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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기술의 핵심 도구, 바이러스
  • 장영훈 자연대 생물학화학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4.06.03 08:00
  • 호수 715
  • 댓글 0

지난 100년 간 인류가 겪은 바이러스 팬데믹

우리가 최근 수년간 겪었던 바이러스 팬더믹은 2019년 12월 중국에서 확인된 SARS-CoV-2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시작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비대면으로 많은 것들을 하게 되고, 동시에 대면하는 만남과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었다. 한국에서는 배달 음식문화가 자리잡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기도 하였다. 작년부터 풍토병으로 전환되는 상황이지만, 또 다른 바이러스에 팬데믹이 앞으로 올 것이다. 사실 인류는 오래전부터 감염병으로 몸살을 앓아 왔는데, 지난 100동안 잘 알려진 주요 팬더믹이 있다. 먼저 1918년 스페인 독감은 당시 전세계 인구의 1~3%에 이르는 5천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9년에 유행한 Influenza A H1N1 (신종플루)와 같은 아형의 바이러스다. 1980년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유행으로 밝혀진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도 인류에게 큰 충격을 줬고, HIV는 지금도 남아프리카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가 과연 인류를 죽이고 힘들게만 하는 나쁜 존재일까? 혹자는 팬더믹으로 인한 인구활동 감소로 기후위기 상황에서 공기도 좋아졌다고 한다. 에너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한편, 향후 오게 될 무서운 팬더믹에 대한 예비훈련으로 의미도 있다. 생물학 거대 담론으로는 바이러스는 실제로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 진화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지구상의 생명체들 간에 유전정보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지문에서 소개하고 싶은 점은 생명공학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바이러스의 혜택을 크게 보는 점이다. 바이러스를 통해 발전한 생명공학과 그 바탕이 되는 분자생물학의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현재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여러가지 첨단 신약들이 사실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례들을 다루고자 한다.

유전물질 DNA와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DNA라는 것은 지금은 당연하지만 100년전만 해도 논쟁적인 이슈였다. 핵산성분으로 되어 있는 DNA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 중 유전물질이 단백질이 아닌 DNA라는 확신 준 과학적인 증거는 바이러스 실험에서 나왔다. 미국의 생물학자였던 알프레드 허시(Alfred Day Hershey)와 마사 체이스 (Martha Cowles Chase)는 박테리아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를 이용하여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하였다. 허시-체이스 실험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다루는 내용이며, 허시는 바이러스 유전물질 복제 연구로 196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제임스 왓슨(James Dewey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Compton Crick)에 의해 유전물질 DNA가 수소결합으로 염기쌍을 이루고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규명하여 195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때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Elsie Franklin)의 X선 결정 사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그녀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Tobacco mosaic virus Tobamovirus) 단백질 구조의 세계적인 연구자였으며, 인류가 최초로 바이러스 존재를 규명한 것이 이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다. 따라서 살을 좀 붙인다면, 1900년부터 1950년사이 인류는 바이러스를 통해 유전물질인 DNA를 알게 되었고 바이러스 연구자를 통해 DNA 구조를 규명하여, 20세기 후반 생명공학기술이 출현할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고 정리해볼 수 있다.

▲ 바이러스 모형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이다.

생명공학기술의 시작과 바이러스


바이러스도 생물의 일종이다. 생물의 정의를 적어도 유전물질을 통해 같은 종의 자손을 만들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그렇다. 바이러스를 제외하고 박테리아, 식물, 곤충, 어류 할 것없이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는 모두 이중나선 DNA를 유전물질로 가진다. 세포로 구성되지 않고 단백질 껍데기나 지질층으로 구성된 바이러스는 유독 DNA를 유전물질로 가진 종류도 있지만, RNA를 유전물질로 가진 종류도 많다. 그리고 DNA/RNA 단일가닥 및 이중가닥 그 구조도 다양하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인플루엔자, 코로나, 에이즈 바이러스는 전부 RNA를 유전물질로 가진다. 1950년 DNA 이중나선 구조가 규명되고 유전물질의 작용기전 즉 생명의 신비가 과학적으로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생명체의 핵심 분자기전은 DNA가 복제되는 것과 DNA에서 RNA로 전사 된 후,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할 수 있다. DNA 복제는 세포분열이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RNA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은 세포가 작동하는 핵심 부속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현재 태어난 생일에서 대략 10개월 가량 과거로 돌아가면 모두가 1개의 수정란 세포로 시작되었다. 그때가 그야말로 자아의 우주 존재 無에서 有로 시작하는 순간이다. 성인을 구성하는 세포가 30~60조개로 추정되는데 모두 DNA 복제를 통한 끊임없는 세포분열 때문이다. 그리고 차등적인 유전자 발현과정을 통해 세포마다 각기 다른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이 세포분화를 유발하여 슬라임이나 찰흙덩이 같은 단순한 세포덩어리가 아닌 복잡하고 체계화된 인체를 만든다. 1950년부터 1970사이에 DNA 복제와 전사 번역의 분자생물학 분자 기전이 밝혀지는데, 대장균 박테리아와 이를 숙주로 하는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사용된 유용한 도구로 핵심적인 공헌을 했다. 1970~1980년 DNA 복제를 흉내낸 생명공학기술인 PCR과 염기서열 시퀀싱이 등장하고, 유전자를 조작하고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클로닝 생명공학의 시초가 되는 도구들이 속속 나왔다. 그러므로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바이러스를 도구 삼아 인류는 생명공학 기술의 초석을 다지게 되며, 곧이어 지금은 로슈 (Roche)로 합병된 제넨텍(Genetech)이 기존의 돼지 인슐린이 아닌 인공적으로 합성된 인간의 인슐린 의약품을 만들면서 최초의 생명공학회사가 되었다. 이는 현재 첨단바이오 제약산업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암과 에이즈, 그리고 바이러스

20세 후반에 이르면 인류는 이미 다양한 항생제를 확보했고, 곡물의 대량재배에 필요한 비료를 통한 농업과 산업의 혁명을 이루어 충분한 식량도 확보하였다. 폭발적인 인구증가에 도시가 커지면서 풍족하고 청결한 환경으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감염병보다는 암과 비만 그리고 심혈관 질환이 골치거리가 되게 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HBV)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 Human Papilloma Virus) 등 일부 암이 바이러스가 중요한 원인이지만, 많은 암의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의 축적이 핵심 원인이다. 1966년 페이턴 라우스 (Francis Peyton Rous)는 닭에서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찾아 196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이 바이러스는 라우스육종바이러스 (Rous Sarcoma Virus: RSV)로 레트로바이러스 (Retrovirus)에속한다. 1969년 인류가 달에 다녀오게 된 달의 정복을 모티브로,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는데, 이때암의 유력한 용의자로 RSV와 같은 레트로바이러스가 지목되었다. 레트로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다르게 RNA에서DNA로 역전사하는 역전사효소 (reverse transciptase) 가지며, 1975년에 종양 레트로바이러스와 역전사효소를 발견한공로로 하워드 태민 (Howard Martin Temin)과 데이비드볼티모어 (David Baltimore)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역전사효소는 앞서 언급한 핵심 생명공학 기술과 더불어 필수적인 분자생물학 도구가 되었다. 인간의 32억쌍의 염기서열 유전체에는 실제 단백질 번역에 필요한 부위를 mRNA암호화하는 엑손 영역이 1.5%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인트론에 묻혀 분절되어 넓게 흩어져 있어, 암호와 부위만 이어 붙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mRNA를 상보적 DNA (cDNA)로 바꾸어주는 역전사효소가 없었다면, 생명공학기술의 가속화는 느려졌을지 모른다. 최근 겪은 코로나19 바이러스진단은 PCR 기술에 역전사효소가 융합된 분자진단법이다. 참고로 PCR 기술은 반드시 DNA를 주형으로 하여 DNA를 증폭할 수 있기에, RNA 바이러스를 PCR로 증폭하려면 반드시 cDNA로 역전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한편, 레트로바이러스는 암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기에, 당시 당연히 암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대신 1980년 유행한 에이즈 팬더믹에서 역전사효소 억제 약물 등을 통해 빠르게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에이즈가 바로 레트로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에이즈는 CD4+ T세포를 숙주세포로 하는데, 인간 면역시스템의 중추가 바로 이 T세포이다. 재미있는 점은 차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T세포의 작용기전을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20세기 후반 바이러스가 생명공학 기술의 핵심도구였고, 에이즈 팬더믹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데 일조를 했다. 또한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의 이해도도 증진과 인류 암정복에 큰 기여를 하고있다고 정리해볼 수 있다.

21세기 첨단바이오의약품과 바이러스

2000년 이후 21세기에도 여전히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에 바이러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지 스미스 (George Pearson Smith)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파지 디스플레이 (phage display) 방법을 통해 항체의약품 선별의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하여 20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피어스파마 (FIERCE Pharma) 보고서에 따르면,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로 개발된 애브비 (AbbVie)의 항체 바이오의약품인 휴미라 (Humira)가 2012년부터 9년 연속 글로벌 매출 부동의 1위였다. 참고로 휴미라는 바이러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가면역 염증 질환 치료제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백신인 화이자 (Pfizer)의 mRNA 백신 코미나티 (Comirnaty)가 휴미라를 밀어내고 매출 순위 1위에 오른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이 바이러스를 도구삼아 만들기도 하고, 바이러스가 중요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을 만들게 되는 동기를 제공하기도 한다.한편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와 엠마뉴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시스템을 찾아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박테리아 입장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고자 만든 시스템이다. 인간이 흉내낸 크리스퍼 생명공학기술은 수년간 다듬어지고 정교해져, 결국 2023년 12월 인류 최초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FDA 승인이 되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공부했던 대표적인 불치병인 낫 모양 적혈구병 (Sickle Cell Disease)의 치료가 가능하다니 실로 놀랍다. 또한 2010년 이후에는 척수성근위축증이나 A/B형 혈우병과 같은 불치병을 단번에 치료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 개발되어 FDA 승인이 되었다. 근위축증과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핵심 생명공학기술의 핵심은 다름아닌 아데노부속바이러스 (Adeno-associated viruse; AAV)이다. AAV를 전달체로 하여 DNA 핵산약물이 생체내로 들어가 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게끔 전사 번역하는 생명공학기술이다.
코로나19 팬더믹이 난데없이 닥쳤듯이, 매운맛이 될지 순한맛이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바이러스 팬더믹이 올 것은 자명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명과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감염병 팬더믹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간 바이러스는 동시에 생명공학기술의 핵심 기술을 제공하였다. 바이러스 팬더믹을 과학적으로 인류가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자세히 살펴보고 연구하며 활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와중에 해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유익한 바이러스를 통해 개발한 생명공학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때로는 의도치 않게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첨단생명공학기술 무기를 바이러스를 통해 터득할 수도 있다.

 

** 창원대신문 지면에서 20세 > 20세기, 충추 > 중추 등과 같은 오타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오탈자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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