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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의 Talk Talk] 채움과 비움의 연속
  • 박소현 편집국장
  • 승인 2023.05.29 08:00
  • 호수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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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너무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번 달은 특히 과제, 공모전, 학보사 등 해야 할 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 순차적인 일 처리가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이에 평소보다 에너지 고갈은 심했고 정신력 또한 약해졌다. 신경 써야 할 것들에 성격은 예민해졌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그래서 잠시 머리를 비울 시간이 간절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어도 남은 일들은 나를 압박해 왔다. 나는 효율을 따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쉬고 있는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비울 시간은 없다.

현재 나는 과부하 걸린 기계와 같다. 과부하는 맡은 일이 지나치게 많거나, 기기나 장치가 다룰 수 있는 정상치를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기계가 적정량 이상의 업무로 과부하에 걸리면 버벅거리고 작동을 멈추는 것처럼 인간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는 감당해 낼 수 있는 적정량의 수준이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집중력이 흩어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과부하 상태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정신적으로 지쳐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고 어떨 때는 생각들이 섞여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이 증상으로 스스로 과부하 상태라고 진단했다.

기계를 초기화시키는 것처럼 포화상태인 머리를 비워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서울에서 ‘2023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멍때리는 것으로 접근해 보니 머리를 비우는 과정은 생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 동안은 생각의 꼬리를 물기보다는 스쳐 지나가도록 두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프로세스 칩으로 바꾸거나 저장용량을 늘릴 수 없다. 뇌과학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을 때 깊은 평화와 만족감을 느끼고 더 뇌를 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뇌는 채움보다 비움의 상태를 선호한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지친 마음에는 잘못이 없다. 비움을 택해 바쁜 일상에서 받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지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은 살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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