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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나의 사교육에 온 걸 환영해
  • 신해원 수습기자
  • 승인 2023.05.01 08:00
  • 호수 699
  • 댓글 0

드라마 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인 주인공 문동은의 일생을 바친 처절한 복수극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특별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문동은이 어떻게 저 정도의 금액을 단기간에 모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드라마 속 대사 한 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더 글로리>, 그 속 의문

<더 글로리>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 된 송혜교 주연의 복수극이다. 고등학교 때 심한 학교폭력을 당했던 문동은은 복수를 위해 일생을 바친다. 고등학교 자퇴 후 공장에서 일하며, 대학에 입학해서는 과외로 돈을 벌면서 복수의 기반을 다져 나간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녀가 선생님이 돼 가해자 중 한 명이었던 박연진의 딸 하예솔이 다니는 학교의 담임으로 부임하면서 전개 된다. <더 글로리>속 문동은을 보면 복수란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도, 돈도, 감정도 허투루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수를 시작하고 난 이후 문동은 복수 비용 지출에 있어서는 망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저 평범한 선생님일 뿐인 문동은이 어떻게 그 큰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을 까?

엔터테이먼트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 <Daisy Channell>에 따르면 문동은이 복수를 위해 사용한 총금액은 대략 6,886만 1,940원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오게 됐을까? 이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하는 기준은 ‘기간’이다. 가장 뜨거운 여름에 시작해서 다음 해 봄에 끝난 문동은의 복수는 7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 총 10개월이 걸렸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어서 유튜버는 월세, 고용비, 병원비(기타 약품), 기타 복수 비용을 분석했다.

먼저 문동은은 복수를 위해 서울 도심에 위치한 빌라를 구했다. 드라마를 보면 빌라를 구할 때 부동산에서 ‘주변보다 저렴하게 나온 집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사와 드라마 속 장면에서 알 수 있듯 학구열이 뜨겁고 부유한 계층이 거주하는 서울 지역의 평균 월세를 추정 해 보면 월 45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매달 발생하는 공과금의 경우 초반 에는 텅텅 비어 있었지만, 후반으로 가며 문동은의 어머니가 그곳에서 생활한다는 내용을 고려해 월 10만 원 정도로 추정했다.

다음으로는 문동은의 또 다른 눈이 돼줬던 강 현남을 고용하며 발생한 비용이다. 문동은은 강현 남을 고용하며 가장 먼저 자동차를 구입했다. 자동차의 모델명은 현대 NF 쏘나타 트랜스폼이며, 현재는 출고되지 않아 중고가를 기준으로 약 250 만 원 정도다. 이외 비용으로는 강현남의 월급, 식비, 주유비가 발생한다. 최저시급과 밤낮없이 일 하는 강현남의 모습에서 초과수당을 포함해 계산 하면 약 300만 원의 월급과 36만 4,800원의 식비, 250만 원의 주유비를 지출했다. 또, 학교폭력 가해자 일당을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촬영하기 위해 구매한 카메라 비용 150만 원, SD 카드 비용 16 만 7,800원, 강현남과 소통하기 위해 구매한 대포폰의 통신비를 약 135만 원 정도 책정할 수 있다.

병원과 관련해서는 크게 엄마의 입원비와 가해자 이사라의 마약 비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문동은은 마약으로 가해자 이사라의 약점을 잡았다. 극 후반에는 실제로 마약을 통해 이사라에게 복수하기도 했다. 마약의 시세가 금값의 3배라는 기사를 참고해볼 때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약 만 4,600원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문동은 엄마의 정신병원 입원 비용은 국가 지원 및 낮은 병원비를 기준으로 약 120만 원 정도다. 이외에도 강현남이 찍은 사진을 학교폭력 가해자 일당들에게 보낼 때 드는 퀵비로 약 12만 원, 박연진을 협박할 이름표 제작 비용 약 5,000원, 사진 인화 비용(100매 기준) 약 1만 5,500원, 그리고 무당의 굿, 꽃 선물, 유전자 검사 비용 등을 포함한 결과 복수에 쓰인 돈이 대략 6,886만 1,940원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했던 과거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평범한 교사였던 동은이가 이 큰 비용을 어떻 게 모을 수 있었을까? 극 중에서 자세히 다루는 부분이 아니라 “(문자) 주말에 수학보강 가능하세 요? 모의고사 대비요. 페이는 부르시는 대로 드릴 게요”라는 문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과외, 즉 사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며 복수를 위한 비용을 마련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국의 사교육 실태>

2022년 기준, 26조 원에 달한다는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OECD 회원국 중 대학 전공과 직업 선택 사이 상관관계가 사실상 제로인 유일한 국가지만, 사교육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7 일(화)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5~6월, 7~9월 전국 초·중·고 약 3천 개 학교 학생 약 7만 4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0.8% 증가했다.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이러한 수치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일 상만 살펴봐도 느낄 수 있다. 지역별로 천차만별 이지만, 한참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이 의대 진 학을 위해 미적분을 푸는가하면, 아이들은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차 안에서 끼니를 대체하곤 한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 학생들을, 그리고 부모들을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으로 밀어 넣었을까?

바로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즉,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수록 안정적인 미래가 펼쳐진다는 생각이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경쟁의 장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의 원인에는 이러한 개인의 문제보다도 사회 구조와 정부 정책의 실패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교육 팽창 원인 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선발 경쟁이다. 서열화된 대학과 특히 상위 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벌 중심 구조가 문제다. 또, 관료적이고 무책임한 학교 교육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일정 수준 이하의 학력 수준을 보이는 학생을 위한 보완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학원에서 배웠다는 이유로 수업 진도를 뛰어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그렇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부족한 공교육을 사교육에서 메꿀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한국 사교육 팽창의 원인 중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언제부터 시작 됐을까? 바로 1980년대다. 1980년대 우리나라 사 교육 시장은 현재와 같은 학원이 아닌 과외 중심이었다. 바로 대학에서 실시하는 본고사와 높은 교육열 때문에 과외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의 소득 수준도 높아지 며 사교육 수요는 나날이 높아졌다. 전두환 신군부는 권력을 탈취한 직후인 1980년 7월 30일, 대 중을 동원해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정치 시스템인 인기영합주의 차원에서 과외를 전면 금지했다. 학원의 경우 졸업생이나 독학생에 대해서만 전면 허용됐고, 중·고교 재학생의 경우 방학에만 허용 했다. 신군부는 과외 금지 정책을 실시한 직후 대규모 단속을 실시해 그해 11월 과외를 받은 중· 고생 96명을 적발해 이들 중 47명에 대해 무기정학 시키고, 이들 부모 24명에 대해선 직장에서 해 고하는 등 ‘과외 소탕’에 나섰다. 하지만 비밀과외는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었고, 오히려 과외비에는 적발을 고려한 ‘위험수당’까지 포함되며 과외비가 더 오르게 됐다. 그 후 1987년 6.10 항쟁 등 민주화 열기가 고조되며 전두환 신군부의 퇴장을 앞둔 시기, ‘과외를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1988년부턴 정부의 과외 단속도 사라지며 비밀 과외는 더욱 활성화 됐고, 결국 정부도 사회적 분위기를 따랐다. 그러 던 중 헌법재판소가 2000년 4월 ‘과외 금지’ 조항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 하는것 이므로 국민의 자녀교육권,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결정하며 ‘과외 금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교육, 그 이면을 살펴보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한국의 교육열.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대학 입 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도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교육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 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와 동시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과도한 사교육은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 학생들은 자신의 체력을 희생하고 수많은 과외나 학원 수업을 받기 때문에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영 향을 미친다. 둘째, 과도한 사교육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저해한다. 수업과 과외만이 학생들의 시간과 관심사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나 잠재력을 개발하는 시 간이 부족하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로, 과도한 사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 입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기 때문 에, 경쟁이 치열한 교육 시장에서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대한민국 미성년자의 공부량은 성인의 노동시간보다 길다. 주당 평균 학습 시간은 한국 의 경우 40~60시간으로, OECD 평균 학습 시간 인 33시간보다 두 배가량 많다. 청소년들이 UN 아동 권리 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만든 ‘한국 아동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학 학구열과 학생이 놀 면 안된다는 인식이 학생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전해 들은 스위스 제네바 UN 아동 권리 위원회는 한국의 청소년을 초청했다. 이들이 만든 3년간의 설문조사와 토론을 토대 로 만들어 UN 아동 권리 위원회에 제출한 ‘한국 아동 보고서’를 보고 자세한 설명을 해 달라 요청 한 것이었다. 한국 청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위원들은 그 실태에 깊이 공감했다. 제네바에서 보고서를 설명한 이수종 학생은 “한국의 사교육 실태가 UN 위원이 겪은 교육에 비해 심각하다고 느껴 충격을 받으시기도 했고, 여러 반응을 보였다”며 “심지어 한 위원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대화 끝에, UN 아동 권리 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권고사항을 전달하고 5년 뒤인 2023년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것은, 이 글을 보며 “이런 스펙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자도 한국 사교육 현장이 아동의 권리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며 안타 까워했지만, 그 생각이 바로 입시에 대한 스펙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승자도 패자도 웃지 못하는 한국의 사교육,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첫째로, 사교육의 비 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많은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 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비 지원제도를 강화하고 사교육 기관들도 수준 높 은 교육을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방안을 모색 해야 한다. 정부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 교육 지원금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학생들의 학업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과 사교육 간의 연계가 필요하다.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사교육은 이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사교육 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교육내용을 연계시키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 방안들을 통해 한국의 사교육은 더욱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적인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학벌’과 관련된 인식 또한 함께 개선돼야 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결과를 성취하기 위한 ‘학벌’이 아니라 정말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아이들이 자라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위한 한국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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