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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과 비극 사이, 도파민
  • 이연수 수습기자
  • 승인 2024.04.01 08:00
  • 호수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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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SNS, 책 어디든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 ‘도파민’.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화되고 우리가 원하는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되면서 일명 ‘도파민 중독’, ‘도파민 과잉’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재미’, ‘쾌락’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정도로 우리에게 화제가 되고있는 도파민, 대체 무엇인지 파헤쳐보자.

 

발단 - 도파민 사회의 도래

본래 도파민은 즐거움을 느낄 때 뇌에서 방출하는 신경전달물질로써 의학용어로 분류되는, 그저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도파민이라는 단어의 존재감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단적으로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도파민 폭발’, ‘도파민 파티’, ‘도파민 충전’이라는 말로 대체해 표현하기도 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12월 도파민 언급량은 2021년에 비해 약 32배 이상 증가했다. 유행처럼 번져 화제의 중심이 된 도파민. 그렇다면 왜 현시점에서 도파민에 대한 언급과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진 걸까? 이는 현대사회의 특성과 연결된다.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켜 손가락만 움직이면 원하는 콘텐츠, 상품, 음식이 바로 눈앞에 제공된다. 즉 기술이 발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을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현대사회 속 높은 긴장감과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쉽고 빠르게 즐거움과 재미를 찾으려는 현상의 확대라고도 볼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꼽았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수집하는 행위를 뜻하는 ‘파밍(Farming)’을 합친 신조어다. 대표적인 도파밍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을 보는 행위다. 특히, 1020세대에게 성행하는 숏폼 콘텐츠는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으로, 화면만 쓸어 넘기면 다음 영상이 재생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숏폼은 단시간에 빠르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전달해 고강도 쾌락을 느끼게 하는 특징이 있다. 일상 행동에서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되면 뇌는 점점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따라서 숏폼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돼 도파민 과다 분비 상태가 지속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해 따분함을 느끼거나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우울감을 느끼거나 건망증이 생기는 등 정신건강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도파민을 욕구하는 현상은 숏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심지어 음식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열풍을 이끈 ‘마라탕후루’로가 그 예다. 마라탕후루는 마라탕과 탕후루를 합친 말로 ‘식사는 마라탕, 간식은 탕후루’라는 의미다. 일명 맵고 얼얼한 마라탕과 과일과 설탕의 단맛이 어우러진 탕후루의 단짠단짠 조합은 초등학생부터 성인에게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맵거나 단 음식,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도 도파민 분비는 활발해진다. 이런 즉각적인 쾌감이 반복될수록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민감도는 점점 떨어져 돼 다시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선 더 강한 맛을 갈구하게 된다.

그럼, 현대인들은 도파민 쫓기에만 급급한 걸까? 그렇지 않다. 한 현상이 과열되고 심화되면, 동시에 반대 흐름으로 반작용 현상도 나타난다. 도파민과 자극을 추구하다 충족감과 같은 심리적 안정을 찾기 어려워지자, 도파민 분비를 줄여나가면서 건강한 방식으로 도파민을 분출하는 ‘반(反)도파민’, ‘도파민 디톡스(해독)’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했다. 그 일례로,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 문제를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 <도둑맞은 집중력>이 인터넷 서점 플랫폼 예스24의 ‘2023 올해의 책’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개 - 도파민을 파헤치다

그렇다면 오직 ‘도파민=자극, 쾌락, 행복, 즐거움’일까? 도파민이 어떤 특징을 가진 물질이고,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도파민은 뇌와 척수를 합쳐 말하는 중추신경계에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중추신경계에는 중변연계와 중피질이 있는데, 도파민이 둘 중 어디에 쓰이는지에 따라 그 기능도 달라진다. 중변연계는 도파민의 ‘욕망회로’, 중피질은 도파민의 ‘통제회로’라고 한다. 먼저 욕망회로는 생존 기회를 높이는 행동을 부추기며 하고 싶은 걸 얻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매력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와같이 흥분되고 자극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분비되며, 욕망을 일깨워 활력을 불어넣는 특징이 있다. 반면, 통제회로는 어떤 일을 실재적이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훈련하는 것에 관여한다. 이 회로는 논리적 사고를 추구하며 미래의 장기적인 보상,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정보를 조율하고 욕망행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통제회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통제회로가 과하게 작동되면 목표와 성취에만 집착하게 되고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두 회로 모두 가능성과 상상력을 다루고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상통하며, 두 회로 모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어느새 유행어로 자리 잡아 우리에게 익숙해진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에 대해 살펴보자. 도파민은 정말 중독되는 걸까? 사실 아니다. 도파민이 ‘중독’이라는 표현과 결합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해로운 물질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도파민 자체는 중독성이 없다. ‘도파민 디톡스’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도파민은 항상 뇌에 존재하는 물질로, 실제로 해독할 수 없다. 다만,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행동이 중독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도파민은 의욕과 보상, 운동기능, 뇌하수체 호르몬 조절까지 담당해 인체의 생명 유지와 관련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체 물질이다. 따라서 도파민은 과하면 각종 중독 문제를 유발하지만, 반대로 부족하면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파민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면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쉽다.

 

위기 & 절정 - 도파민의 습격

‘마약’,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도 도파민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마약 사범은 연 2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소비국’이 됐다. 우리는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마약의 참담한 실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마약은 도파민과 관련 있는 뇌의 신경망인 보상회로에 변화를 줘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성분이다. 도파민의 신경회로는 적정량의 도파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흡수 펌프’라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마약을 투약하게 되면 이 기능을 막게 되고, 극도의 쾌락이 몸에 퍼지게 된다. 마약을 단 한 번이라도 주입했을 때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도파민은 평생 우리 몸에서 형성되는 도파민 총량보다 더 많다. 심지어 마약은 즉각적인 쾌락을 가져오는 동시에, 다른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 영향으로 뇌의 보상 체계가 망가지면 보통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자극으로는 보상회로가 활성화되지 못해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투약 초기와 같은 정도의 강렬한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양의 마약을 필요로 해 결국 중독이 되는 것이다. 중독이 되면 그 물질에 대한 욕구는 강해지고, 조절력과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금단 현상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마약에 대한 의존성은 더욱더 높아져만 간다.

마약으로 인해 도파민이 과잉화되면 단순히 쾌락의 기능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점차 뇌의 항상성이 무너지며 기능이 떨어진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교감신경계에 악영향을 끼쳐 심장 문제까지 유발한다. 때로는 호흡 억제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 생명에 지장까지 줄 수 있다.

 

결말 - 작은 변화의 시작, 도파민 활용법

이제, 도파민을 ‘잘’ 활용할 차례다. 우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자신이 어딘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거나, 주변의 자극적인 것들에 휘둘리고 있는 상태라면 스스로를 진단해 보고 자각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다음은 적절한 도파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자기기 같은 것과 잠시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 청소로 몸을 움직이며 다른 집중 요소를 찾는 것이 좋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주의가 분산돼도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의 경우 중독을 유발하는 술이나 설탕, 가공식품 대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파민을 이용해 성취감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 정보를 수용하거나 목표를 실현할 때도 도파민이 분출된다. 한 번의 경험 이후, 점점 더 큰 즐거움과 쾌감을 추구하는 도파민의 특성을 건강하게 이용해 학습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당장 행동에 옮기는 게 어렵다면,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기만 해도 도파민은 분비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후엔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고 성취에 대한 보상을 주기도 하면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도파민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혹은 화려한 SNS 속에 들어와 있지만 어딘가 공허함이 느껴진다면, 잠시 하던 걸 내려놓고 지속적이며, 보람과 만족감이 가득하며, 건강하기까지 한 도파민 생활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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