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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이렇게 행동할까? 뇌 과학의 신비
  • 정주영 기자
  • 승인 2023.03.27 08:00
  • 호수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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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위 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가끔 원인 모를 행동 또는 말을 보고 들을 때면 갸우뚱하기도 한다. 이는 타인뿐만 아닌, 대상이 ‘나’일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왜 남 눈치를 많이 볼까?” 등 행동의 근원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심지어 그 정도가 심할 땐 자괴감을 느끼거나 자책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행동하고 말하는 데 있어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무렇지 않게 반응이 나올 때 우리 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살면서 겪는 모든 반응은 모두 뇌와 연결돼있다. 뇌 과학으로부터 뇌의 신비를 살피고 나와 모두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귀여운 걸 보면 지구를 부수고 싶은 이유>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가다 귀여운 고양이를 마주치거나 SNS 피드를 넘기다 귀여운 사진을 보며 행복한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영국 리즈대와 서호주 관광청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귀여움에 긍정적인지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장인 네 명과 의과대학생 15명을 대상으로 고양이, 쿼카, 강아지, 새끼 고릴라가 등장하는 영상물을 30분간 시청시켰다. 그 결과 영상 시청 전 피실험자들의 평균 혈압은 최고혈압 136 최저혈압 88이었으나, 영상 시청 후 최고혈압 115 최저혈압 71로 혈압 수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심리학협회의 불안 자가 진단 방법에 따라 피실험자들을 검사해보니 불안함을 느끼는 수치가 평균 35%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SNS에 올라오는 귀여운 사진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다소 격한 표현이 담긴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나 아기 같은 작고 소중한 존재를 보면 “지구를 부수고 싶다”, “깨물어주고 싶다”, “꼬집고 싶다” 등 적지 않은 사람이 파괴자와 같은 면모를 보인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걸 보고 공격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을까?

물론 귀여운 것을 보고 공격적인 말을 하거나 이중적인 태세를 보이는 건 진심으로 대상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Cute Aggression’ 즉, ‘귀여운 공격성’이라고 부른다. 심하게 귀여운 것을 보면 뇌가 과도하게 행복하게 되는데, 일각에서는 이가 마약만큼이나 격한 감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뇌에 과도한 감정이 밀려오게 되면 뇌는 이 감정을 상쇄시키지 않을 시 과부하가 걸리거나 엄청난 일이 발생할 거라고 인지하게 된다. 그래서 뇌가 감정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반대의 감정, 즉 귀여움과는 반대되는 공격적이고 슬픈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아라곤 박사는 피실험자들에게 뽁뽁이를 나눠준 후 A 피실험자 팀에게는 귀여운 모습을 한 동물, B 피실험자 팀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한 동물을 보여준 결과, A 피실험자 팀의 뽁뽁이가 남아나질 않았다고 한다. 아라곤 박사는 이런 이중적 상태를 ‘긍정적 감정의 이형 표현’이라는 제목의 공식 논문으로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 ‘귀여운 공격성’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게 됐고, 이런 감정의 이형 표현은 귀여움이 아닌 다른 감정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너무 기쁜 일이 있을 때 눈물이 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실소가 나는 것 또한 뇌가 격한 감정을 느껴 감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정반대의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남 신경 끄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
서점의 베스트 셀러 코너를 가면 자기계발서가 판을 치는 걸 볼 수 있다. 그중 눈에 띄게 많이 보이는 것이 자존감에 대한 서적인데,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가 대두되면서 계속해서 자존감 관련 서적이 파생되고 있다. 정말 이런 서적들은 책을 읽기 전 낮았던 내 자존감을 끌어 올려줄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히 낼 수 없지만, 뭘 해도 괜찮다는 식의 자존감 관련 서적 제목처럼 뭘 하던 누구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시선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 안에 있는 진짜 내 모습,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내보일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일상을 살아가며 자의식이 과잉되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자의식 과잉은 많은 사람 속에서 나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따라와 모든 이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때 내가 우습게 보이진 않을지,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간파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사실 자의식 과잉은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로부터 사회적 관계를 맺는 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 뇌는 조금이라도 사회적 상황에서 배제될 거 같다고 여겨지면 심한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뇌가 타인의 반응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발전해온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이 나에게 가지는 관심의 척도는 아주 낮다.

미국 코넬대 토머스 길 로비치 교수는 피실험자들에게 다소 우스꽝스러운 티를 입힌 후 주변 사람들이 그 티셔츠를 얼마나 기억할지 추측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의 평균 50% 정도는 확실히 자신을 기억할 것으로 추측했으나, 실험자가 피실험자의 뒤를 밟으며 피실험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단 24% 정도의 사람만이 티셔츠의 모양을 기억했고, 이 또한 “기억은 난다” 정도의 반응이었다. 해당 실험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긴장하고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반대로 우리는 ‘나’의 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끔 하지 않는다. 뇌는 끊임없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이에 따라 우리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즉, 신체 반응을 받은 뇌가 해석을 붙이면서 감정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에 대한 신체 반응은 평소와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한 기술이 바로 ‘인지적 재평가’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임스 그로스 교수는 정서 억제의 대안으로 인지적 재평가를 제안했다. 인지적 재평가는 감정을 억압하지 않는 대신 주어진 상황에 대한 생각과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는 피실험자 세 그룹을 나눠 긴장되는 상황을 만들어 각 세 가지 행동을 지시했다. 첫 번째 피실험자 그룹은 자신을 타이르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다른 해석을 붙이도록 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두 번째 그룹의 긴장감이 가장 낮았고, 첫 번째 그룹은 세 번째 그룹보다 훨씬 긴장감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지적 재평가의 다른 사례는 알약처럼 생긴 설탕을 먹고도 병의 증세가 호전되는 ‘위약 효과’다. 이 효과는 뇌가 호르몬을 방출하고 물리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심지어 작은 알약보단 큰 알약, 큰 알약보단 주사기 위약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위약 효과는 정말 설탕 알약이나 가짜 주사기가 만드는 걸까? 정답은 “뇌가, 그리고 내가 만든다”이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 내 이름을 검색해보거나 나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자주 열람한 경험이 있는가? 자신을 드러내고 평판을 반복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이 행동을 ‘에고 서핑(ego-surfing)’이라고 한다. 보통 에고 서핑은 예술가, 연예인 사이에서 유명한 경쟁적 게임이 되기도 한다. 에고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좋은 말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9개의 좋은 반응보다 1개의 나쁜 반응에 집중하는 우리 뇌의 부정성 편향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 제니퍼 비어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사진을 찍은 후 사진에 대한 판정단의 평가 결과를 알렸다. 해당 평가 결과는 거짓된 의견이었는데, A 피실험자에게는 “당신은 10명 중 절반 이상의 사람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알리고, B 피실험자에게는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알린다. 이후 각 피실험자에게 자신을 평가하도록 하자 A 피실험자만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판단한 건 연구팀일까, A 피실험자일까? 당연히 A 피실험자다. 이 실험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나쁜 평가는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의 부정성 편향으로 인해 내 빛나는 가치가 몇 마디 되지 않는 나쁜 평가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가치를 더욱 갈고 닦을 기회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얻을 수 있다.


<할~일을 미~뤄서 무~엇하나♬>
독자들은 집에서 쉬는 와중에도 집에 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 적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어도 결국 더 격렬하고 확실하게 쉬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휴식이 간절하다. 우리는 과업이 있을 때도 휴식, 즉 편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실제로 할 일을 제치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를 “게으르다”고 표현하는데, 많은 사람이 게으른 건 타고난 것이며 성격의 문제라고 여긴다. 그러나 게으름이 심해지면 뇌 기능이 망가질 수 있어 이를 단순한 성격의 문제로 여기면 안 된다.

뇌의 관점에서 게으름은 굉장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생존에 관한 중요한 과업을 위해 뇌는 몸 구석구석에서 에너지를 끌어오지만, 생존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일은 사용하려는 에너지도 아껴 게으름을 피우도록 만든다. 아낀 에너지를 다음에 있을 생존과 관련된 활동에 쓰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뇌는 효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뇌가 게으름을 통해 쉬도록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심하게 게으른 것도 다방면으로 해롭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 연구진은 게으름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같은 나이 쥐 두 마리를 대상으로 활동량이 많은 쥐의 피를 뽑아 혈장만 분리해 활동량이 적은 쥐에게 3일 간격으로 한 달 동안 수혈했다. 그 결과 활동량이 적은 쥐의 뇌세포가 이전보다 활발하게 생성·분열했고, 특히 기억의 중추라 불리는 뇌 해마의 신경세포도 상당수 증가했다. 기억력 시험에서도 이전보다 기억력이 향상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활동량이 적은 쥐가 활동량이 많은 쥐처럼 바뀐 것이다. 연구진이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활동량이 많은 쥐의 피에서 뇌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랜 시간 게으른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건 뇌에 지나치게 염증이 많은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뇌에 염증과 노폐물이 많은 상태에서는 과업을 집중해서 열심히 하려고 해도 의지력이 생길 수 없다. 게으른 기간이 길어질수록 뇌의 보상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보상 체계는 도파민을 중심으로 행동을 유발하는 뇌신경 회로인데, 이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인간을 행동하게 한다. 그러나 게으른 보상 체계는 정상적인 보상 체계와 굉장히 다르다. 기존 보상 체계는 원하는 보상을 위해 행동하게 만든다면, 게으른 보상 체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있다. 우리가 일을 미루는 동안 게으른 보상 체계는 ‘편함’이라는 보상을 얻게 되는데, 이러한 보상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강력해 쉽게 중독된다. 게으른 보상 체계에 익숙해진 뇌는 어떻게 될까? 최후는 ‘무기력’이다. 게으름에 빠지면 지인과의 약속을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할 것이고, 편함이라는 보상으로 인해 사회적인 행동을 취하는 데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편히’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뇌는 복잡하게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게으름에 빠져 보상 체계가 망가지면 뇌는 우리를 정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기상하는 순간 뇌에 염증과 노폐물이 쌓이는데, 이는 활동과 수면을 통해 배출된다. 고된 몸이 자고 일어나면 다시 활기 넘치듯 뇌는 뇌척수액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고 에너지를 회복한다. 하지만 집에서 오래도록 쉬는 상태가 지속되면 뇌의 염증과 노폐물이 빠지지 않아 ‘브레인 포그(Brain Fog)’ 상태가 된다. 브레인 포그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들어 사고력·집중력·기억력이 저하되고 피로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즉 우리 뇌가 행동을 거부하는 상태가 된 거고, 이는 의지가 약해진 것과 같다.

게으름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뭘까? 몸을 열심히 움직이면 근육에서 나오는 마이오카인이라는 물질이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는데 이 물질은 뇌세포의 생성과 성장을 돕는 BDNF라는 인자를 많이 만들어낸다. 몸을 20분 이상 움직이는 경우 엔도칸나비노이드와 엔도르핀이라는 염증 억제 물질이 분비되는데, 운동이 힘들고 몸이 아프다가도 어느 순간 편해지는 것은 이 물질들 덕분이다. 염증을 억제하는 활동을 하면 몸의 항상성도 유지돼 면역력에 큰 도움이 된다.

뇌는 강하게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즉,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의 뇌는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게으름에 익숙한 뇌는 게으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부지런한 뇌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삼기보다 작은 일부터 성실히 해낸다면 어느 순간 부지런한 뇌가 돼 있을 것이다. 꾸준히 게으름을 무시하다 보면 지금은 큰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언젠간 우리에게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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