느라 거의 잠을 못잤어요. 이 정도면 올해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이 여행 계획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결코 놀기만 한 건 아니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년의 1학기다보니 제때제때 복습하고 독서로 교양을 넓히고자 다짐했다. 늘 그렇듯 시간에 쫓겨 시험 기간에는 밥 먹듯이 밤을 새우며 보냈지만, 그래도 취약 과목이라 생각했던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등 의미 있는 학기를 보냈다. 생전 처음 해본 실수(?)로 인생의 교훈도 얻기도 했다.

수현 씨는 지난 한 학기를 ‘평범한 조각이 모여 만든 청춘영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들 덕에 털어버릴 수 있고, 우연히 도서관 가는 길에 마주친 그림 같은 노을에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순간순간이 평범할지 몰라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그에게 취업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원하는 일자리에 내 자리 하나는 있을지, 나의 능력을 회사가 받아줄지 하는 생각이 매일 머릿속에 맴돈다. 끊임없는 경쟁에 스스로 비관할 때도 많다. 그는 “그럴때마다 긍정적으로 버텨보자고 무한 세뇌에 들어가요. ‘어차피 난 잘될 거야!’라는 식으로요”라고 덧붙였다.

[새내기와 헌내기, 우리 제법 비슷해요]

새내기와 헌내기. 무언인가 많이 다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제법 비슷한 구석도 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 앞에서의 대학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에 기쁨을 느끼고, 친한 친구와 다투면 마음이 아픈. 아무리 새내기, 헌내기라는 이름을 붙였대도 그들은 모두 '대학생'이다.

먼저 진로 불안으로 대학생은 하나된다. 헌내기의 답변에서처럼 많은 대학생이 진로 불안을 느낀다. 진로 불안은 진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에 의해 유발되는 부정적인 정서 또는 정서적 불안을 말한다. 어쩌면 졸업을 곧 앞둔, 본격적인 사회생활 앞에서 그들에게 진로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의외의 답변이 있다. 예쁜 것, 예쁜 곳이 좋고 이제 막 성인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새내기 또한 진로 불안을 느낀다. 서진 씨는 1학년임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다. 그는 평소에 ‘뭐 해 먹고 살지’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생각이 깊어지면 단순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넘어 실존적 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서진 씨는 대학 진학 후 갑자기 많은 게 바뀌어서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다시 사춘기가 온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친구다. 대학교에 입학해 다양한 나이, 관심사, 전공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동기', '선배', '후배' 등 다양한 친구를 사귀게 된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정은 씨는 대학교에 대학교에 입학하고 좋았던 일과 슬펐던 일에 모두 친구 이야기를 했다. 그는 마음 맞는 동기도 사귀고 다른 학과 친구들과도 친해졌다. 기쁜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친구로 슬프기도 했다. 동기들과 불화가 생기기도 했고, 친구 관계에 힘든 일도 많았다. 이런 일들은 정은 씨가 동기들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을 어렵게 했다. 그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대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현우 씨도 친구와의 일화가 한 학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인 일이라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친구 사이에서 있었던 일은 한 학기 중 가장 인상적인 일로 남았다. 수현 씨도 친구에 대해 입을 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힘듦을 훌훌 날려버린 경험이 있다. 굳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친구들이 덕이다.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다. 대학생들은 모두 여행을 위해, 학비·월세를 위해, 사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일한다. 정은 씨, 서진 씨, 현우 씨, 수현 씨 모두 아르바이트나 스스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다. 이들은 방학 때에도 계속해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덤벼라 2학기야, 계획은 다 세웠다]

학생들은 학년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1학기보다 더 알찬 2학기를 보내겠다는 다짐만은 같았다. 1학년인 서진 씨는 자투리 시간을 흘려버린 것을 반면교사 삼아 온라인 강의를 신청해 공강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말했다. 그는 “방학 중 토익 준비도 하고 베이킹도 하려고 계획은 이것저것 세웠는데, 막상 해낸 것은 미뤄왔던 드라마 정주행과 운전면허 취득뿐이었다”며 “늘 하는 다짐이지만 2학기에는 더 많은 걸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3학년 현우씨는 졸업 작품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학점 관리에도 신경 쓸거고 연구실에도 계속 출근할 거다. 또 시간 여유가 있으면 미뤄뒀던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4학년 수현 씨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2학기가 되면 또다시 자격증 시험과 학교 수업, 등을 병행하며 바빠지겠지만 조금 더 주체적으로 학기를 보내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잘 분배해 쓰는 사람이 돼보겠다. 그리고 꼭 한 달에 2권 이상씩 꾸준히 책을 읽고 싶다”

대학의 많은 학생이 취업 시장에서의 고점을 차지하기 위해,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내일의 좀 더 나은 나를 만 들기 위해 한 학기를 달린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배움의 가치는 영원할 것이다. 배움과 성장의 가운데서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모든 청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