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문화탐방] 자연의 시간을 보는, 심문섭 작가의 <시간의 항해>
  • 박소현 편집국장
  • 승인 2023.05.29 08:00
  • 호수 701
  • 댓글 0

얼마 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심문섭 조각가의 <시간의 항해>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는 경남 통영 출신 작가의 ‘60년 예술항해’를 담은 대형 회고전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1970년대 초기 실험작품부터 각 시기의 조각, 드로잉, 회화 작품 <관계>에서 <현전>, <목신>, <토상>을 거쳐 <제시>, <반추> 시리즈의 대표작을 선보였다. 심문섭 작가는 조각가로서 조각이라는 매체 고유의 고정관념에 반하는 것을 조형의 지표로 삼고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이런 작가의 실험주의가 반영된 작품들은 완결된 오브제의 형상이 아닌 물질의 시간성을 내포하는 과정을 통해 열린 미지의 세계를 제시한다.

전시는 1, 2층 전시장에서 3개의 주제 섹션과 아카이브 섹션으로 구성된다. 섹션별로 전시된 수많은 시리즈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시리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섹션 1 ‘장을 열다: 관계에서 제시로’에 전시된 80년대 조각 작품인 <목심> 시리즈다. 목심은 ‘나무의 정령’이라는 뜻으로 나무의 본성을 의미한다. 작업 과정에서의 독특한 점은 버려진 조각 나무들을 이어 붙이고 조각하되, 둔중하고 거친 미감을 표면에 남겨뒀다는 것이다. 이로써 드러나는 나무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었고, 작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동양적 자연관을 엿볼 수 있었다.

심문섭 작가는 이런 자연관을 기반으로 시간성을 가미하며 열린 형태의 작업을 추구했다. 섹션 2 ‘자연의 감각: 무한의 질서’에 전시된 자연이 주는 원초적 소재인 흙(점토)으로 만든 <토상> 시리즈는 큰 인상을 줬다. 그의 작품은 원초적인 자연 재료 속에 잠재해 있는 무한히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바다를 상징하는 <제시-섬으로> 회화 연작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어린 시절 고향 통영 바닷가의 파도가 밀려오고 나가는 모습을 붓질의 연속적인 반복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회화에 시간성을 녹여냈다. 작품은 관람 내내 끊임없이 출렁이는 물살에 대해 상상하게끔 했다.

심문섭 작가는 지금까지 조각, 설치, 회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지만, 작업에 있어 일관되고 뚜렷한 방향성을 유지해 왔다. 원초적인 자연 재료로 자연의 시간을 본다는 점이다. 3월 중순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는 오는 25일(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연다. 작가의 작품 속 미지 세계의 시간 여행자가 돼 작가의 예술 항해를 가로지르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전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소현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