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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세상, 짧아진 생각
  • 창원대신문
  • 승인 2023.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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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월) 멜론 TOP 100차트를 기준으로 한 곡의 평균 길이는 3분 6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노래가 짧아진 원인 중 하나를 ‘숏폼(ShortForm)’의 대중화로 꼽았다. 신곡 홍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는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의 부상이 노래의 각인 시간을 수십 초로 줄게 했다. 디지털 환경 속 수많은 콘텐츠를 자주 접하고 쉽게 피로해 하는 만큼 짧으면 짧을수록 선호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평균 15초에서 최대 10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인 숏폼의 유행은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 변화를 가져왔다.

숏폼은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런 효율성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만 더 길어지거나 느려지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더 이상 앞뒤 맥락을 읽을 수 없고, 읽을 생각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는 아직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고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숏폼은 우리나라 고유의 ‘댓글문화’를 만났을 때 많은 사람의 웃음을 터뜨리는 폭탄으로, 청소년에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빼앗는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댓글문화’란 콘텐츠 이용자가 콘텐츠에 대한 자기의 생각 등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혹은 비판적으로 댓글을 남기며 자유롭게 콘텐츠에 참여하고, 콘텐츠 생산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또한 댓글의 형태로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문화는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즐길 거리를 가져다주는 한편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의 생각이 주입될 수 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나도 모르게 주입된 댓글의 사고가 마치 내가 하는 ‘옳은’ 사고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며 심지어는 스스로를 ‘성숙’한 단계라고 여기는 것이다.

손가락질 한 번이면 수많은 콘텐츠가 휘휘 넘어가고, 단 몇 초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게 느껴지고, 결국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된다. 긴 글은 읽지 않고, 간추린 핵심만 보니 생각을 할 수 없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조차 판단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해결되지 못하면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며 댓글을 작성하는 ‘몇 사람’의 의견을 추종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댓글 등을 남겨 다른 사람에게 걷잡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짧고 강렬한 영상들이 이용자들의 눈과 마음을 휘어잡고, 나의 취향을 면밀히 분석한 알고리즘이 미디어 세상을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존재라는 인간 본래의 가치를 잃어서는 안된다. 짧아진 세상 속에서 내가 하는 생각조차 짧아진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점검하고 문화인으로서 부디 그 속에서의 가치를 잃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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