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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의 Talk Talk] 친절이 사라진 세상
  • 박소현 편집국장
  • 승인 2023.04.10 08:00
  • 호수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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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배웠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친절이 기자에게 되돌아올 거라 믿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말이다. 거리를 다니다 길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면 내 선에서 최선의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치면 꼭 감사하다고 말 한마디 건넸다. 나의 친절로 인해 다른 사람이 고마움을 느낄 때면 왠지 모를 성취감에 기분이 좋았고 이 따뜻한 감정의 온도는 그 날 하루 종일 유지됐다. 이는 다른 이로부터 친절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베풀었던 친절이 항상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친절을 베풀수록 상대방은 무례해졌고 친절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항상 친절하게 응대한다. 하지만 감정 노동자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갑질 진상 고객과 관련된 기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인다. 특히 때때로 올라오는 전화 상담원에게 폭언하는 진상 고객의 통화 녹음 기록을 들을 때면 친절에 대한 상식과 믿음을 의심하게 된다. 친절한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학창 시절 도덕 시간에는 배운 적 없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한 고민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줄곧 올라오지만 댓글들을 보면 작성자의 과잉친절을 지적할 뿐이었다. 상대의 무례를 친절을 베푼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친절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사회는 모순적이다.


친절이 사라진 세상이 돼가고 있다. 친절한 사람을 얕보고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친절함은 한 사람의 약점이자 에너지 낭비로 여겨진다. 즉, 강약약강,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인간의 이중성으로 인해 친절을 베푸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이 돼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친절한 사람은 약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사실이다. 이들은 외적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강하다. 다른 이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그만큼 내적 여유가 있고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친절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길을 갈 때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주는 이런 작은 친절들이 자연스럽고 이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결코 친절을 약점으로 여기지 않으며 친절이 대접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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