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문화탐방]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이현서 수습기자
  • 승인 2024.04.01 08:00
  • 호수 711
  • 댓글 0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이 문장은 김연수 작가의 장편 소설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초입에 나온 문장이다. 너를 매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이 될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의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나의 짐작이 무색하게도 소설은 엄마와 딸의 사랑을 서술하고 있었다. 책은 ▲제1부 카밀라 ▲제2부 지은 ▲제3부 우리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화자 카밀라는 백인 가정에 입양돼 자라온 25살 작가다. 카밀라는 애인 유이치의 권유로 여섯 개의 상자로 남은 유년을 글로 써 <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이라는 자전 소설을 출간한다. 어느 날 뉴욕 출판사에서 <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에 실린 글 중 1988년경에 찍힌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계가 우리 생각보다는 좀 더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진’에 주목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카밀라는 사진 속에 나오는 두 사람이 친모와 자신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아무 설명 없이 비워둔 채 출간한다. 출판사는 빈 공간을 채우는 논픽션을 제안했고, 카밀라는 엄마를 찾기 위해 입양 기록서 상의 고향인 대한민국 진남에 도착한다. 진남은 통영의 옛 지명이다.

제2부 화자 지은은 카밀라의 친모다. 지은은 “25년 전의 너는 그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의 양수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던 태아였다. 그리고 25년 전의 나는 너라는 날개를 품은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책은 ‘그 모든 일’의 진상을 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은은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라며 슬퍼한다. 카밀라를 사랑하는 지은은 그녀의 날개인 카밀라와 떨어져 사랑을 줄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책을 읽으면 지은이 어떻게 날개를 잃고, 어떻게 날개를 다시 만나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추리 소설이 아니지만, 작가가 남겨둔 빵가루를 하나씩 모아가는 재미가 있는 추리 소설 같은 책이다. 두 인물의 시각으로 서로가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진행 방식에 매력을 느낀다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엄마와 딸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될지 모른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서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