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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민의 국장레터] 청년을 위한 고향은 없다
  • 조수민 편집국장
  • 승인 2024.04.15 08:00
  • 호수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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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고향은 경상남도 사천이다. 사실 태어난 곳은 그 위의 진주지만, 태어나자마자 거제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진주에 살았던 기억은 하나도 없고, 이제는 기억도 아득한 초등학교 2학년 즈음 이사를 와 현재까지 적을 두고 있는 사천이 고향이라는 단어에 좀 더 적합한 듯하다.

사천을 떠올릴 때마다 필자의 감정은 복잡해진다. 치기 어린 생각으로 답답하다며 벗어나고 싶어 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제외하고는 사천은 언제나 내게 살기 좋은 곳이었다. 재빠른 트렌드에 기민하지 않아 촌구석이라며 답답해하지도 않았고, 교통편이 불편한 것쯤이야 한 달에 2번 이하로 가는 공연을 제외하고는 딱히 벗어날 일도 없으니 감당할 수 있었다. 푸르른 자연과 잘 가꿔진 공원, 싱싱한 회와 탁 트인 바다를 사랑하는 필자에게 사천은 생각하면 마음이 행복해지는 곳, 아름다운 내 고향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복잡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지역 소멸 때문이다. 현재 사천은 눈에 띌 정도로 아동들이 줄어들면서 점점 노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공립 초등학교인 사천초등학교는 필자가 졸업할 당시 6학년이 7반까지 있었는데, 현재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그럼 청년들은 어떨까. 함께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들은 반 농담, 반 진담으로 “길거리를 걸어가면 20대는 다 아는 얼굴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언론이나 정책가들은 쉽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만 살고 싶어 한다”며 지역 소멸의 화살을 청년에게 돌리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20대 청년들은 그렇지 않았다. 최소한의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누구보다도 자신의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청년들이다. 그러나 굳이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고향을 버려가면서 마음 한켠에 두려움을 안고 상경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와 고향에 대한 사랑, 둘 중 하나라는 살인적인 시험대에 올라 어쩔 수 없이 나중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을 작별인사처럼 고향에 남긴 채 돌아서는 것이다.

고향 친구는 씁슬한 한 마디를 남겼다. “20살이 되자마자 사천에서 쫓겨나는 것 같다” 아무리 반박하려 해도 그 말에 조용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정녕 청년을 위한 고향은 없나. 현재도 고향을 지켜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을 사람들의 피땀이 무상하지 않게, 고향이 그립지만 ‘쫓겨나듯’ 돌아선 모든 청년의 향수병이 완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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