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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나를 손님으로 대우할 것
  • 문자영 기자
  • 승인 2023.11.20 08:00
  • 호수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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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학기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내 일상은 빈틈없이 돌아간다. 미뤄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1년 동안 마구잡이로 쌓인 파일을 정리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기말고사 공부도 잊을 수 없다. 조금씩 해놨더라면 못해낼 양이 아니건만 뭐든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는 유형의 인간인 나는 항상 학기 말이 다가오면 정신이 없다. 그래도 해내고 싶은 마음에 나를 위한 시간을 줄였다. 읽을 시간이 없음을 알기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았고, 잠드는 시간을 늦췄다. 그렇게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다 보면 거울 속 내 모습은 점점 푸석해진다. n년 동안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오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지치면 안 된다는 거다. 지친 정신은 당장 해야 할 일들마저 놓치고 자포자기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절대 나를 위한 필수적인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 잠을 줄이는 행위는 당장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이고, 내게  주어진 시간의 절대적인 양이 많아지는 듯한 착각을 주지만 사실은 반대다. 이는 미래의 체력을 끌어와 당장 사용하는 것이다. 후에 반드시 충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체는 이자를 받는다. 100만큼 빌린 체력을 후에 보충하려면 150만큼 충전해야 한다.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 하루를 꼬박 잠드는 것처럼 말이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면 오히려 다음날 더 맑은 정신으로 집중할 수 있다. 뭐가 진정으로 효율적인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겠다.

둘째,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 최대한 레토르트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는 피하려고 노력한다. 되도록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집밥을 먹고, 외식하더라도 자극의 끝을 달리는 음식보다 정갈한 한 상을 찾는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은 대체될 수 없으니깐!

마지막으로 욕망을 무시하지 않는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내게 선물해 주고, 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소중한 휴일을 기꺼이 투자한다. 그런 소소한 행복은 당분간 내 몸과 정신이 움직이는 연료가 된다.

사실 이런 규칙 없이도 나를 소중히 하는 법은 간단하다. 나를 손님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손님에게 허름한 잠자리를 주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식사로 내놓지 않는다. 나는 평생 함께 가는 내 절친이다. 친하다고 생각해서 손님 대우를 하지 않으면 그는 지쳐 떠나버릴지 모른다. 이후로도 잘 부탁해. 앞으로 더 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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