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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사이다보다 물이 더 건강한 이유
  • 조수민 수습기자
  • 승인 2023.03.27 08:00
  • 호수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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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한국 넷플릭스 콘텐츠 시청률 1위, 지난 14일(수)에는 전 세계 넷플릭스 콘텐츠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보였다. 비교과 프로그램 홍보 현수막에도 대사를 패러디한 문구가 실릴 만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하는 추세다.

<더 글로리>는 고교 시절 상습적으로 학교 폭력을 일삼던 무리에게 잔인한 가해를 당하고 10여 년이 지난 후 차갑고 무자비한 사적 복수로 갚아 주는 과정을 그린다. 시청자들은 문란하고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는 가해자 일당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고, 피해자가 복수에 성공했을 때 그들이 철저히 몰락하는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더 글로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자는 ‘사이다’식 정의 구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복수는 알맞은 타이밍에 진행되고, 주인공은 그들에게서 행복을 갈취해온다. 하지만 기자는 이 드라마의 결말을 맞이하고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찝찝해졌다. 이 감정은 유튜브나 자극적인 매체에서 연일 쏟아내는 ‘사이다’를 접하며 느낀 찝찝함과 닮아있었다. 과연 이것이 정의일까?

평소 기자가 정의를 시원한 사이다나 단번에 잘라내는 잘 벼려진 칼날이 아니라, 싱거운 물이나 아무리 짓눌려도 끊어지지 않는 유연한 고무라고 느껴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권선징악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가해자들이 지은 죄에 상응한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라’는 어구가 부정당하는 사회는 얼마 못 가 붕괴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악과 선, 두 개로 단칼에 잘리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정한 선(善)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 심지어 악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회는 그를 존중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모두 나름의 복잡한 사정을 가진 인간이며 사회는 마땅히 그의 사연과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리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사회 구성을 모두 무시하고 ‘사이다’식 정의로 단칼에 악과 선으로 치환해버리면 권선징악이라는 불문율이 무너진 사회만큼이나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탄산음료는 달고, 맛있고 자극적이지만 중독적이고 주요 대사 장애를 발생시킨다. 사이다 같은 정의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그런 정의에 중독돼 사회의 대사 장애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오늘만큼은 사이다를 내려놓고 사회정의를 재검토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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