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면서 친환경 차 도입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이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따라 한국에서도 전기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24년 첫 분기에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이 빈번히 보도되면서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사고 대응과 피해 예방이 쉽지 않아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도전 과제다.

1. 전기차 보급 현황은 어떨까?

전력거래소(KPX)가 작년 8월 16일 발간한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으로 한국의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약 45만 대로, 전체 등록 자동차 수의 1.8%를 차지한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전기차 비중이 0.9%였던 것과 비교해 약 2배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추세는 전기차의 인지도와 수요 증가를 반영하며, 정부의 친환경 차 지원 정책과 기술 발전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지역별 분포는 전기차의 수요와 충전 인프라의 보급, 지자체 지원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전국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등록된 경기도는 9.1만 대, 서울은 6.4만 대다.

전체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의 전국 평균은 1.8%이며, 제주도는 청정 환경을 목표로 한 정책과 지역 특성에 맞춘 인프라 구축 덕분에 5.1%로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다. 대구와 대전은 각각 2.2%로 제주도를 뒤이어 높은 비율을 보이며, 서울도 2%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이처럼 전기차 비중은 지역별로 상이하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 현황은 어떨까. 2022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는 총 19.4만 개가 설치됐다. 이 중 이 중 89.4%, 17.3만 개가 완속 충전기이며, 10.6%, 2.1만 개가 급속 충전기다. 완속 충전기는 충전 속도가 느리지만, 설치와 운영이 상대적으로 간편해 급속 충전기에 비해 설치 비율이 높다.

완속 충전기의 비중은 ▲2019년-83.5% ▲2020년-84.7% ▲2021년-85.9% ▲2022년-89.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충전 인프라가 편의성을 향해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음과 동시에 전기차가 일상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부가 발표한 ‘친환경 차 향후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를 보급할 계획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충전 기반 시설을 4만 5천 개로 확충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충전 인프라의 필수적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충전소의 접근성을 개선해 앞으로도 전기차의 보급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 전기차 화재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전기차 화재 사건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달 1일(목)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해당 전기차는 주차 59시간 뒤, 즉 사흘 가까이 주차된 상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현장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차량에 가해진 별다른 외부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전기차는 전기차 충전소가 아닌 일반 주차 구역에 주차돼 있었고, 주차 후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충전도 하지 않았다. 전기차 화재 당시 주민 2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소방관 1명도 어지럼증을 호소해 치료받았다.

또한, 재산 피해도 상당했다. 차량 72대가 모두 불에 탔고, 70여 대는 차체에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전기와 수도 공급 시설 파손에 따라 아파트 1,581가구 전체에 6일 동안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았으며 아파트 5개 동은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에 따라 138가구, 총 421명이 임시 대피소 7곳에서 생활했으며 지인이나 친척 집, 숙박시설 등에 머물기도 했다. 한국일보의 인터뷰에 따르면 한 주민은 “집 안을 비롯한 아파트 내부에도 분진이 내려앉는 등 화재 흔적이 남아, 들어가려면 청소가 필요한 상황”이며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지 못한 사람도 많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에 따른 전기차 운행이 증가하면서 관련 화재 또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부터 2023년 6월까지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총 121건으로 매년 2배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11건(인명피해 0건) ▲2021년 24건(인명피해 1명) ▲2022년 44건(인명피해 4명) ▲2023년 상반기 42건(인명피해 6건)으로 사건 수와 인명피해 규모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2022년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34만 7,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재 발생 비율은 0.01%로 내연기관 차량의 0.02%(등록 대수 2,369만 8,000대 대비 화재 발생 3,680건)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전기차 화재 발생 요인은 ▲미상 37건 ▲전기 29건 ▲부주의 22건 ▲교통사고 16건 ▲기계 6건 ▲화학 2건 ▲제품 결함 1건 순으로 높았다. 이러한 원인들은 전기차의 구조적, 기술적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특히 전기적 문제와 부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장소별 전기차 화재 건수는 일반도로가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차장 46건, 고속도로 12건, 기타도로 7건 순이었다. 이는 전기차의 주행,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나타낸다.

3.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은 어떨까?

전기차 화재는 다양한 측면에서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관련이 깊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사용 수명 특정 조건에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우선, 전기차의 주요 부품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에 관해 설명하겠다. 앞서 언급한 인천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열폭주 현상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열폭주 현상은 배터리 셀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배터리 내부의 화학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활성화되며 폭발적인 열과 가스를 방출한다. 이는 배터리 셀의 구조적 결함이나 과열, 충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고온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쉬우며, 배터리가 손상되거나 과열되면 유해 화학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이러한 화학 물질은 유독성이 강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또한,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도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배터리는 충전기와 충전 케이블이 불량하거나 호환되지 않는 경우, 충전 중 과열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급한 상황에서는 급속 충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급속 충전은 배터리에 높은 전류를 공급해 온도 상승으로 열폭주 현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다음은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인 충돌 사고 시의 화재다. 배터리에 충돌 사고 시 충격이 가해지면 배터리 셀에 균열이 생기거나 전선이 손상돼 내부 단락이나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 손상은 열을 급격히 방출해 차량 주변의 물질이 발화할 수 있으며 특히, 지하 주차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화재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는 화재 진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를 보관하는 팩이 특수 강철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외부에서 구멍을 뚫어 화재를 진압해야 해 진압이 쉽지 않다. 화재 진압에 내연기관 차보다 더 많은 물과 인력이 필요하다. 미국 소방 당국이 밝힌 테슬라 보고서에 따르면 화재 진압에 필요한 시간은 내연기관 차가 1시간, 전기차가 8시간으로 8배였으며 소요 인력은 내연기관 차가 2~3명, 전기차가 7명으로 2.5배 더 많았다. 그리고 물 사용량은 내연기관 차가 1,000L, 전기차가 11만L로 110배 더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 화재는 재발화 위험이 높다.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재발화 위험이 거의 없지만, 전기차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재발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화재 진압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법으로 몇 가지가 있지만, 각 방법에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질식소화 덮개로 차량 위를 엎어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이 있다. 이 방법은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효과적인 진압이 어렵다. 그리고 튜브식 수조에 전기차를 담그는 방법도 있지만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의 화학 반응으로 인해 모든 방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화재 대처 매뉴얼은 미완성이며 정부나 소방 당국도 비상조치 방법과 확산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알아가는 단계다. 향후 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따라, 보다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화재 진압 기술과 매뉴얼이 개발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4.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해야 할 노력엔 뭐가 있을까?

전기차의 화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배터리 기술의 개선, 충전 인프라의 안전 강화,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 그리고 효과적인 화재 진압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먼저 배터리 기술의 개선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사용 수명으로 전기차에 적합하지만, 열폭주와 같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액체 냉각 시스템을 활용해 배터리 셀의 온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열 전도성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여 배터리 내부의 열을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터리 셀 재료와 구조를 연구해 충격 흡수와 같은 설계 개선이 필요하다.

충전 인프라의 안전 강화도 중요하다. 충전기와 충전 케이블의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를 통해 충전 인프라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충전기와 배터리 간의 호환성을 검사하고, 충전 중 과열이나 화재 위험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충전소 설치 및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사용자에게 안전 지침을 제공하며 교육을 통해 충전 시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 주차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환기 시스템을 설치하고, 주차 공간의 디자인을 개선해 화재 위험을 줄여야 한다.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 또한 중요하다. 전기차의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배터리와 관련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유지하고, 잠재적인 화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화재 진압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전용 소화기나 진압법을 개발하고, 소방서에 배포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많은 물과 인력이 필요하며, 재발화 위험이 높아 전기차 특성에 맞는 진압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람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다.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들은 전기차의 장점과 혁신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이와 관련된 잠재적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은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전기차 제조업체,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업 등은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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