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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하늘이 품을 빈 자리
  • 행정학과 임현진
  • 승인 2023.05.15 08:00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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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어렴풋이 알게 됐다. 말이란 것은 흐리듯 선명한 투영의 행위였다. 누구도 들여 볼 수 없는 속을 흘리듯 희미하게 뱉으니 잔상은 더욱 뚜렷하다. 하지만 잔상이 선명했음을 직시했을 땐 아마 전개와 절정이 지난 후 덩그러니 남겨진 결말의 시점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랬구나”, 지나온 시간 속 옅게나마 묻어있던 눈물 자국이 비로소 선명해졌다. 고통의 시간은 분명 옅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죽음을 택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살아갈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말 속에 정작 자신이 들어앉아 있던 것은 아닌지, 이는 어쩌면 스스로의 구원이었는지 모른다.

깜깜한 터널을 지나듯 보이지 않는 빛에 절망을 느끼더라도 당신을 쥐고 있는 손들은 습기가 찰 정도로 늘, 멍이 들 정도로 꽉 붙들고 있으니 그 힘을 믿고 지탱해 보길 바란다. 남겨질 타인을 위해 삶을 영위하라는 뜻이 아니다. 수동적 연명만큼 무기력한 것이 없고, 타인의 슬픔에 응할 이타심을 요구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이 없다. 그저 생사의 끈을 본인이 자르기엔 이 세상 만물은 당신을 위해 피어난 것들이 많기에, 그것들을 온전히 느끼고 품으며 이곳에 조금 더 머무르길 원하는 것이다. 남들에겐 그저 사소했던 일들이 자신에겐 거대한 황홀경으로 다가왔던 순간처럼, 작은 알갱이일지라도 그 이상의 가치를 주는 만물의 힘을 믿고 살아볼 것을 권유해 본다. 세상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 만물은 저마다의 이치를 함양한다.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이 있다면, 미래에서 기다릴 그 순간을 믿어보길 바라는 것이다.

고통을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을 내려놓길 바라며 어디에 닿을지도 모르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내면의 어두운 충동이 벼랑으로 내몰 때면 죽일 듯이 괴롭히는 가시를 드러내야 한다. 이기적이고 죄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잃지 않기 위해 내미는 손을 잡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보이는 단면을 애써 꾸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지 말 것. 내면과 외면의 온도 차로 본인을 치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 곁을 지켜온 사람들은 가시에 파여 새어 나오는 검은 피가 당신을 물들이지 않도록, 그저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그런 편안한 일상을 누리길 바랄 뿐이다. 스스로 어둡고 무서운 곳에 갇히지 않도록 말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지닌 채 하늘에 닿았기에 영원한 안정과 치유를 영위하리라 믿는다. 고운 물결이 된 빈 육체에 행복의 입자가 자리하길 염원한다. 윤슬처럼 고운 결정이 응고돼 무형의 육체로 하늘을 마음껏 거느리며 온 우주가 당신을 소중히 품길 바란다. 이상적인 이데아 속 은하수의 일원으로 둥실둥실 떠다니길 기도한다. 족쇄가 풀린 듯한 자유 속에 숨통을 트길 소망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면, 그땐 당신의 밤이 눈물로 젖는 날이 일평생 단 한 번도 없길 바랍니다. 영원히 편안한 숨을 내쉬며 구름 속 숨어있을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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